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2010.05.26 ▶ 2010.06.01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옥인동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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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흐름001-풀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잉크, 83×100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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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흐름004-땅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잉크, 83×10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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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흐름006-산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잉크, 70×80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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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흐름010-나무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잉크, 100×83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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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흐름011_나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잉크, 100x85cm, 2009

  • Press Release

    시간이 흘러간 자리에 대한 기록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어지럼증이 이는 사진이다. 명료한 시각적 대상은 거의 부재한다. 겨우, 간신히 느낌으로만 감지되는 어떤 잔영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은 그 무엇을 재현하거나 보여주거나 하지 못한다. 특정 대상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사진은 사실상 사진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오히려 사진에 달라붙는 명료한 형상, 정확한 기록, 확고한 고정을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사진 밖의 세상을 연상하고, 실재하는 세상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한 순간, 어느 특정 시간의 편린일 뿐이다. 이미 사진 속에 들어온 대상은 사라지고 실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세계의 모든 것들은 형상을 빌어 잠시 허공 속을 부유하다가 다시 미세한 먼지로 흩어진다. 영원히 고정된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항구적인 모습 역시 가능하지 않다. 대상에 대한 재현을 통해 그 대상의 본질, 참 모습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모순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사물에 대한 시간을 멈추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은 죽어버린 순간이다. 허구화된 현재이며 부재의 증거이다. 사진 속에서 잘려져 있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 속에 우리가, 세계가 함께 공존해 있던 순간만이 기억될 뿐이며, 모든 사물이 소멸되어도 사진 속에는 그 순간이 불변한 채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시간은 흘러갈 뿐이고, 그 흐름은 인간의 의식 속에서 간파된다. 그러니까 시간은 인간의 탄생과 함께 있다가 인간의 죽음과 더불어 없어진다. 과거와 미래는 지금에는 없고, 우리의 의식인 기억과 기대를 통해서만 존재하게 된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의식이 없다면 결국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 시간과 함께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죽어버린 시간을 되살린다. 그러나 되살아난 시간은 분명 그때 그 시간이 아니다. 기억 속에 있는 시간은 막연한 것이다. 시간은 결코 재생되지 않는다.

    최수연이 찍은 대상은 자연이며, 그의 사진이 드러낸 형상은 그곳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이다. 특정한 공간에, 특정한 시간에 작가 자신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사진 속에는 명확한 증거적 자료는 부재하고 흔들림, 모호한 유동, 격렬한 흐름만이 부산하다. 그 사이로 작가의 짙은 그림자가 떨고 있다. 작가는 특정 대상을 찍었다기 보다 그것이 사라진 자리, 시간을 보여준다. 아니 보여주고자 한다. 특정 공간과 시간을, 그 안을 감싸고 채우고 있었던 어떤 흐름, 밀도, 분위기, 개인적인 느낌만이 입자가 되어 떠돈다. 그것은 어떤 우발성contingency의 결과다. 흔적이고 상처다. 빈 밥그릇 같은, 다 떠먹고 남은 텅 빈 바닥 같은 사진이다. 존재가 머물다 사라진 자리, 무엇인가가 흐르다 가버린 순간이다. 작가는 차마 보여줄 수 없고, 결코 시각화할 수 없는 것들을 애써 인화지 표면에 담았다. 사진은 어떤 흐름이 지나가다 멈춘 통로 같다. 있었다가 흐르다가 그렇게 덧없이 사라져버린 시간이 남긴 부재의 공간이다. 적막과 공허가 맴도는 구멍이다. 사진은 그런 느낌을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근작을 통해 최수연은 그런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현상으로부터 독립된 내용 없는 형식, 즉 1차원적 흐름으로 여겨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시간은 별도의 실체가 없고, 현상에 의지해서 존재한다. 현재는 단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순간마다 새로 나고 그와 함께 소멸한다. 그렇게 시간은 연속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단절적이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시간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실체가 아니다. 때문에 순간도 없고 영원도 없다. 있다면 그저 부단한 ‘차이화’가 있다. 즉 차이를 발생시키며 나아가는 시간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존재란 차이화의 산물인 동시에 시간의 산물이다.
    작가는 단절의 순간에 남겨진 공허를 본다. 자신이 분명 보았던 것들, 현존했었던 것들이 이제 막 지워진 자리, 다 지나간 자리에 남아 떠도는 것을 상흔처럼 간직했다. 시간은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시간 지속의 주체는 분명 신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 의식의 주체는 인간이다. 사라진 시간의 자리를 기억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이 시간을 단절하여 거기에 시간 내용을 넣었으므로 인간은 단절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즉 지속을 단절해서 무를 개입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의식, 작가 자신의 의식이자 느낌이다. 그 느낌이 어떻게 사진으로 남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막 새들이 지나가고 돌연 적막만 남은 빈 풍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느낌이다. 작가는 말하기를 그런 장면을 저절로 찍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세계와 이 시간을 그렇게 우발적으로 만났다. 우발적 만남은 상처를 남기고 다시 떠나버렸다. 새떼처럼. 그 자리에 환청처럼, 잔상처럼 무언인가가 남아서 떠돈다. 잘 잊히지 않는다. 그때 그의 사진기가 그 자리에 있었다.

    작가노트
    흐르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시간과 함께 사물도 흘러가고, 그것들이 흘러간 자리 홀로 남아있던 공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해갈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공간조차도 시간처럼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다. 다만 사진은 그 현상을 기록할 뿐이다. 새떼가 지나간 자리, 빛이 잠시 머물다간 자리,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 자리, 바람, 물, 사람, 산이 있던 자리. 시간과 사물이 흘러간 자리, 그 공간도 이미 흘러가고 없다. 흘러간 시간과 사물, 그리고 소멸해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낭만적이고 꿈같은 시간에 관한 자연의 기록이다.

    전시제목흐름

    전시기간2010.05.26(수) - 2010.06.01(화)

    참여작가 최수연

    관람시간10:00am - 07:00pm
    공휴일: 오전 11시 00분 ~ 오후 7시 00분, 마지막 목요일: 오전 10시 00분 ~ 오후 12시 00분

    휴관일없음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옥인동 62 )

    연락처02-720-8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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