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경: 가득 빈 마음에

2024.10.10 ▶ 2024.10.20

아크 갤러리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26번길 10-8 (남동) 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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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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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편안함 Oil on canvas, 100.0x80.3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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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증명 Oil on canvas, 45.5x53.0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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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쉼II Oil on canvas, 162.2x130.3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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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쉼I Oil on canvas, 97.0x194.0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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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숨 Oil on canvas, 181.8x227.3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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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살아있음 Oil on canvas, 194.0x97.0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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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캄캄 Oil on fabric, 280.0x200,0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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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담소 Oil on canvas, 50.0x72.7cm, 2021

  • Press Release

    찾아오는 우울들blues
    : 송미경 개인전 <가득 빈 마음에> 전시서문


    - 이하영(독립큐레이터/시각예술가)

    어떤 고통은 이름도 얻기 전에 지워진다. 가라앉는, 짓누르는, 떨어져 나간, 빨려 들어가는, 떠다니는 ‘듯한’ 느낌은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손쉽게 정리된다. 회화 작업을 통해 감정에 관한 탐구를 지속해 온 송미경 작가는 우울증이라는 의학적 진단으로 뭉뚱그려진 감정들을 한 겹 한 겹 섬세히 떼어낸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름 모를 감정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불러낸다.

    OECD 자살률 1위. 그중에서도 2030 여성 자살률은 이례적으로 높은 나라.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 불릴 정도로 흔해진 곳. 금쪽이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가 국민 멘토가 되어 버린 사회에서 작가는 질병이 되기 전의 우울을 상상한다.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이 있기 전부터 존재해 온 감정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작은 돌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어딘가 한쪽이 떨어져 나간” “밑으로 가라앉는” “떠내려가는” “말려들어 가는” “우그러지는” “뒤틀리는 듯한” 감정들. 이름이 없어 정확히 설명되지 못하고 몸을 빌려 말해야 했던 것들이다. 작가는 ‘우울’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에 기대거나 일반적인 관념을 묘사하는 대신 몸을 관통하거나 훑고 간, 여전히 들러붙어 있는 구체적인 감각을 집어 올린다.

    작품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캔버스가 푸른색으로 덮인다. 그 위로 색을 쌓아 올린다. 몸으로 맞이하고 떠나보낸 감정들을 재료 삼아 하나의 공간을 완성한다. 특정 감정에 대한 설명이 아닌 삶을 살아내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담는다. 감정으로 가득 찬 빈 공간, 마음의 자리를 만든다. 관객은 그 속에 머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감각한다.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후처럼, 형태 없이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음악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감정들이다. 작가의 작품 안에서 우울은 더 이상 치료의 대상도, 극복하거나 치유해야 할 문젯거리도 아니다. 수시로 우리를 찾아와 몸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다 떠나는 손님이 된다.

    때문에 작가의 작업은 보는 이가 작품 속에서 특정 감정을 발견해 의미를 찾아가도록 섣불리 이끌지 않는다.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온 듯한 인상을 준다. 작품 앞에서 우울증으로 불리기 전의 고통을 마주한다.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진단되지 않아도 됐을, 않아야 했을 감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어쩌면 반드시 해결되어야 했을 분노였거나, 결국 해결되지 못하고 축적되어 피로와 무기력으로 내려앉아 버린 감정들이다. 동시에 때때로 영감의 원천이 되거나, 그래서 차마 떨쳐내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가며 이따금 꺼내 돌봐야 했던 것들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설명하고 나누고자, 사소하지 않은 일로 만들고자 수용한 ‘우울증’이라는 진단명과, 이름을 얻는 대신 포기해야 했던 감정들이 다시 발견되어 우리 앞에 찾아온다. 이를 치료하거나 외면할 필요도, 관리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작품은 다가오는 감정들을 그저 맞이하며 된다고 말한다.

    작가가 정교히 구축한 감정의 공간에 머물다 보면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이 단순한 어둠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멍이 번지듯 화면 밖으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은 ‘파랑(blue)’이 가진 의미와 맥락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위엄 있고 신성시 다뤄지던 색에서 노동자의 색이 되었던 블루. 치유와 신뢰를 대표하는 색인 동시에 우울과 슬픔의 상징이기도 한 색. 하나의 색 안에 이토록 많은 의미가 담긴다. 작가의 작업은 파랑이 가진 길고 넓은 스펙트럼처럼 ‘우울증’으로 정의된 하나의 우울(blue), 외부로부터 주어진 감정이 아닌 저마다의 우울(blues)에 주파수를 맞출 수 있도록 돕는다. 노래 제목을 전시 제목으로 택한 작가의 마음을 헤아린다. 다른 사람의 고통보다 내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일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히스테리’라는 비난과 까칠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비정상일까 걱정하고 해결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아닌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헤아릴 수 있는, 비슷한 고통을 가진 이들과 공명할 수 있는 마음의 신호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감정의 원형을 담고 있는 작품이 병명이 아닌 각자의 우울(blue)이 모여 울리는 블루스(blues), 서로를 찾아가는 음악이 되길 바란다. 작품 앞에서 작가노트 속 그의 말을 곱씹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사실을 상기한다. ‘정상적’인 감정이란 없음을, 나의 감정을 승인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우리의 감정들은 모두 헛된 것이 아님을.”

    전시제목송미경: 가득 빈 마음에

    전시기간2024.10.10(목) - 2024.10.20(일)

    참여작가 송미경

    관람시간12: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아크 갤러리 ARK Gallery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26번길 10-8 (남동) 아크갤러리)

    후원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

    연락처010-4872-7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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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경: 가득 빈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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