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전(순환-생명의 땅)

2012.06.13 ▶ 2012.06.19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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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2년 06월 13일 수요일 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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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승

    호접몽 한지에 수묵, 146x205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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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승

    순환-생명의 땅 한지에 수묵, 91x116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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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승

    상생 한지에 수묵, 79x76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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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승

    심상-명상 한지에 수묵, 162x130cm, 2012

  • Press Release

    이재승의 작품세계 : 순환의 고리를 통한 사유의 세계
    이태호(미술평론가, 익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

    칠흑같이 어두운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는 마치 이제 막 태어난 신생 우주공간의 그것처럼 암흑과 텅 빈 혼돈의 카오스( Chaos)를 연상시키다. 하지만 이내 그런 혼돈의 무질서 속에서도 크고 작은 에너지는 서로 얽히고설켜 새로운 생명체를 머금은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고 이런 카오스적인 혼돈과 무질서 속에 내포되어 있던 역동성과 새로운 에너지는 곧바로 우주를 진동시키면서 새롭게 탄생될 천지(天地)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화가 이재승이 이번에 전시하게 될 <생명-현(玄)>이라는 대작(大作)에 대한 느낌이다. 필자가 이처럼 서두에서 마치 창세기의 천지창조나 혹은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인 반고(盤古) 신화를 연상시키는 화두로 시작한 연유는 이재승의 <생명-현(玄)>이라는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그가 선보이게 되는 여타의 간결하고 사유적(思惟的)인 작품들과는 달리, 매우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이번 전시의 주제 역시 암시적으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부분적으로 바라보면 얼핏 무질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 전체를 조망(眺望)하고 있노라면 무질서 속에서도 강렬한 표현력과 함께 조화로움이 엿보인다. 아마도 카오스적인 혼돈과 무질서의 공간 속에 내포되어 있는 역동성과 강렬한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명말, 절파(浙派)의 계보였던 광태사학파(狂態邪學派)의 오위(吳偉)나 장로(張路), 왕악(王愕) 등이 만취하여 동료의 머리에 먹물을 묻힌 후 화지(畵紙) 위에 끌고 다닌 후 그 흔적을 보면서 즐겼던 것처럼, 이재승의 <생명-현(玄)>이라는 작품 역시 다분히 행위적이고 표현적인 느낌이 매우 강하다. 뿐만 아니라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행위'하는 장소로서의 화면 그 자체를 중요시 한 반면, 이재승의 이 작품은 자연과 사물들 너머 저 멀리 존재하고 있는 근원적인 생명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흔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 속 무질서와 질서 사이의 대비와 충돌의 양태 속에서 탄생된 새로운 에너지는 이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텅 빈 공간, 다시 말해 무(無의) 공간에서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되고 있다.

    한국화가 이재승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품의 주제는 <생명-순환의 땅>이다. 작가가 그 이전에 탐구했던 <심상-명상> 이후의 연작들인 것이다. 이재승의 초기 작품들이 한국화가 담아낼 수 있었던 사물과 자연의 외형적인 ‘형상(形象)’에 대한 탐구였다면, 최근의 작품들은 사물 자체에 대한 ‘현상(現像)과 물성(物性)’, 다시 말해 사물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탐구로 완전히 귀결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이번 작품들 또한 외적으로는 한결 더 단순화되고 간결한 특성을 보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작품의 깊이나 내재적인 의미는 작가의 내공만큼이나 더 깊어지고 더 심오해졌다. 고요함 가운데에서도 끊임없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느낌이랄까?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자기 자신을 버리고 비워내는 인고(忍苦)와 성숙의 과정을 거쳤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그의 이번 작품들은 존재하는 모든 대상의 외형이 아닌 원형(原形)을 사유하며 그 본질에 대한 내면의 성찰을 통해 한국화의 근본이 되고 있는 ‘정신성’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과 현대적인 시각과의 조화로움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주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심상-명상> 연작 이후 ‘생명과 순환’이라고 하는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이번 주제는 우주와 인생을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사상이었던 동양의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도가사상(道家思想)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노자는 만물의 근원을 무(無)라 하였고, 무는 곧 자연이며 이는 생명의 근원을 이룬다고 하였다. 장자 역시 인간의 절대적인 자유와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주장하였다. 이재승의 몇몇 작품에서 꿈속의 나비와 자기 자신을 혼동했던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연상되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아울러 필자가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재승의 작품 역시 아무 것도 없는 무(無)로부터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되고 이러한 생명체는 결국 다시 무(無)의 세계로 돌아가는 순환의 고리를 암시하고 있다.

