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선: 어머니의 노래, 아버지의 진주展

2021.09.28 ▶ 2021.10.07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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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선

    어머니의노래 140x200cm, 연필,한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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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선

    어머니의노래 80x110cm, 자개,옻칠,한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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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선

    어머니의노래 80x110cm, 자개,옻칠,한지, 2021, 부분

  • Press Release

    예술의 일상성, 그 속에 빛나는 無名

    적어도 몇 년 전까지의 하인선 작가의 작품 활동은 그리 활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첫 번째 개인전은 40대 중반에 열렸고 청년시절 대부분의 전시가 그룹 <입김> 활동의 일환이었던 것도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하인선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수행하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창작에 할애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자연스럽게 삶의 리듬이 달라지면서 최근 4~5년 사이 하인선 작가는 적극적으로 창작과 발표에 임하고 있다. 장인(匠人)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최근 작품에는 미처 결정화 되지 않은 채 내재되어 있었던 그의 예술적 지향과 감각이 표현되고 있다.
    2021년 네 번째 개인전을 위해 제작한 작품을 접하며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 전통 미술에 대한 애정과 기법의 적용,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일상성의 가치, 생활의 일부로서 예술을 추구하고자하는 작가의 예술관이었다. 특히 그의 작품이 한국 전통 미술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측면을 통해 다시금 한국 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한국 전통 미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2010년도에 열린 첫 번째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들은 얇은 한지 위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었다. 작품의 모티브는 도자기, 화조도에 나올 법한 나비, 꽃과 식물들이었다. 그보다 이전에 제작한 작품들도 한지에 연필로 그린 것이었는데 그 중 어떤 작품들은 조선시대 풍속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 시기 한지와 연필을 재료로 사용한 배경에는 규모 있는 작업실에서 큰 작업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작품 규모나 재료와는 별개로 하인선 작가의 작품에서는 늘 한국 전통 미술의 흔적과 소박하면서도 해학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요소는 하인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특징이 되고 있다.

    그의 최근 대표작에는 인물과 자연의 이미지가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과 새와 나비와 물결무늬 등은 나전칠기, 민화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어온 도안을 모티브로 하여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조개껍질을 원하는 이미지로 오려서 한지에 붙이고 전통기법인 옻칠을 반복해 완성되는 작품이기에 인물을 포함한 작품 속의 이미지는 도안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인물들은 초기작에 등장한 풍속화적인 인물표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일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모둠을 지어 놀이를 하고 있다. 서로 기대어 있기도 하고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있다. 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누워있는 여인도 있다. 무명인(無名人)이라고 칭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문양 속에 파묻혀 전체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개인에게는 유일하기도 하고 절실하기도 한 삶이란 멀리서 보면 거대한 세계 속에서 개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적인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상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물들은 다른 모든 요소들 사이에서 또렷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일, 놀이, 만남 등 몇 가지 장면으로 압축된 사람들의 일상과 그것을 둘러싼 자연의 이미지를 한지 위에 나전칠기의 기법으로 장식화처럼 표현했다. 작품은 이제는 일상에서 접하기 힘들어 진 자개옷장과 밥상, 선반을 장식했던 반짝이던 문양을 상기시킨다.
    작가가 재료나 소재를 구체적인 주제를 구현하려는 목적을 위해 계획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삶의 태도와 감각적 지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로서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우선시했던 측면이나 일상에 가까이 존재하던 공예 미술의 기법과 소재에 매료되었다는 측면에 있어 그의 선택은 자연스럽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은 작품의 주제가 되고 생활 속에서 친근한 미술이라 할 수 있는 ‘장식기법’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수렴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인선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면했을 때 나전칠기 특유의 화려한 광택과 장식적인 문양으로 인한 매력뿐 아니라 왠지 모를 친숙한 느낌이 전해졌다. 역시 전통 한국 미술의 향기가 내재되었다고 느꼈는데, 굳이 아주 오래된 것에서 찾아본다면 그가 표현한 인물에서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서 보았던 인물이 오버랩 되었고 혹은 ‘수하인물도 樹下人物圖’라고 지칭되는 나무 아래 인물을 배치한 동양화의 화제가 생각나기도 했다. 친근하기도 하고 편안한 느낌은 오래된 이미지들에서 영향 받은 시각적 친숙함 때문일까? 그보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표현된 이미지가 갖는 정감적 호소력으로 인해 유사한 형식의 표현이 긴 시간을 통과하며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이미지를 다루는 이러한 특성은 한국적인 미감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써 지속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할 정도로 벼리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결정화 된 작품은 자연에서 온 화려하고 독특한 빛과 정교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것은 우리에게 감탄과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것. 바로 일하고, 쉬고, 놀고, 교류하는 생활의 장면들은 공감을 자아낸다.

