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두: 푸르른 날

2024.07.17 ▶ 2024.08.17

갤러리 학고재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소격동, 학고재) 학고재 본관, 학고재 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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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두

    낮별-옥수수 Daytime Stars-Corn 2024, 장지에 분채, 127x7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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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두

    낮별-달고나 2024 장지에 먹, 분채 144x7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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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두

    On the Way in Midnight 2024 장지에 먹, 분채 94x14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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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두

    아름다운 시절-김수영 2021 장지에 먹, 분채 72x3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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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두

    싱그러운 폭죽 2023 장지에 먹, 분채 200x800cm

  • Press Release

    1. 전시 개요

    학고재는 2024년 7월 17일부터 8월 17일까지 김선두 개인전 《푸르른 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선두》(2020) 이후 4년 만에 학고재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은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을 차용한 것으로, 삶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과 주제 의식을 반영한다.

    김선두는 현대적 감각으로 한국화를 재해석하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그는 장지에 분채를 여러 번 쌓아 올리는 기법을 사용하여 색을 우려낸다. 장지는 촘촘하고 두껍기 때문에 수십 차례 채색해도 색을 포용할 수 있다. 물감을 머금은 장지에는 색이 투명하고 짙게 발색된다. 채색을 얹어 지우고 더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여 작품에 깊이감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풍경을 담은 〈 On the Way in Midnight 〉(2024), 〈낮별〉(2021-2024), 〈지지 않는 꽃〉(2024) 연작 외에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나 시인 등의 인물을 그린 〈아름다운 시절〉(2021-2024) 연작이 함께 소개된다. 학고재 본관과 신관 지하 2층에서 3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 전시 주제

    자연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선두는 새와 들풀 등 자연의 대상을 그려왔다. 작가는 자연 풍경 속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며,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을 넘어, 자연의 이치 그리고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선두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밤길의 정취를 담은 〈 On the Way in Midnight 〉, 자연을 세밀하게 기록한 〈낮별〉과 〈지지 않는 꽃〉 연작은 인간 내면의 성찰을 이끌어낸다. 김선두의 작업에는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 너머의 감정을 보여주며, 생명과 죽음, 희망과 절망, 아름다움과 공허함이 교차되는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작가는 꽃이 피는 찰나, 폭죽이 터지는 순간, 성취의 절정을 포착함과 동시에 그 이후의 감정과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아름다운 시절〉 연작은 각 인물의 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작품 하단에는 일상을 새겨 그들의 내면 세계에 깊이 공감하게 한다. 절정의 순간은 폭죽이 터지는 순간의 화려함을 담아낸 〈싱그러운 폭죽〉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김선두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찬란한 순간들의 가치를 되새기며, 관객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이 지닌 다층적 의미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3. 전시 서문

    김선두의 ‘푸르른 날’

    김백균 | 중앙대학교 교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 / 서정주

    지금, 여기 김선두의 ‘푸르른 날’이 펼쳐진다. 서정주는 개체적 자아를 넘어서 본질적 자아, 온 우주와 하나 되는 인식의 환기에서 오는 그 깨달음의 기쁨을 ‘푸르른 날’이라고 노래했다.
    ‘푸르른 날’에서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마치 꽃처럼 절정으로 피어오른 단풍에 이입하여 단풍을 통해 자신을 초월적으로 보고 있다. 단풍이 꽃 같은 절정에 이른 까닭은 끝없는 투쟁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욕망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욕망을 내려놓자 초록의 나뭇잎은 비로소 절정에 도달했다. 봄에 여린 싹으로 핀 초록의 잎이 모진 바람 견디며,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 저항하다 지쳐, 더 이상 그런 다툼의 욕망, 삶의 의지를 내려놓았을 때 초록은 단풍의 절정으로 피어났다. 욕망을 내려놓았다 해도, 눈이 내리고, 새봄이 또 올 걸 상상할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아쉬움과 서글픔의 감정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와 내가 같듯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을 안 순간, 머릿속에서 세상이 밝아지는 ‘푸르른’ 깨달음이 생겨났다.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너와 나는 본질적으로 하나다. 시인은 그것을 머리가 아니라 정감으로, 몸으로 깨달았다.

