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엽: 말하는 그림 : 畵話

2023.09.13 ▶ 2023.09.24

개나리미술관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동내면 거두택지길44번길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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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춘주팔괴 2018_리넨에 먹과 채색_170x2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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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번개시장 2020_리넨에 먹_290x2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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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경춘책방 2023_리넨에 먹과채색_41x5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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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한음식육점 2022_리넨에 먹과채색_80x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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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낙원동 주차장 2023_리넨에 먹과채색_61x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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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소양로 2023_리넨에 먹과채색_41x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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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빈집 2023_리넨에 먹과채색_43x3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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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자전거포 2023_리넨에 먹과채색_61x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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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열쇠가게 2023_리넨에 먹과채색_53x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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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새끼고양이 2023_리넨에 먹과채색_45.5x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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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박각시 2023_리넨에 먹과채색_24x1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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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엽

    춘천여고 언덕길 2023_리넨에 먹과채색_62x120cm

  • Press Release

    ‘있다시 온’에 솟는 그리움
    신대엽이 ‘말하는 그림’에 새긴 미학

    - 김종길 미술평론가

    “서러워하던 그 목소리 밑에, 거기에는 항상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또 하나의 얼굴,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림은 마음이 붓으로 빛깔 쌓아 올리는 그리움이다. 그리워 다다른 길에 신대엽의 그림이 있다. 그는 그리움 없이는 그려지지 않는 그림을 모시고 있다. 그가 새겨서 모신 그림 곳곳에 불현듯 솟은 ‘참나(眞我)’의 초상들이 있다.

    청나라 화가 여덟을 그린 양주팔괴(揚州八怪)에 빗대어 춘천의 예술가들을 그린 <춘주팔괴>는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와 신윤복의 <주유청강(舟遊淸江)>을 뒤섞었으되, 얼굴은 춘천의 여덟 예술가들이다. 제소리로 제 삶의 ‘참꼴(眞身)’을 짓는 예술가들이 신선으로 나타났으니 그들 모두가 ‘참나’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앉아있는 개>도 불성(佛性)을 가진 존재요, <광명상회> 아주머니도 홀로 아득히 깨달은 부처로 그렸다. 아주머니의 수인(手印)은 천하유아독존이다. 서 있는 자리가 솟구친 자리다.

    이렇듯 ‘참나’ 오시는 때가 있다. 신대엽은 바로 그 때를 화면에 모신다.

    장터에 강아지와 병아리 몇 마리 팔러 나온 이. 삶이 절박하다. 그런 그이가 빈 캔에 꽂아 둔 나뭇가지에 꽂혔다. 작고 낡은 나무의자에 빈 캔을 올려놓고 나뭇가지 하나를 꽂았다. 보는 눈과 마음이 고요하다. 그 순간 온 우주가 멈춘다. 그때다. 그의 마음에 ‘숨’ 하나가 솟는다. ‘참나’가 일으킨 밝고 맑은 숨이다. <삶의 지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깨달음이 다른 데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하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에 버금간다. 수월관음(水月觀音)이 불현듯 나타난 것이리라. 크게 동그라미 그리며 떠오른 흰 빛을 보라. 저 한 둥긂의 흰 빛이 하늘마음(天心) 아닐까.

    1930년 8월 28일 버지니아 울프가 에설 스미스에게 쓴 편지에 “내가 쓰고 있는 글은 플롯을 따르는 글이 아니라 리듬을 타는 글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알렉산드리아 해리스는 울프의 글쓰기가 “누군가를 ‘이런 사람’ 또는 ‘저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데 수반되는 허위를 폭로하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스스로 늘 ‘참나’이기를 바랐던 울프. 신대엽이 그린 는 그런 울프의 마지막 때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 왼발을 내밀며 나아가는 그녀의 마음에 시간은 뚝 끊겼다. 그치고 멈춘 자리에서 그녀는 어느 때보다 드세게 삶을 밀어 올린다. 그때는 위대한 문장으로 ‘유서’를 쓴 순간이었다. 그는 그 순간을 그렸다.

