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있는 사물 Object sitting

2017.11.10 ▶ 2017.11.19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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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덕

    앉아있는 사물 Sitting object 오르골 백동, 황동,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 오르골부품, 35x19x15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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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덕

    바이올린을 가진사람 a Man belonging to the violin 소조각 백동, 황동, 구리, 버려진침대의일부, 33x19x30cm, 2017

  • Press Release

    공예는 문명의 척도이다. 공예품은 시대의 생산구조를 반영하며 구성원의 문화를 함축한다. 순수예술이 시대정신의 선두라면, 공예는 그보다 한 보 물러나 있지만 그보다 더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예는 보편적인 삶과 긴밀하게 이어져왔다.
    사실 나의 관심사는 일용기물과 같은 ‘공예적인 사물’ 만은 아니다. 사물이 가진 물리적 기능 너머의 암시적인 어떤 것, 즉 사물의 알레고리allegory에 의한 사회적 기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다른 곳에도 알레고리는 존재하지만 사람을 닮은 공예가 발현하는 정서적 유대는 무엇보다 자연스럽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은유적인 사물들을 무대 위에 세워 몇 가지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금속공예의 정교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대상은 정물의 일부가 되어 물질과 인간에 관한 담론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잘 다듬어진 금속의 조각들은 시각적인 쾌감aesthetic value과 장식성을 드러냄으로써 이야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앉아있는 사물 Object sitting

    의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가구이며 동시에 상징이다. 사람의 몸과 관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체와 닮은 구조를 띄며, 생활을 위한 도구로서 양식에 따른 다양한 형태를 반영한다. 그래서 의자에 앉는 행위는 단순히 몸의 수고를 덜어내는 것 이상의 사회적 맥락을 가진다.

    삶은 의자를 둘러싼 투쟁이다. 태어나 일년을 맞이하는 돌잔치를 시작으로 제도권 안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 과정은 의자에 앉아있는 법을 익히는 일이다. 그 후 성장함에 따라 좀 더 안락한 의자에 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마침내 의자를 내어준 다음에는 직선의 상태로 누워 생을 마감한다. 의자 위의 삶은 인간의 양명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감성이나 광기의 반대 위치에 있기도 하다.

    앉아있는 사람은 문화적이다. 현대인의 문화활동 대부분은 의자에 앉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독서와 같은 지적 활동뿐만 아니라 여행 등 야외 활동에서도 대부분 의자에 앉아 이동한다. 그리고 법원이나 교회처럼 엄숙하고 숭고한 자리일수록 의자의 권위도 높아지는데, 이때 의자는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 혹은 존재를 상징한다.

    인간은 의자에 앉아 사고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고를 무한하게 자유로운 지적intellectual 활동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는 그렇게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어떤 의자에 식물처럼 앉아 있는 상태에 가깝다. 물론 이러한 집중력 있는 사고를 통해 인류가 끊임없이 진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자 뒤에 가려진 세상은 시선에서 분리되어 심연으로 사라져 버렸다.

    허상이 도착하는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많은 것을 어둠 속에 버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소한 인간 Vanitas

    바니타스vanitas 는 인생무상의 뜻을 가진 라틴어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일시적이며 영원하지 않기에 부질없다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내용을 의미한다. 16세기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사실적 정물화의 소재였던 바니타스는 부와 권력, 학문과 예술, 쾌락과 허영, 사치 등과 함께 죽음, 종말, 변질의 이미지를 가진 사물을 함께 나열하여 세속적 욕망의 덧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상공업이 번성했던 북유럽의 회화는 부와 권력을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갈망을 타고 성장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재는 왕관, 보석, 이국적인 사치품과 지도, 악기, 술과 담배 등 성공과 쾌락을 암시하는 도구가 주를 이루었다. 풍경화도 자연의 아름다움보단 그림의 주인이 소유한 저택과 임야를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바니타스 정물에서는 그림 한 켠에 거울이나 해골, 시계, 시든 꽃과 촛불처럼 죽음을 암시하는 사물을 함께 그려 넣어 시간의 유한함과 인생의 덧없음을 경각시키고 삶에 대한 반성을 제안한다. 즉 고대 로마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정신이 바니타스 정물화로 복원되어 죽음을 망각한 채 영원한 쾌락에 젖어 살지 말고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바니타스적 사고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삽시간에 뻗어 나가는 미디어는 정물화가 그랬듯이 탐욕을 과시하는 창구로 전락하며 이른바 ‘인터넷 허세’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실속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라는 뜻을 가진 허세문화는 껍질로 이루어진 소통의 세계이다. 이 안에서는 자아와 존재에 앞서 외부세계를 향한 욕망의 시선이 우선한다. 존재의 부재는 곧 상실의 파도를 이끌고 이를 넘기 위해 더욱 커다란 허세의 힘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지금의 우리사회이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사람의 원동력인 욕망, 욕망의 결과물인 미술품, 그리고 작품이 암시하는 욕망의 부정과 삶의 긍정을 함축하는 바니타스적 사물, 이 삼각의 순환 고리를 통해 우리가 무시했던 생의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시제목앉아있는 사물 Object sitting

    전시기간2017.11.10(금) - 2017.11.19(일)

    참여작가 한상덕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휴관일없음

    장르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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