    이재승의 이번 작품들은 ‘흑(黑)’과 ‘백(白)’이라고 하는 전체적인 특징이외에도, 묵(墨)을 통한 형상과 여백뿐만이 아니라, 구도적으로도 좌우, 혹은 상하 대칭이라고 하는 이중(二重)적인 구조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재승의 작품에서 보이는 이런 이중적인 구조들이 노자와 장자의 그것처럼,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는 이분법적으로 대립된 경계도 아니고 적대적인 구조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흑과 백, 여백과 형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한국화의 ‘여백(餘白)’은 서양화의 ‘공간’과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서양화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텅 비어 있는 공간이라면, 한국화의 여백은 작가만의 ‘호흡’과 ‘정신’을 담은 ‘사유(思惟)’의 공간, ‘성찰(省察)’의 공간, 동시에 ‘비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도 이재승의 작품에서는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서양의 공간에 대한 개념이나 동양의 여백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는 같은 개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여백은 작품화면에 자리 잡고 있는 ‘형상과 색채’ 와 분리된 이면(異面)의 공간이나 이분법적으로 분리되는 공간이 아니라 상생(相生)을 위한 공간이자, 이런 상생을 근본으로 탄생된 ‘채움’의 공간 역시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재승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는 여백은 ‘비움’의 공간이자 역설적으로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는 공간, 즉 ‘채움’의 공간이라고 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여백과 공간 역시 순환의 고리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 공간은 ‘텅 비어있거나’ 혹은 ‘채움과 무한(無限)’을 동시에 의미할 수 있는 순환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 이재승에게 있어 비움과 채움의 공간인 여백과 형상, 혹은 흑과 백은 단절된 사물들과의 소통과 관계의 출발점이자 ‘생명’의 원천이라고 하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탄생과 소멸, 이성과 감성, 육체와 정신, 앞과 뒤, 양(陽)과 음(陰), 남성과 여성 등 표면적으로는 반대의 개념이거나 혹은 상반된 개념들이 궁극적으로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한쪽이 있음으로 해서 다른 한쪽이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지닌, 함께 어우러져 갈 수밖에 없는 상보적(相補的)인 관계, 혹은 순환적인 관계로 존재한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오랜 성찰을 통해서 알고 있는 듯하다. 앞(前)이 있기에 뒤(後)가 있고, 남성이 있음으로 해서 여성의 의미가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소멸이 있기에 탄생의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 역시 그 진정한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승의 이번 작품들은 이런 상생의 의미, 순환의 의미를 사유할 수 있는 다양한 장(場)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의 필묵과 먹빛은 또한 어떠한가! 자연을 바라보면서 대상의 모든 것이 먹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는 먹의 농담을 통한 여운(餘韻)과 사유(思惟)의 세계를 창조해내고 있다.

    한국화가 이재승은 이처럼 조용하지만 생명력이 담긴 그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통하여 사물들 너머 저 멀리 내포되어 있는 근원적인 생명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세계를 창조해내고 있다. 지속적인 사유와 성찰 속에 탄생된 그의 작품 속에서 앞으로 거장(巨匠)으로서의 숨결을 기대해본다.

    전시제목이재승 전(순환-생명의 땅)

    전시기간2012.06.13(수) - 2012.06.19(화)

    참여작가 이재승

    초대일시2012년 06월 13일 수요일 06: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

    연락처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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