    그도 그림 그리워 새길 때는 울프처럼 조용히 낮은 숨을 들이키며 ‘낮힘’의 리듬을 탄다. 낮은 자리를 터 삼아야 높이 솟을 수 있다. 매 순간이 나고 죽는 삶의 연속이지 않는가. <샘밭장>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낮은 자리에 깃든 속알의 ‘참나’를 살핀다. 이 그림에서는 알렉산더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마시고 비켜주시오”라고 말한 디오게네스가 엿보인다. 시골 장터. 나무파레트에 신문을 깔고 쭈그려 앉은 이. 떡갈나무 잎을 지그시 타고 앉아 햇볕을 쬔다. 막걸리 한 잔에 컵라면 한 그릇. 그리고 마주한 햇볕.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가 환하다. 그의 얼굴에 맑은 미소가 번진다. 그때다. 그의 마음에 ‘숨’ 하나가 솟는다. 밝은 숨이다. 그 순간 삶이 싱싱하다. <샘밭장>은 또한 그 자리에 솟은 ‘너머’를 보여준다. 일렁이는 파도는 ‘너머’로 이어지는 세계일 테니까.

    1937년 4월 17일, 지금의 도쿄도 분쿄구 도쿄대학 부속병원에서 시인 이상은 눈을 감았다. 죽기 전에 그는 아내 변동림에게 “센비키아의 멜론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센비키아는 가게 이름이다. 시인,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화가였던 이상.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섯 살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상력이 솟구쳤다. 『이상한 가역반응』(1931), 『건축무한육면각체』(1932), 『오감도』(1934), 『날개』(1936)는 그런 ‘솟구침’의 결과물이다. 그의 때는 어느 한 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였다. 온통이었다. 신대엽이 그린 <센비키야의 멜론>은 고교 졸업장에 박힌 김해경(이상의 본명)의 얼굴이다. 예술에 사로잡히기 직전의 초상이다. 그림은 투명하게 비어버린 몸에 연꽃이 피어오르며 ‘꽃내(香氣)’를 내뿜는 관세음보살이다. 사람이란 말은 ‘사름’에서 비롯되었듯이 스스로를 살라서 불꽃이 되어버린 존재의 초상이다.

    몸은 거룩한 불의 심지다. 불꽃을 다 살라야 ‘없’에 든다. 사람은 몸 사름으로 ‘얼빛’을 크게 피워 올려서 마음 열린 ‘참나’가 된다. 그이가 ‘얼나(靈我)’이리라. ‘불숨’이 솟는 마음에 맑고 시원한 가락이 울리니, 그것이 또한 율려(律呂)이리라.

    여래(如來)는 잘 온 이요, 여실히 온 이요, 참(眞如)에서 온 이다. 본디 있는 그대로의 ‘참나’가 온 것이다. 그 ‘참나’가 늘 스스로 있는 ‘있(純粹存在)’이다. 그이가 여기에 ‘다시 옴(來)’을 일러 ‘있다시 온’이라 한다. 신대엽의 그림에서 불현듯 마주하는 초상들은 ‘있다시 온’으로 솟은 이들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과 사물과 풍경과 심지어는 바람과 여백까지도 그리 보인다. 그의 붓은 마치 마음으로 이어서 오시는 이들을 모시고 새기는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그림 그리운 붓이 그리움으로 새겨질 때는 ‘있다시 온’을 모시는 순간일 것이다. ‘있다시 온’에 솟는 그리움일 것이다. 그는 홀로 고요히 앉아 나날 내고 나날 낳고 나날 돋는 그림을 극진히 모셨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거룩하다.

    그림 모심에 그의 마음이 시원하게 비워지는 ‘얼 닦음’이 있다.