    미학자 오병남은 한국 현대미술 현장에 한국미학의 본질을 온전히 구축할 것을 촉구하며 한국미술이론의 선각자인 고유섭의 견해를 소개하였다. 한국 미학의 성과를 추적하며 유의미한 이론의 한가지로 언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의 모든 미학적 사유의 과정을 거친 끝에 최종적으로 고유섭이 터득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이 쉽게 요약될 수 있겠다. 아름다움이란 삶의 세계에 토대를 둔 감정체험을 통해 직관된 가치(이념)라고. 이같은 유개념으로 직관된 미의 개념의 입장에서 고유섭은 일차적으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승된 조형적 소산들에 함유된 가치를 직관하여 그것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고자 했다.’ [미술론 강의], 오병남 지음, p341 (밑줄은 필자에 의한 것임)
    아름다움. 즉 한국의 미학이란 한국 미술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으로부터의 분화되지 않은 체험-감각, 감정, 이성 등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통합된 경험-들을 통해 깨닫게 된 가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어지는 고유섭의 문장에서는 그러한 토대를 전제로 하여 ‘자연스러움’, ‘적요寂寥’, ‘구수한 큰 맛’ 등의 특징을 한국미, 즉 작품을 통해 직관된 가치로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언급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삶의 세계’이다. 한국인들이 직접 체험하는 삶의 세계를 통해 발견해낸 가치가 작품을 통해 직관되는 것. 직접 경험한 삶으로부터 성찰한 가치를 내재한 것이 한국미술의 특징이라는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지나치게 보편적인 전제가 아닌가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다양한 민족과 문화 속의 예술작품의 특징을 분석하고 미적 가치를 이해하는데 있어 실용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 고유의 미감을 표현해 온 전통적인 기법과 모티브를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며, 일상에서의 평범한 경험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하는 하인선 작가의 작업이 많은 사람들이 흠모하는 한국미의 새로운 탄생으로 연결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 하인선 작가의 작품으로부터 직관할 수 있는 아름다움, 곧 그가 삶을 통해 깨닫게 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 속에서 목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유섭이 언급한 ‘삶의 세계’가 표면적인 일상의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단순 대치될 수는 없다. 삶으로부터의 경험은 훨씬 더 폭넓은 차원을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현대 시기 한국인의 삶의 정수를 표현한 박수근의 <노상>, <빨래터>같은 작품을 표피적이라고 비판할 수 없는 지점도 존재한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 ‘일상의 가치’가 작품 속에서 진정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재료와 기법을 다루는 원숙한 기량과 더불어 작가가 삶 속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직관하는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보다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충실히 임한 작가에게 그 경험이 이미 축적되었기에 작품의 면면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신혜영 이상원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어머니의 노래, 아버지의 진주

    1.

    빽빽한 아파트 숲, 놀이터 뒤 숨겨진 공터에
    엄마는 운 좋게 동네 분들과 텃밭을 만드셨다.
    오래전 일인데 이제서야 가보았다.
    사방 10보 정도 되는 땅에다
    깻잎, 파, 당뇨에 좋다는 여주, 밤호박, 고구마 두 줄기,
    가지런히 줄 서있는 빨간 고추들...
    한쪽 모퉁이에는 호박 줄기들이
    향나무를 휘휘 감아 기세 좋게 타고 오르고 있었다.
    빗물 받이 큰 들통과 집에서 나온 꽃 화분도 있다.
    텃밭은 가지런히 정돈된 작은 정원 같았다.

    엄마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아침마다 텃밭 순례 길에 오르신다.
    물주기, 잡초 뽑기, 떨어진 호박 거두기...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하신다.


    2.
    중국의 오래된 설화 중에
    ‘저인’ 이라는 인어 아저씨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물 속에서 부지런히 베를 짜서
    가끔 육지로 올라와 며칠씩 머무르면서
    옷감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베를 다 팔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할 때,
    그들이 머물렀던 여관집 숙박비로 자신의 눈물을 주었다.
    커다란 대야에 눈물을 흘리면 그것이 변하여 진주가 되었다.

    인어 아저씨 신화를 들으면 자꾸 아버지 생각이 났다.
    반평생을 바다에 머무르신 아버지,
    아버지의 진주로 우리가 살아왔음을...


    3.
    가느다란 톱 줄로 쓰윽 쓱쓱 자개의 시간을 오려낸다.
    하루하루 일상은 돌고 돌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다.

    꽃 피고 지고 또 피고,
    물결이 흘러 들어 새가 되고,
    여자들 둥글게 모여 신나게 놀고,
    그리고...
    아버지께 꼭 전하고픈 이야기 한송이까지 모두 모아
    옻칠 위에 한 다발 자개 꽃으로 피었다.

    ■ 하인선

    전시제목하인선: 어머니의 노래, 아버지의 진주展

    전시기간2021.09.28(화) - 2021.10.07(목)

    참여작가 하인선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마지막 날은 오후 4시까지 입니다.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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