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명수
City Scape Oil on canvas, 193.9x259.1cm, 2010
함명수
City Scape Oil on canvas, 130.3x193.9cm, 2010
함명수
City Scape Oil on canvas, 130.3x193.9cm, 2010
함명수
City Scape Oil on canvas, 89.4x130.3cm, 2010
함명수 - 붓질의 변이로 전도된 세계
박영택(경기대학교교수, 미술평론)
회화는 캔버스의 표면, 피부 위에서 서식한다. 그곳은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지시하거나 관념적인 공간을 떠올려주거나 생성한다. 따라서 회화의 표면은 기이한 장소다. 서구전통회화가 내부로 하염없이 들어갔다면 모더니즘은 평면성이라는 물리적 조건만을 강박적으로 추구했다. 반면 오늘날 회화는 ‘표면’에 주목하는 것 같다. 그 표면성은 모더니즘과는 조금 달리 안과 밖의 경계에서 간절하게 생을 영위 한다고나 할까. 그 두 개의 층위를 동시에 사고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다양한 방식으로 그러한 표피성, 껍질에 천착하고 있는 것 같다. 새삼 그 표면을 거점 삼아 새로운 회화, 회화에 대한 회화, 아니 회화를 넘어서는 회화(메타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회임하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도 보게 된다.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인 표면에 대한 독자한 인식과 상상력 및 해석, 그리고 그것을 외화 하는 붓질에 의해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화는 부단히 환생하고 새로이 호명된다. 함명수 역시 그렇게 회화를 다시 호출하고 있다.
함명수는 “회화의 문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 표면에서 역설적으로 외부와 내면의 세계를 성찰한다”고 적고 있다. 회화의 문지방이란 표현이 재미있다. 그는 그 문지방에서 안과 밖을 동시에 끌어안으려 한다. 표면은 내부이자 외부이다. 내·외부가 한 몸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림은 죽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밖으로 나갈 수 도 없다. 그러나 표면은 그 모든 효과를 동시에 자아낸다. 결국 모든 그림은 주어진 표면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표면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문제, 그러니까 자기만의 표면에 대한 감각과 처리를 보여주는 일이 회화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함명수의 그림은 우선 그 표면에 여러 변이를 일으킨다. 다소의 기괴함, 유머 혹은 낯설음 내지는 기이한 변태가 두드러기처럼 일어난다. 그것은 우선 붓질의 특이함에서 온다.
물감을 머금은 붓질들은 특정 대상을 연상시키고 이를 재현하는 것 같지만 기실 그것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 자족적인 어떤 상황, 질감, 감각을 자극한다. 대상을 빌어 그것을 지시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것으로부터 기이하게 빠져 나와 자체의 살, 피부를 생경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 '이상한' 터치, 손의 운동들은 전체적인 도시풍경을 그려 보인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지만 부감의 시선과 왜곡의 상, 시선을 교란하는 구도, 환상적인 색채와 낯선 질감의 붓질이 자아내는 촉각성이 표면을 뒤덮고 있어서 기존의 보편적인 감각과는 다른 생경한 감각으로 뒤 덮인, 익숙한 대상의 표면을 마주한다. 재현적인 도시풍경이면서도 환상적이고 허구적인 풍경이고 붓질로만 이루어진 추상화이자 화면 전체를 몇 겹으로 감싼 중층적인 공간이 깊이를 동반하는 환영적 그림이다. 그 환영성은 인간의 눈이 인공적인 영상으로 번안되고 이를 지독한 아날로그적인 그리기로 대체되어 나오는 데서 증폭되고 아울러 기시감에 적셔진 세계가 중력의 법칙을 비롯한 모든 자연적 법칙을 교란하는 데서 오는 갈등으로 인해 더 커진다. 따라서 함명수의 그림에는 세계를 다른 몸으로 ‘이간’하는 데서 오는 쾌락과 유머가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는 붓질로 이 거대한 도시를, 우리들의 인습적인 사고와 감각을 희롱한다.