    선서(善逝)는 잘 간 이요, 피안(彼岸)에 잘 돌아간 이요, 깨닫고 깨달아 그 세계에 잘 이른 이다.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로 잘 돌아간 ‘참나’다. ‘예’는 여기요, ‘옛’은 저기다. ‘예’하는 깜빡 사이에 ‘옛’이 된다. ‘옛다시 가온’은 여기의 것을 다 잘 여의고 돌아간 이를 뜻한다. 그리워 이어지는 붓의 시간이 ‘있다시 온’을 모시는 순간이라면, 붓이 지나간 그 모든 자취와 자국들은 ‘옛다시 가온’이다. 화면의 곳곳에 두루두루 몸을 지어 일으키고 마음을 이어 키우고 얼을 틔워 솟아낸 흔적들은 감응의 자취요 감흥의 자국이니까. 신대엽은 눈 감은 몸에 속눈 뜬 마음이 오르내리는 ‘그림짓’을 펼쳤다. 환하게 속눈 뜬 마음이 눈 감은 몸을 휘감아 신명을 틔운 것이다. 그 신명의 깊은 힘으로 날숨을 내어 아주 높은 그림의 지경을 그려냈다.

    극진히 묘사하되 정신을 그려 넣지 않으면 ‘그’가 아니라는 전신사조(傳神寫照). 잘 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미가 실을 내듯 참 마음을 내는 것이다. 진심(眞心)이다. 온 정성을 다하고 골똘히 힘쓰는 열심(熱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바로 참 마음이다. 진심이 없이는 그림 그리운 그리움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그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잇닿아 마음을 뒤흔드는 느낌의 힘은 바로 그 참 마음에 있다. 마음을 다하는 자리에 솟은 것이 그의 그림이다.

    <열쇠가게>, <자전거포>, <찰리샵>, <춘천여고 언덕길>, <소양로> 등은 전신사조의 미학이 풍경으로 스며서 깊이를 이룬 작품들이다. 사람이 깃들어 사는 곳은 무엇 하나 신령하지 않은 곳이 없다. 깃들었으니, 그가 풍경에서 찾는 것은 풍경의 속살이다. 속살의 무늬다. 그는 그 무늬 하나하나를 그리며 겹겹에 갇힌 풍경의 역사를 길어 올린다. 그것은 그곳을 살았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풍경이 한 가지로 똑 같은 무늬를 이룬 자리에 솟는 것이 ‘기억’이라는 돋을새김이다.

    <번개시장>과 <아이들 놀이>는 기억의 돋을새김이 드넓게 몽타주를 이룬 만다라다.

    신대엽은 이번 전시 주제를 ‘말하는 그림’이라 하였다. 이것은 그의 그림이 ‘보는 그림’이 아니라 ‘듣는 그림’이라는 걸 뜻한다. 언뜻 보기에 그의 그림은 잘 그린 그림이기에 보는 즐거움을 주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그리움’의 소리다. 그리워 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그리움’의 소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때로 애절하고 간절하여 벅차오른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겉에서 울리는 소리다. 속으로 울리는 소리는 맑고 싱싱하다. 가고 오는 때 사이사이에 솟은 그림들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투명하게 비워진 자리에서 그가 전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연전에 친구들과 각자의 5년 뒤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고려불화 급의 작품을 그려 보겠다,”고 했었다. 그날 이후 고려불화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브뤼겔의 작품들, 북송의 장택단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같은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 사라지는 시장의 북적 거리는 모습, 하교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구멍가게, 골목에 뛰어나와 노는 아이들, 단원 김홍도가 그랬듯이 우리의 산하, 우리 이웃의 사는 모습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보고 싶다.
    - 작가노트 中

    전시제목신대엽: 말하는 그림 : 畵話

    전시기간2023.09.13(수) - 2023.09.24(일)

    참여작가 신대엽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개나리미술관 Gallery Gaenaree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동내면 거두택지길44번길 7-19 )

    후원춘천문화재단

    연락처070-8095-3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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