    이번 전시에서 김선두 역시 살아가며 순간순간 느낀 삶의 의미를 이미지로 직조하여 형식화함으로써 우리에게 그 ‘푸르른’ 깨달음의 세계를 낮별, 아름다운 시절, 밤길, 지지 않는 꽃, 이 네 개의 범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낮별〉(2021-2024), 〈아름다운 시절〉(2021-2024), 〈지지 않는 꽃〉(2024), 〈싱그러운 폭죽〉(2023)과 같은 작업은 이곳과 저곳, 이 세계와 저 세계와 같은 상대적 세계에 대한 단상이다.
    김선두는 〈낮별〉에서 현실에서 은폐된 가치를 찾아 이야기한다. 별이란 밤에 빛나는 보석과 같은 것이므로 별이 된다. 별을 별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것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분별 의식 때문이다. 별이 보석이 될 수 있는 것, 존재가 존재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밤이라는 조건 때문에 가능하다. 실상 별은 낮에도 있다. 다만 밤이라는 조건의 미충족에 의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낮별-옥수수〉(2024)에서 별들은 화면 전체에 퍼져 있다. 그러나 그 별들이 우리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옥수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옥수수 이파리에 앉은 참새처럼 이해관계 속의 옥수수만 바라본다. 그래서 옥수수 뒤에 빛나는 별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많은 별들은 우리에게 향유되지 못한다. 〈낮별-참새들〉(2024), 〈낮별-꿀벌들〉(2024)처럼 우리는 벼 이삭이나 꽃만 바라보는 참새들이거나 꿀벌들이거나, 곤줄박이이다.

    참새나 꿀벌, 곤줄박이, 딱새, 개개비들과 같은 우리가 ‘낮별’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명시적 세계, 혹은 이해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만약 시선을 비유와 상징의 세계, 총체의 시각으로 전환시킨다면 우리는 삶의 매 순간마다 별을 보는 깨달음의 희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두의 〈낮별〉이 아름다운 것은 대상이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 즉 우리의 인식을 바꿔 줬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시절〉 역시 상대적 시각에 대한 성찰이다. 〈아름다운 시절-김수영〉(2021)의 백미는 김수영 시인의 눈동자에 있다. 〈아름다운 시절-김수영〉에 드러난 김수영 시인의 눈은 세상의 본질을 꿰뚫을 것 같은 느낌과 초탈의 상반된 느낌이 동시에 존재한다. 광대와 수염, 얼굴 전체에 퍼져 있는 단아한 거침, 절제와 분출이 혼재된 인상이 김수영 시인의 시인으로서의 절정의 시기를 드러낸다. 이러한 점에서 김선두가 그린 그의 초상은 김선두가 본 그의 시에 대한 인상이다.

    절정은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변화 때문에 우리는 절정을 느낀다. 절정이 있으면 몰락도 있다. 그 상대적인 속성 때문에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상대적이다. 그 상대적 세계를 가치의 눈으로 보는 이유는 우리가 유한의 세계에서 살기 때문이다. 김선두는 〈아름다운 시절〉을 통해 상대적 세계에서, 즉 유한의 세계에서 사는 우리에게 가치 의식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걸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병풍 작업으로 선보이는 〈싱그러운 폭죽〉 역시 절정을 치닫는 순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허무의 이면이 함께 드러나는 작품이다.
    〈지지 않는 꽃〉은 현실에 없는 가상의 꽃이기에 가능한 세계이다. 벽에 그려진 지지 않는 꽃과 그 벽 앞에 피어 있는 생명을 지닌 유한한 존재로서의 얇은 가지의 대비. 유한의 세계를 사는 우리는 〈지지 않는 꽃〉처럼 변하지 않는 무한의 아름다운 이상을 꿈꾼다. 하지만 그 이상이란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지 않는 꽃〉은 유토피아이고, 허상이다. 현실에는 없다. 그런데 그 유토피아로서의 〈지지 않는 꽃〉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지 않는 꽃〉을 노자(老子)식으로 바라보면, 어떠한 세계를 하나의 이름으로 개념화시킬 때, 그 이름은 그 세계 자체가 아니듯 사물의 개념화가 가져오는 불완전성으로도 읽힌다. 그래서 〈지지 않는 꽃〉의 다의성은 우리의 삶을 반추하는 거울이 된다.
    이러한 모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통찰이나 반성적 사유는 멈춰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김선두는 일찍이 2019년 〈나에게로 U턴하다〉를 통해 이러한 세계를 볼 수 있는 방법론으로써의 세계관을 말한 적이 있다. 길을 간다고 언제나 유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찻길에서 유턴은 빨간 불로 바뀌어 멈춰 섰을 때만 가능하다. 비유하면 반성도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성의 조건이 생겨야만 반성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를 존재 자체의 의미로 볼 수 있는 의식의 자각 역시 자신의 본성을 반성하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김선두는 삶의 의미를 인간의 내재적 의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재적 의지를 가능케 하는 외적 조건에서 찾는다. 현상 자체는 물론 외적 조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내외 조건의 정합에서 오는 것이므로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같은 것이겠지만, 내적 의지만 강조되는 세계에서 외적 조건을 먼저 보는 통찰의 눈은 우리를 세계의 총체적 이해의 길로 이끄는 트리거가 될 것이다. 김선두 작업의 의의는 상대적 세계 속에서 어떻게 감정적 소비나 의미의 허망함을 극복하고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 가느냐에 있다.

