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손희민
아이쉐이아 화석 제스모나이트_28x23.5x4cm_2023
손희민
오파비니아 화석 제스모나이트_39x27x4cm_2023
손희민
에디아카라 생물군(시리즈) 우레탄 레진, 실리콘_가변크기_2023
손희민
에디아카라 생물군(시리즈) 우레탄 레진, 실리콘_가변크기_2023
손희민
변이적 조각 LB 우레탄 레진, 실리콘_16x17x28cm_2022
손희민
변이적 조각 G 우레탄 레진_16x17x28cm_2022
손희민
마크로 미생물 우레탄 레진_가변크기_2022
손희민
진화적 조각 우레탄 및 에폭시 레진, 실리콘_각 17.5× 8×20cm_2022
손희민은 갑각류의 껍질과 균류의 세포벽 등을 구성하는 물질인 키틴에 관한 조각 작업을 이어가다가 해양 미소 동물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다. 재물대 위에 올려진 표본을 렌즈로 바라보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그려졌다. “정확한 종명은 현미경을 봐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의 노트는 단순하지만 생각을 일으킨다. 그와 함께 생물을 채집하고 관찰한 경험은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되었다.
≪HMS Challenger≫(2023)는 해양학의 기초를 세운 HMS 챌린저 탐사선의 이름을 빌려 온다. 작가는 현대 해양 미소 동물에서 출발하여 원시 바다의 고생물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며 사실과 추정, 복원과 창작의 경계에서 조각의 순간을 마주한다. 가상의 표본 작업으로 제작된 20여 점의 생물 조각은 과학적 지식과 예술의 미적인 절차를 오가며 생명이라는 범주를 둘러싼 작가의 오랜 물음을 풀어낸다.
■ 강동호
작가노트
손희민
나는 평면을 입체로 사유할 수 있는 게 조각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손은 눈이 되고 눈은 손이 된다. 수많은 곡선과 덩어리를 만지며 형태를 찾아간다.
<마크로 미생물>(2022)은 현미경으로 미시 세계의 생물을 바라보는 감각을 조각의 형태로 나타내는 데 집중했다. 조에아를 비롯한 두 종의 요각류를 소재로 삼아 작업을 진행했다. 렌즈를 통해 생물을 관찰하며 받았던 인상으로부터 투명 우레탄이라는 재료와 LED 패널을 이용한 설치 방식을 떠올렸다. 캐스팅 기법은 생물이 모종의 복제를 거듭하며 존재를 지속하는 이치와 맞닿아 있다. 환경에 따라 자신만의 물성을 지니는 생물의 특성을 반영하는 <진화적 조각>(2022)에서는 캐스팅에 사용된 조형 재료들이 한데 섞이고 단계를 거치며 서로 다른 조각을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했다.
구상 조각은 재현의 논리를 따르지만 조각가가 느낀 인상과 감각에 따라 고유하게 해석된다. 나에게 모사의 과정은 각각의 생물과 가까워지는 여정이다.
갑각류 유생인 조에아는 메갈로파라는 단계를 거쳐 성체가 된다. 형태적 모습이 눈에 띄게 다르기 때문에 이름도 달라진다. 변화는 몇 번의 탈피를 거쳐 조금씩 이루어진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유전적으로 내재된 성장호르몬과 탈피호르몬이 이들의 모습을 바꾼다.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고 환경이 변하면 또 그 모습을 바꿀 예정이다.
바다에 관한 서적을 읽으며 미지 세계였던 바다가 개척의 장소가 되고 이제는 남획과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의 흐름을 알게 되었다. 메갈로파의 원형을 캐스팅하여 조각마다 고유한 색과 질감을 입힌 <변이적 조각>(2022) 시리즈는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이 미소 동물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를 강제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졌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하는 돌처럼 생긴 것이 지구의 생명이 남긴 첫 번째 흔적이었다고 한다. 단세포 원시 미생물이 퇴적물 알갱이에 붙잡혀 고정되어 층층이 쌓인 시기는 3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세포로 이루어진 우리의 근원적인 형태를 찾고 싶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약 6억 년 전에 존재하였다. 화석에 남겨진 흐릿한 인상을 바탕으로 고생물학자들은 당시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들은 말미잘이나 해파리와 같은 연약한 물성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많은 생물종은 현재 생물을 바탕으로 한 상상이 반영되어 있다.
나는 생물학자의 드로잉에 주목했다. 이들의 그림은 수많은 주름이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나뭇잎 형태도 있고 납작한 절편 형태와 조개 형태도 있다. 주름은 현재에도 많은 생물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한정된 크기에서 접촉면을 넓히기 위함이다. 대장의 융털은 최대한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머릿속의 뇌는 정보량을 담기 위해 주름졌다.
주름은 무엇인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모양이기도 하다. 딱딱한 에폭시 레진에 주름을 파는 일은 수행적이며 노동집약적인 에너지를 동원해야 하는 일이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 작업은 그들의 물성뿐 아니라 색상 또한 상상의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한다. 투명한 우레탄 재질에 여러 색을 더하는 실험적인 일에는 현대의 플라스틱 재료로 고생물을 재현하는 일의 아이러니가 투영되어 있다.
단단한 외골격과 껍질의 발달로 돌이 된 형태가 남기 시작한 것은 캄브리아기부터이다. 발굴된 화석에서 생물의 흔적과 함께 고생물학자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가공된 상태의 화석과 조형성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짓눌린 생물을 복원하는 일에는 형태를 근거로 생물 계통과 진화에 대한 상상이 덧붙여진다. 그 과정에 예술가의 개입이 이뤄지기도 한다. 복원에는 예술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쉐이아 화석>(2023), <오파비니아 화석>(2023), <할루키게니아 화석>(2023) 작업에서는 생물의 드로잉을 곧바로 입체적인 형태로 옮기기보다는 화석 자체에서 느낀 조형성을 중심으로 우회하고자 했다. 돌과 유사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여 발굴 과정과 현장의 조건을 재현하면서 고생물학자들의 행위를 조각가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캄브리아기 생물들의 형태와 삶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끊임없는 추측과 복원, 그것들을 뒤집으며 실체를 알아가는 노력이 나의 조각적인 행위와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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