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자: 심리학적 풍경, 나무의 영혼을 찬미하다
2023.06.24 ▶ 2023.09.24
2023.06.24 ▶ 2023.09.24
전시 포스터
김희자
영원의 교향곡 (Immortal Symphony) 7200x120x8cm, Acrylic on the grain plywood, 2022
김희자
숲의 정령을 찾아서 (in search of forest spirit) 350x300x300cm, Digital stereoscopic structure, 2023
김희자
숲의 정령을 찾아서 (in search of forest spirit) 350x300x300cm, Digital stereoscopic structure, 2023
김희자
유칼립투스가 보낸 메세지 충만한 고독(Message from eucalyptus Full Solitude Fullness) 120x120x16cm, Acrylic on the grain plywood with mirror, 2023
김희자
환희의 춤 (a dance of jubilation for joy) 120x120x16cm, Acrylic on the grain plywood with mirror, 2022
영은미술관은 2023년 두 번째 특별기획전, 김희자 작가의 ‘심리학적 풍경 Psychological Scenery ; 나무의 영혼을 찬미하다 Homage to Tree Soul‘ 展을 개최한다. 김희자 작가는 오랜 해외 생활 동안 지독한 고립감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작가는 오랫동안 집 앞의 숲속에서 산책과 명상을 하며 자연, 특히 나무에게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김희자 작가는 자연과의 영적인 교감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읽어내고 이를 회화 작품으로 전한다. 작품의 시작은 영감의 원천이 되는 나무가 간직해온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내면서 시작된다. 숲속의 나무는 고유의 ‘결‘에 오랜 세월 동안 영혼을 기록하고 간직해왔다. 김희자 작가는 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비추어, 그에 어울리는 드로잉을 한다.
“작가는 일반 캔버스가 아닌,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나무판 위에 아크릴로 그린다. 때로는 안료가 나뭇결 위로 짙게 덮이기도 하지만, 가능한한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한다. 2부작 혹은 다부작의 경우에는 그는 나무결이 서로 어우러지는 나무 판을 찾는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도, 때로는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혹은 우연히 마치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온 듯 결이 맞기도 하다. 작가는 새로운 나무 판을 처음 마주칠 때, 나무의 전생을 보듯 나무가 담지하고 있는 풍경을 읽어낸다. 그리고 나무의 관점에서 보고 느끼고, 나뭇결 사이사이에 깊이 담겨있던 풍경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묘사한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미켈란젤로가 '나는 대리석 속에 갇힌 천사를 보았고, 그가 차가운 돌 속에서 풀려날 때까지 돌을 깎았다.'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김희자의 심리학적 풍경 _ Jung, Cuspit & Wheiza⌟ 글 중, 심은록 (SimEunlog MetaLab.연구원, 미술비평가)
이렇듯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작업은 단지 심리(감정)에서 멈추지 않고, 나무와 교감하며 주고받은 작가 내면의 의식을 연구하고 밝히는 심리학적으로 이해하여 이를 풍경으로써 구현한다. 또한 김희자 작가는 평면의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여 입체적인 구조물을 더해 수천 년 나무가 간직해온 이야기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김희자 작가의 입체회화에 디지털 인스톨레이션을 더한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인 삼각형 구조물에 회화와 영상 작업을 더한 형식이다. 관람객들은 3미터 높이의 거대한 텐트 안에 들어가 작가가 나무결에 새겨진 영혼과 스스로의 몸을 투과하는 영상작업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 이야기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에 대해 김희자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10살 즈음에 학교에서 만화경 만들기를 했을 때 조그만 공간 속에서 무수히 변하고 확장되는 색종이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에 홀리곤 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처럼 관람객들은 “환상과 삶이 함께하는 만화경을 확대”시켜 놓은 작품에 참여하여 궁극적으로 전시장의 구성을 완성한다. 이 만화경 작품과 관련해서는 루이스 부르주아, 조지아 오키프 작품의 평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미술평론가 도널드 커스핏(Donald Cuspit)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 텐트[만화경 작업]는 캔버스의 형태를 3차원 공간으로 혁신적으로 확장하여, 말 그대로 예술 작품이자 은유적인 쉼터가 된다. 이전 작품에서 김 작가는 극적인 풍경이 암시하는 무한한 저 너머의 상징으로서 캔버스를 열어 그 너머의 공간이 보이고 작품에 통합되도록 한다. 텐트 안에서는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이 하나가 되는, 즉 무한과 내면이 합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컨대, 김 작가는 불교적 유산과 동양적 풍경 전통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무지에서 고요한 고상한 의식으로, 일상적 존재에서 초월적 경험으로 나아가는 어려운 영적 통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명상적 작품을 하고 있다.”
- 도날드 쿠스핏 (Donald Cuspit)의 글 “Cloud Pole Ville” 중
이는 예술적으로 회화작품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관람객들에게는 고요한 마음으로 내면을 성찰(省察)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랜 외국 생활 동안 한국의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되새기며, 자연 속 나무와의 공감으로 비롯해서 끝없는 인내로 스스로의 내면을 쏟아내어 완성한 명상의 숲에서, 나무결만큼 다양한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를 관조(觀照)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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