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민 - 보다

2013.07.01 ▶ 2013.07.07

팔레 드 서울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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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3-07-01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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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민

    소나기 Passing rain nylon/special yarn, installation view, 2013,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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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민

    무지개 계곡 Rainbow canyon acrylic on canvas, 130x162cm, 2013,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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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민

    오늘 Today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13,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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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민

    겨울부채 2 Fan in the winter 2 acrylic on canvas, 117x90cm, 2013, 개인소장

  • Press Release

    <성진민 평문> 몽환적 실존의 보물을 찾아서
    전시회를 두 달 여 앞두고 작가의 아틀리에를 처음 찾아갔을 때 작가는 물감으로 얼룩덜룩해진 진홍색 낡은 앞치마를 두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옆 벽면으로 무지개들이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었으며, 새로이 구입한 물감들이 운반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시회를 한 달 여 앞두고 다시 그곳을 찾아갔을 때 처음 보았던 무지개들은 덧씌워지거나 흘러내리고 있었고, 산들은 무지개를 품고 있었으며, 체스판 위로는 새로이 부채가 펼쳐지고 있었다. 작가의 두 손은 물감으로 얼룩졌지만 두 눈은 빛나고 있었다. 전시회를 보름 앞두고 찾은 작가의 아틀리에 한편에서는 백색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류직하 삼천척. 설치작품인 소나기는 쌍무지개와 함께 벽을 타고 흘러내려 마룻바닥을 휘감고 있었다. 아틀리에 밖 플라타너스가 진초록으로 변해가는 동안 아틀리에 안 무지개들은 한결 농염해졌고, 산들은 더욱 넉넉해졌으며, 부채들은 이제 체스 판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덩달아 작가의 앞치마는 더욱 낡아졌고, 작가의 눈은 먹이를 쫓는 매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었다. 쓰레기통은 다 쓴 물감병들로 가득 채워졌으며, 그만큼 작가의 공간은 채워지고 있었다. 무지개와 산, 계곡과 소나기…, 마무리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인 작품들을 둘러보는 순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이 떠올랐다. 마르케스의 말을 빌리자면 ‘돼지꼬리 달린 아이가 태어나기를 원치 않는 가족의 이야기’가 가진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들로 뒤덮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짜임새가 작가의 아틀리에에서 재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초현실적이라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아 더욱 바라보게 되거나, 반대로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도저히 고개 돌릴 수 없는 성진민 작가의 우의적이고도 몽환적인 작품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작가의 정신과 경험, 고민을 녹여서 물체화 한 것이 바로 그림이잖아요? 가끔 여우비 내린 뒤의 무지개를 봐요. 처음엔 희망으로 시작해서 공허, 허상 같은 것으로 끝맺죠. 갑자기 나타나는 순간성을 보면서 무척 신기하고 좋아하지만, 정작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간과 찰나성을 갖고 있지요.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찰나의 시간에 아름다움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는 동경과 희망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잡히지 않을 그 무엇. 순간 기약도 없이 나타나 비 그친 뒤의 푸른 하늘을 한껏 수놓았다가 순간 사라져버리는. 저 언덕 너머 실재하는 듯 했던 무지개는 기체처럼 날아올라가 사라져버린다. 순간 기뻐 들떴다가 순간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허탈해지는. 그러나 정작 변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움직이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바로 생명력이자 이상이다. 작가는 그래서 무지개가 아름답다고 한다,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고 마는 그 찰나에. 움직이고 변화해서 사라지고 찌그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치 않는 그 무언가 때문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불교 철학에서 말하는 아트만 Atman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객관 세계를 마주한 자아와도 같은. 실체를 갖고 있으면서도 실체가 아닌. 마음이 일체 만법이고 일체 만법이 마음이라는.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한 지혜일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크고 작은 이야기가 버무려져서 작품으로 보이게 되잖아요? 돌이켜보면 그간 내 자신의 경험에서만, 지난날에 대한 기억과 시간성에만 의존해 왔어요. 세월을 겪으며 이제 자연과 풍경,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지요. 여유가 되어서인지. 이전에는 내 안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이야기들이었다면, 지금은 산과 계곡, 무지개를 통해 나를 향한 이야기, 나와 이루어진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된 서양철학과 공맹 사상에서 태동한 동양철학의 근본적 차이를 들라고 하면, 서양에서는 존재론에 대한 천착이 깊었던 데 비해 동양에서는 관계론적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과 유희로 사물을 비틀어보며 시간과 존재, 사회 구조와 여성성에 주목했던 지금까지의 작가 붓끝은 실존적 관점에서 이제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향해 돌려진다. 실체가 없는 일체만법의 표상으로서 정신은 영롱하게 이미지화되고, 관계 속에서 흐르고, 안기고, 얽히다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기호로서의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분에 넘칠 의미를 부여받게 되고, 기존 사물과 부딪히며 일그러지고 사그라지다가 다시금 흐르고 안기고 얽힌다. 그림자는 미끄러지듯 더욱 길게 드리운다. 작가가 의도하는 정신과 이미지다.

