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 공예의 다채로운 확장성에 주목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재료와 매체,그리고 한층 진화된 소통과 작업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국 공예의 창의적인 생명력에 대해 조명하는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전시에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현대디자이너와 전통 장인의 협업으로 완성된 혁신적인 작품들을 층별로 선보입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현대공예라는 영역을 초월해, 같은 공간에 전시된 전통 도자기와 회화, 조각, 금속기들과도 조화를 이루어 과거와현재의 아름답고 이로운 만남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전시는 고미술관 4층부에 놓인 故김백선 디자이너와 조석진 소목장(木匠)의 협업으로 탄생한 재4>로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자연의 나뭇결과 선을 아름답게 구현한 서랍장으로 자연에서 비롯된 또다른소재인 흙에서 빚은 청자들과 공명하며 잔잔한 평온함을 선사합니다. 3층에 전시된 조성호 작가의 연작은주조를 통해 특유의 질감을 살린 그릇 모양의 금속기 표면을 분청사기를 방불케 하는 추상적이고 투박한 문양혹은 꽃과 같은 식물 문양들로 충전하여 완성한 금속 주물들입니다.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멋을 풍기는 금속의기물들은 서로 다른 재질의 도자기들과 절묘한 미감의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2층에 펼쳐진 정해조 작가의 옻칠작품은 한국 전통 오방색(五方色)을 기반으로 옻칠이라는 방식을 취하여 새로운 색을 만들고 여기에 더해 빛과율동감까지 접목시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색채의 향연을 선사합니다. 이는 같은 공간을 수놓은 다양한전통 수묵화 및 채색화들과 함께 어우러져 우리 고유의 색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하고, 감상의 폭을 흥미롭게넓혀줍니다. 끝으로 1층에 자리한 정구호 디자이너와 장석) 장인들의 협업 작품인 <백골동>은아크릴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재질의 외형에 전통의 색채가 강한 평양 반닫이 장석으로 장식한 반닫이들을결합하여 만든 설치 작품입니다. 나무가 아닌 투명한 아크릴로 대표되는 현대적인 재료의 투명한 물성, 금속장석으로 대표되는 오래된, 그러나 찬란한 전통이 만나 완성된 반닫이의 화려한 결합체는 오늘날 한국 공예의 진화된 면모를 그 작업 방식과 함께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공예 지금>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한국 공예의 확장된 스펙트럼을 전통의 선상에서 재해석하고현대인의 감성으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전시에서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재료의 활용과작업 방식의 변화로 새로운 공예 장르를 만들고, 실용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공예를 진화시키는 작가들의'지금'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 선조들이 언제나 당시의 재료와 제작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한국공예 전통을 완성한 인고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공예가 전통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지혜를 바탕으로 현대의 창의적인 면모를 더해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모습으로 지금도 나아가고 있음을 이번전시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제목공예지금 CRAFT NOW

전시기간2022.09.02(금) - 2023.01.29(일)

참여작가 김백선, 조성호, 정해조, 정구호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매년 설날(음력) 및 추석 당일

장르공예

관람료무료

장소리움미술관 Leeum Museum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한남동) )

연락처02-2014-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