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중: 오브제, 소멸과 재생

2019.08.06 ▶ 2019.08.18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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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9년 08월 06일 화요일 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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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길중

    오브제, 소멸과 재생 inkjet Prin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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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길중

    오브제, 소멸과 재생 UV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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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제, 소멸과 재생 UV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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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제, 소멸과 재생 inkjet Prin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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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제, 소멸과 재생 inkjet Print, 2019

  • Press Release

    1.

    시소(see saw)


    우리는 우리 기억 속에 저장된 이미지로 사물을 판단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물에 변형을 줌으로써 조금은 낯설게 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형상과 색으로 사물을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나는 사물을 불에 태워 색을 지운 후 사진을 찍었다. 형상만으로 사물을 인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물을 볼 때 기억된 이미지로 판단을 하지만, 색을 지워버린 사물은 기억된 이미지와 다르기 때문에 판단을 하는데 멈칫거릴 것이다.

    나는 사물을 불에 태워 색을 지우고 찍은 사진들을 프린트한 후 이미지 해체를 시도했다. 똑같은 사진을 두 장 프린트해서 한 장은 수직으로 자르고 한 장은 수평으로 잘랐다. 그러자 사진 속 사물들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파편으로 나뉘어졌다. 이렇게 잘게 잘린 두 장의 사진을 씨줄과 날줄을 직조하듯 엮어 자르기 전의 이미지로 재조합 했다. 사실은 같은 이미지이나 다른 이미지로 재생성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상의 형태를 무너뜨리지 않고 그 안에 내재된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고 싶어서다. 이미지의 조각들을 퍼즐놀이 하듯 하나하나 맞춰 나가면서 사진에 박제된 피사체를 전에 없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완성된 사진은 0.5cm 픽셀의 조합으로 구성된 셈이다. 색을 지워버려 그냥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미지를 잘게 잘라버렸으니 바라보는데 더욱 방해가 될 것이라는 걸 나도 안다.

    우리가 사물을 특히 사진 속 사물을 보고(see) 보았다(saw)는 것은 무엇을 인지했다는 것인가! 우리 기억 속에 고정된 이미지의 사물을 보면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는다. 사물이 놓인 배경과 구도와 프레임에 잠시 눈길을 주기는 하겠지만 그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물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물에 변형을 줘 사진을 찍고, 관람자의 시선을 조금 더 붙잡아두기 위해 프린트된 이미지를 해체해 재조합 해 본 것이다.

    2.

    2019년 4월에 발생한 고성, 속초 산불 피해지역을 일주일이 지난 후 찾아갔다. 피해의 심각함을 보여주고자 함은 물론 아니고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사진가의 본능이 발동한 거다. 화마가 휩쓸고 간 가옥들에 숨어들어가 불 탄 오브제들을 기록한 거 또한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게 내가 끌려 들어간 것이다.

    나는 시화호 근처 형도라는 섬에 쓰러진 채 살아가는 나무들의 삶을 기록한 를 ‘갤러리 나우’ (2014)에서 전시했고, 2012년부터 5년간 장애인들의 삶을 기록한 을 ‘혜화역전시관’(2013), ‘서울시청’(2015), 시드니 ‘Head On Photo Festival’(2019)에서 시리즈별로 발표했다. 북아현동 재개발지역의 철거를 앞둔 집들과 그곳에 버려진 낡은 집기들을 기록한 <기억흔적> 은 ‘류가헌’(2015)에서 전시를 했고,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무덤 700여 곳에서 촬영한 석상들을 <석인의 초상> 이란 타이틀로‘갤러리 사이’(2016)에서 발표했다.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건축미가 뛰어난 법당들을 촬영한 <큰법당>을 ‘류가헌’(2018)에서 전시를 한 바 있다.

    문예비평가 유헌식 교수(단국대 철학과)는 나를 평한 작가론에서 ‘윤길중의 눈에 들어온 대상은 하나 같이 보잘 것 없이 미미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안에는 관통하는 하나의 작가의식이 숨어 있다. 되살리기(re­naissance)의 의식(儀式)이다. 죽은 것 혹은 죽어가는 것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생명의 의식이다. 그는 죽어 있는 것을 다시 살리는 재생(再生)을 지향한다.’ 고 나의 작업에 대한 맥락을 짚었다.

    중심에서 밀려나 방치되어 있는 것들에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가져온 것은 나의 직업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나는 1994년부터 사용되고 난 후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생하여 새로운 원료로 만들어내는 일을 해오고 있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을 재생하여 다른 제품으로 살아가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사물이나 생물에게는 주어진 자연수명이 있다. 갑작스런 재해로 수명을 다한 집기들에게 사진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을 수는 없는 일이디. 불에 탄 채 어두운 곳에 방치되어 있는 파편들에게서 문화적 숨결을 읽어내기도 쉽지 않다. 나는 단지 파편들에게 눈길을 사로잡혔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듯 하는 그들의 표상을 3일 동안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다. 불행한 오브제들에게서 삶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꼈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란 걸 안다.
    ■ 윤길중

    전시제목윤길중: 오브제, 소멸과 재생

    전시기간2019.08.06(화) - 2019.08.18(일)

    참여작가 윤길중

    초대일시2019년 08월 06일 화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2관)

    연락처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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