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섭 사진전_더딘 대화, 경주
2010.09.07 ▶ 2010.09.19
2010.09.07 ▶ 2010.09.19
이일섭
더딘 대화, 경주 경주, 120x60cm, 2000, 개인소장
이일섭
더딘 대화, 경주 120x60cm, 2000
이일섭
더딘 대화, 경주 120x60cm, 2006
이일섭
더딘 대화, 경주 120x60cm, 2006
이일섭
더딘 대화, 경주 120x60cm, 2006
경주 남산의 마애불. 천 오백년 전에 태어난 불상의 화강암 옷자락에 오늘 아침의 햇살이 내려쬔다. 돌부처들은 말없이 말하기까지, 천년이 걸렸다. 두 손을 합장한 채 엎드린 어머니들의 기원도 천여 년 전의 기원과 같기는 마찬가지다. 절집 마당에 선 3층 석탑은, 하늘과 땅 사이를 이어 숱한 기원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중이다.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 경주에서는 이처럼, 천 년이 오늘이고, 오늘이 또한 천 년 같은 일들이 노상 벌어진다. 돌부처에도, 둥두렷한 봉분에도, 온갖 곳에 말과 말씀이다. 그러나 그 말을 알아듣는 이 얼마나 될까.
사진가 이일섭은 삼심대의 수년을, 서울에 터를 두고 경주를 가고왔다. 한 달에 반 이상을 경주에서 지낸 해도 있었다. 그 기간 동안에 그가 한 일은 걷는 일이었다. 처음엔 물론 ‘사진을 찍으러’ 경주에 간 것이었다. 그러나 찍을 수 없었다. 조급한 마음으로는, 경주 땅의 곳곳에서 천년을 갈 다듬어 전하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 일이 하냥 걷는 일이었다. 걷고 걷고,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갈 무렵에야, 경주의 언어가 들려왔다. 더디게 대화가 시작되었고, 더디게 이어졌다. 오는 9월 7일부터 19일까지 류가헌에서 전시되는 이일섭 사진전 <더딘 대화, 경주>는 바로 그 대화의 결과물이다.
경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 정일근은 ‘경주에서는 두 발이 가장 밝은 눈이며, 신라를 보는 가장 맑은 렌즈다’라고 했다. 그것이 ‘신라로 돌아가는 통섭(通涉)’이라고도 했다. 발로 경주를 읽어낸 이일섭의 사진이 오롯이 그러하다.
■ 전시 서문
이일섭 사진 ‘경주’에 부쳐
신라로 돌아가는 통섭(通涉)
글 / 정일근 시인 · 경남대 교수
경주(慶州)는 걷는 곳이다. 걸어야 보이는 곳이다. 걷지 않고 경주를 본다면 그건 유물과 유적의 기념사진일 뿐이다.
많은 사진가들이 경주를 보려고 했다. 경주의 그늘 뒤에 퇴적되어버린 신라(新羅)를 보려했다. 신라는 사라진 제국이다. 사라진 제국을 보려는 것은 사람의 욕심이다. 욕심이 볼 수 있는 것은 허망뿐이다. 허망을 경주라 말하지 마라. 허망을 신라라 이름 하지 마라. 허망 앞에서 더 이상 기념사진을 찍지 마라.
사진가 이일섭은 경주에서 오랜 시간 발로 걸었다. 지난 해 한 권의 사진집으로 경주를 기록한 그가 다시 경주를 걷는다. 보라, 돌부처의 발이 그의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 감나무는 까치밥을 남기고, 경주 남산(慶州南山) 부처바위 속의 노승(老僧)이 돌을 밀고 나온다.
내가 오래 마음 주는 것은 저 경주 남산 용장골 용장사(茸長寺) 터 3층 돌탑이다. 탑이 흔들리며 손을 흔든다. 탑이 살아 있다! 탑이 살아있기에 경주가 살아있고 신라가 살아 있다. 내 일찍이 오르면 오를수록 높아지는 산이,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깊어지는 산이 경주 남산이라 했는데 살아있는 탑을 만나며 무릎을 친다.
경주에서는 두 발이 가장 밝은 눈이며 신라를 보는 가장 맑은 렌즈다. 그것이 신라로 돌아가는 통섭(通涉)이다. 발로 경주를 읽어낸 이일섭의 젊은 사진이 오롯이 그러하다.
■ 작업 노트
무엇이 무엇으로 향하는 것이 보일 때,
그리고 그 앞에 도달해 있음을 알아차릴 때
질긴 속살의 딱지가 떨어지는 것 마냥 아프고도, 반갑게 설렌다.
나이 든, 큰 돌이 이제 막 움직이려 한다.
꿈쩍도 할 것 같지 않던, 말없는 생명체의 움직임 앞에 숨죽인 탄성.
나에게 경주(慶州)는 재미지고 무거운 친구이다.
서로를 받아들이는 시간은 사람의 관계보다 길었다.
서로 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을 보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것의 매개(媒介)를 찾는 시간도 필요했으며, 더디 진행되었다.
젊은 날의 대화는 끝났다.
정확히 말해 나이 드는 속도는 내가 더 빠르다.
그동안 나누고 간직한 우리의 대화를 보여주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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