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풍경
2010.12.01 ▶ 2010.12.14
2010.12.01 ▶ 2010.12.14
함수연
F와 J의 집 Oil on canvas, 116.7x91cm, 2010
함수연
아는 사람의 집에서 Oil on canvas, 65.2x91cm, 2009
함수연
S의 방에서 Oil on canvas, 97x130.3cm, 2010
함수연
J의 방에서 Oil on canvas, 116.7x80.3cm, 2010
함수연
225호에서 Oil on canvas, 116.7x80.3cm, 2010
함수연
S의 방에서 Oil on canvas, 72.7x53cm, 2010
작가노트
그림은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해 내야 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나는 혼자서 담담히 응시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심리적인 잔상들이 그림 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칼칼한 공기와 구름, 예리한 햇빛과 조용하지만 너무나 잘 들리는 대기의 움직임.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많은 변화가 느껴지던 어떤 날, 어떤 장면은 그림으로 옮겨진다.
작업은 주관적이고 즉흥적으로 몇 개의 색을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원하는 색감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을 그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색을 통해 나의 상태를 동일시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 떠오른 몇 개의 색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균형을 이루는 컬러맵핑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정해진 색에서 모노톤의 미묘한 변화와 붓질로 작업 전반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는 나의 생활에서 채집된 장면이나 사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잘 모르는 것을 그리는 것은 불편하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나는 반복적으로 같은 방향을 여러 번 바라본다. 동시에 익숙한 상황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나의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캔버스 화면으로 담아내는 나의 시선은 지극히 개인적인 태도, 일종의 감정이입에 달려있다. 나는 정해진 위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그저 바라보고, 보았던 것들을 연속해서 떠올리려 한다. 정지된 화면으로 옮겨진 그림은 나의 세세한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는 연속된 풍경의 어느 한 장면이다. 그 장면은 내가 무심코 지나친 한 순간이자 언젠가는 마음 한 가득 차버리는 순간일 수도 있다. 나의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역으로 그림 속 나의 시선을 발견해 낼 지도 모른다. 나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암시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제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는 사람들이 그림 너머로 이어질 장면들을 각자의 내용으로 상상하며 바라보길 기대한다.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의 확장과 변화는 그림으로 옮겨져서, 언젠가는 온전한 회화로서 완성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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