    〈 On the Way in Midnight 〉(2024)은 오롯이 삶과 예술에 대한 그의 태도가 묻어나는 작업이다. 그는 인간이란 무언가 추구하는 존재라고 여긴다. 삶도 미래보다 나은 세계를 향해 가는 것이다. 물론 그의 예술적 추구 또한 감각을 통해 더 깊은 인식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 위의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길에서 앞을 보고 갈 수 없다. 미래를 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걸어가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걸어온 길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그 길을 밤길이라고 여긴다. 어두운 길,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도 그 밤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는 앞서 걸어갔던 이가 비추는 발자취가 있기 때문이다. 달빛이 비추는 그 희미한 발자취로 인해 외롭지 않고, 소설가 이청준이 말한 바 있는 ‘깨어진 영혼들의 대화’에 참여한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우리가 처한 현실로서의 도시 문명과 원초적 그리움을 간직한 고향의 황톳길과 수풀 우거진 자연, 불완전한 세계로서의 현실과 불완전성이 제거된 이상과 같은 상반된 두 세계의 충돌과 이 두 세계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줬었다. 그의 초기 인물화 〈외길〉(1985) 역시 균형에 대한 상징과 은유였다. 삶이란 허공 위 줄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생, 그 위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 것처럼 위태롭고 힘들고, 고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세계란 고전에서 끊임없이 언급하는 치우침이 없는 중도(中道)의 세계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김선두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것은 그 중도라는 게 단지 인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실천을 통하여 부딪치고 견디며 투쟁하는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김선두에게 중도는 단순한 개념이나 언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행위로 느끼는 것이다.

    김선두는 바로 그 중도와 총체에 대한 열망, 개념적 인식의 불완전성을 〈마른 도미〉(2019)를 통해 보여줬다. 이 작품은 총체를 이해하기 위해 좌우를 동시에 볼 수 있게끔 한 면으로 벌려 놓으면, 죽어 있는 세계를 볼 뿐이라는 것이다. 살아 생동하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개념적 세계만 인지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성된 세계를 한 면으로만 보면 그 세계란 완전한 총체가 아니라 마르고 비틀린 생기 없는 피부와 같은 존재의 죽음이다. 이를 언어와 존재의 문제로 환원해 보면, 개념적 언어란 존재 자체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선두는 이 〈마른 도미〉에서 메시지와 부차적 형식의 관계를 뒤집어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역설했던 마샬 맥루한이나, 광기를 배제한 문명은 이성(理性) 혼자서 독백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미셸 푸코, 껍데기가 곧 알맹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현대미술을 집대성한 앤디 워홀이 구축한 현대 정신을 자신의 전통적 작업 방식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하였다.
    세계에 대한 관찰과 삶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이 재인식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되어 온 세상이 밝아 보이는 김선두의 ‘푸르른 날’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시제목김선두: 푸르른 날

    전시기간2024.07.17(수) - 2024.08.17(토)

    참여작가 김선두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학고재 Gallery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소격동, 학고재) 학고재 본관, 학고재 오룸)

    연락처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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