전시 포스터
2023 SMA 공간연구 《사이의 리듬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리듬’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보통 음악과 관련해서 쓰기도 하지만, ‘생활리듬, 생체리듬’ 같이 인간이나 동식물의 삶과 관련해서도, 공간이나 시간을 이야기할 때도 리듬은 존재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세계의 대부분에 ‘리듬’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만린미술관이라는 장소를 둘러싼 다양한 리듬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에는 물리적인 ‘공간’과 이 곳에 쌓여 온 ‘시간’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며, 이 장소의 리듬을 감각하여 작업한 ‘두 예술가’가 함께 한다.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최만린 작가가 30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며 작업하고 생활했던 공간을 공공미술관으로 조성한 곳이다. 처음 지어졌을 때는 은행가 가족이 살았던 개인 주택이었다. 이 곳에는 한 일반인 가족의, 최만린이라는 예술가의, 그리고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시간이라는 세 겹의 역사적 레이어가 존재하는데, 이는 물리적인 공간의 모습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최초의 정방형 공간으로부터, 두 변이 확장되어 1차로 개조된 모습, 그리고 이 형태를 대체로 유지하며 미술관으로 바뀐 후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오종과 크리스 로는 이 공간을 비롯해 여기에 흐르고 있는 다양한 리듬들에 반응하여 작업을 진행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곳의 시간과 장소성을 온 감각으로 들었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고 설치했다. 오종은 이 건축물의 처음부터 함께 했던 나무 천장을 중심으로 선적인 작품을, 크리스 로는 최만린이 증축한 공간을 중심으로 면적인 작품을 설치하였다. 물론 부분적으로 서로의 공간을 간섭하며 자연스럽게 배치되기도 했다.
이 전시를 통해 최만린 작가가 활동했던 당시와 미술관으로 바뀐 후의 공간이 후대 작가들의 해석을 거쳐 어떤 새로운 리듬이 생성되었는지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 작가와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흘렀던 시간, 거기에 관람객들의 리듬까지 더해진다면 그 사이의 리듬들은 더욱 다채로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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