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소소풍경>#1 digital inkjet print, 2005, 개인소장
이한구
<소소풍경>#2digital inkjet print digital inkjet print, 2006
이한구
<소소풍경>#12 digital inkjet print, 2006, 개인소장
이한구
<소소풍경>#3 digital inkjet print, 2008, 개인소장
이한구
<소소풍경>#8 digital inkjet print, 2009, 개인소장
이한구
<소소풍경>#4 digital inkjet print, 2007, 개인소장
이한구
<소소풍경>#7 digital inkjet print, 2008, 개인소장
소소한 것들의, 깊은 울림
- 이한구의 사진, ‘떼’의 미학
글 / 함민복 시인
떼(무리)란 말은 여린 것들에 잘 어울린다. 여린 것들의 무리는 쓸쓸하다. 생명체가 아닌 작은 물질들의 무리 또한 그러하다.
이한구의 작품은 무리를 향한다. 낱이 아닌 떼를 포착한다. 편편이 날리는 낙화, 물의 입자인 구름과 안개, 하늘을 나는 새 떼, 고목에 돋은 돌기들,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사람인(人)자로 가지 치며’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와 거기 매달린 무수한 잎이나 꽃을 향한 관심 등이 그것들이다.
물거품이 있다. 단시간에 생멸하는 파도의 포말. 그 포말 속에서 투명한 기포들은 더 짧은 시간에 피고 진다. 연기(緣起)로 생성된 기포의 표면장력 위에 우주가 내려앉고 그 위에 무지개 빛이 어룽어룽 거렸으리라. 거대한 힘이 아닌, 터지지 않으려는 기포의 여린 힘을 통해, 존재란 무엇인가를 더 명료하게 깨달았던 것일까. 포말의 생성과 소멸의 짧은 시간을 통해 장구한 세월을 탐독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이한구는 무리를 통해 개체를 읽어내며 개체를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공기의 비늘인 눈송이와 물의 비늘인 물고기가 상견한다. 물고기는 부레 속 공기를 움직여, 비린내 날 것 같은 눈송이를 맞는다. 물고기 비늘 같은 눈송이를, 눈송이 같은 비늘을 달고 있는 물고기가 읽는다. 어안이 벙벙하다. 눈송이들이 튀어 오른다.
바위에 내려앉은 꽃잎들. 단단한 바위의 질감을 꽃잎은 뚫는다. 꽃잎의 가벼움에 바위의 단단함이 뒷걸음질 쳐, 꽃잎의 낙화는 진행형이 된다. 여린 것들, 무리 진 것들은 살아 움직인다. 무리 진 것들은 소소하다. 아니 소소함을 자인하고 들어간다. 티끌 속에 우주를 품어버린다. 그래서 소소한 것들의 노래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이한구는 선명함을 버려(바람에 흔들리고, 안개에 가려지고, 개체를 버리고 무리가 되는 등) 선명함 너머의 선명함에 닿으려 한다. 이한구의 길은 단오하고 차갑다, 마치 십자드라이버처럼. 이 낯선 명함의 징검다리를 건너보는 시선이 서늘하다.
1968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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