    “내 마음 속에 산과 물, 하늘, 무지개,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걸 직접 드러내기는 어렵잖아요? 내면 깊숙이 할 말은 많은데, 쉽게 꺼내지 못하는 거와 마찬가지죠. 여러 중첩된 이미지로 물감을 덮고 다시 긁어내고 떼어내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밑에서 올라와 보이는 색깔들, 안보이거나 희미한 것들, 그냥 쉽게 보이는 색상보다 훨씬 깊이가 있지요. 꿈이 그렇잖아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에 힘든 때도 있었지요. 움직이지 않는 건 없고, 그 움직임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 세상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하늘과 바람을 보고 느끼고 그걸 제 삶과 경험에 대입하면서 말예요.”

    눈에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과 선, 면의 구성에 머무르지 않고 흘리고 뿌리고 긋는다. 원근법을 과감히 배제하고, 비유클리드적 사영기하학을 작품에 적용한다. 이를 통해 면과 색감, 질감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변형되고 각색되며 다시 조립된다. 하여 무지개는 일상을 비집고 들어가고, 그 아래로 보이는 하늘과 산, 강과 계곡은 도발적이고도 유혹적으로 탈색되며, 세상 아름다움은 감추어져서 더욱 영롱해지고, 실존은 그늘진 비탈 계곡에서도 버티어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운다. 그렇게 삶은 지속된다.

    “젊은 날부터 천착해온 주제 중 하나가 ‘오늘’입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지요. 시각적으로 오늘 갔던 도시와 산, 오늘 집에서 한 일들. 감성적으로 보자면 오늘의 사랑과 배신,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 오늘이라는 속에는 비주얼과 감성, 관계, 추억, 시간이 다 들어있지요.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끄집어내더라도 나와 세상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전 작 「먼저 받은 유산」, 「여자의 치마는 열두 폭」 등과 같은 페미니즘적 시선은 「레고맨」, 「게임 1,2,3」처럼 게임과 유희를 통해 어린이를 닮고 싶은 욕망과 충동을 비트는 것으로 전개되었다. 모래시계 속 흘러내리는 시간과 함께 작가의 정신 또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며, 캔버스도 따라 진화하고 확장된다. 세상을 향해 걸었던 게임과 유희는 이제 규칙이 바뀌었다. 작가 스스로 게임의 상대로 타자화되며, 이로써 게임은 거칠 게 없고 유희는 끝 간 줄을 모른다. 초기작에서 절제되었던 작가의 심리적 상태와 감정은 더 이상 새장 속 파랑새가 아니고, 인형의 집을 나선 작가는 이제 더 이상 고정관념에 좌우되지 않는다. 기존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힘센 붓질의 원동력이다. 세상이 자신을 비틀지 못할 정도로 이미 강하다. 작가만의 이미지 라인이 유지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누가 보더라도 ‘아, 성진민 작가 작품이로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독창성과 개성을 뽐내고 있다.
    “그간 게임 이미지를 차용해서 사람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게 좁은 표현이었다면, 정신과 이미지라는 틀을 가지고 표현의 통로를 보다 넓게 열어서 작업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성진민 작가의 2013년 전시에 이어 그 다음이 벌써 기다려지는 까닭은, 그가 몽환적 실존의 보물을 작품 곳곳에 숨기고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최강문 _ 올벼 편집주간

    (인용문은 성진민 작가의 말)

    전시제목성진민 - 보다

    전시기간2013.07.01(월) - 2013.07.07(일)

    참여작가 성진민

    초대일시2013-07-01 18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é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연락처02-730-7707

  • Artists in This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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