관습적인 붓질의 운용에 의해 칠하거나 그었다기 보다는 꼬불거리고 줄줄 흐르고, 꿈틀대고 흔들리는 느낌을 안기는 붓질, 붓의 신체성이다. 작가 역시 그 붓질에 의탁해 자기 몸의 진동을 표현한다. 전체적으로 균질하게 도포된 작은 붓질의 꼬불거림은 마치 서체적인 리듬과 음율적인 파동을 안긴다. 그림에서 소리가 난다고 할까. 또한 그 붓질은 이상한 질감을 연상시킨다. 모든 존재가 본래의 것이 아닌 그와 너무 다른 질감으로 감싸였기에 세상의 풍경은 더없이 기묘하다. 껍질의 변화 자체가 익숙한 존재에 대한 기억과 학습된 경험을 반전시킨다. 그렇게 캔버스 표면에서 사물의 표면들이 전복된다. 털이나 풀, 면발 등을 떠올리는 붓질이 익숙한 대상의 외형을 대신한 것이다. 그래서 함명수의 그림은 그 표면이 자아내는 기이한 질감의 혼돈으로 인해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감각적 전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감각은 그러니까 회화에 들러붙는 망막중심주의가 아니라 망막 이외의 또 다른 감각들을 흡입해내는 것이다. 변태를 일으키는 세계! 그런데 그는 이를 여전히 전통적인 물감과 세필의 붓질로, 너무 오래 그리고 많이 그리는, 과잉의 회화를 만든다.
함명수의 근작은 도시풍경이다. 자신의 작업실 주변 풍경(골목길)이나 번화한 도시의 경관을 파노라마로, 공중에서 부감하는 시선으로 일으켜 세워서 보여준다. 작업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길가 풍경과 골목길의 허름한 가게와 담벼락, 고단한 삶을 연상시키는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이 있는 풍경은 소시민의 삶의 내음으로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화려하고 스팩타클한 도시의 전경이 장관으로 펼쳐져 있다. 골목길 풍경에 비해 도시의 전경은 드라마틱하고 격렬한 동세가 느껴진다. 휘황찬란한 도시가 전해 주는 ‘발광’하는 감각이 붓질의 맛으로 전이된다. 나로서는 이전 작업에 비해 근작이 그가 구사하는 붓질과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골목길이나 정적인 느낌을 주는 길가 풍경보다 다이내믹한 도시 풍경을 부감한 그림이 훨씬 극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림이 무척 화려해졌고 기법도 능란해졌으며 그림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러나 이 세련된 그림이 너무 매끄러운 장식성으로 스타일화 될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든다.
작가는 우선 연필로 밑그림을 상세히 그린 후 그 위에 아크릴로 대략적인 밑색을 칠하고 윤곽과 볼륨, 그림자를 잡아둔다. 그런 후에 그 위로 유화물감을 올린다. 그 사이로 밑그림들이 드러나고 남겨진다. 다시 밑그림을 이용한 또 다른 흔적이 파생한다. 그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운 상상을 뽑아낸다. 밑그림을 통해 또 다른 장면을 만들고 시간과 속도,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다시 그 위에 얹힌다.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이 붓질이 순간 볼륨과 공간감을 갖고 면발이나 털실의 느낌 등을 유발하는 터치로 나간다. 구체적인 대상인 동시에 부단히 붓질, 색채를 머금은 기이한 물질의 흔적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마치 반딧불이나 별빛, 혹은 얼룩과 번짐이 느닷없이 화면/표면 곳곳을 날아다니며 보는 이의 시선을 멈췄다가 이리저리 몰고 간다. 대상에 주목하다가 문득 붓질과 얼룩으로 돌아오고 다시 도시풍경으로 나아가기를 반복한다. 회화란 그런 이중의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이미지이자 물질이고 물질이자 이미지다. 표면이자 깊이이고 안이자 밖이다.
함명수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표면에 다양한 질감이 변화를 유발하는 회화, 재현적 목적이나 다소 커다란 주제에 함몰되는 붓질이 아닌 세부로 천착하고 표면에 온갖 변태를 일으키며 나아가는 붓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붓질은 결국 몸에 대한 또 다른 은유일 것이다. 그런데 대상을 빌어 그것을 다른 감각, 신체로 성형하는 일은 또 다른 감각의 표면에서 사는 일이고 이는 자기 신체표면의 위상학적 변태를 일으키는 일과 동일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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