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훈
my,ceramica gel 6.5x23x6.5cm, 2008
김송은
달토끼 가변설치, 2010
정세원
유년기 장지에 먹,연필, 147x70cm, 2007
백기은
드로잉;상상의 동물 INK ANIMALS, 가변설치, 2010
박애정
참 나를 찾아서 가변설치, 2010
문범강
토끼 acrylic on canvas, 76x76cm, 1988
이건우
외톨이 나무위에 채색, 26x24x165cm, 2010
이소연
gray rabbit oil on canvas, 130x160cm, 2007
이샛별
특별한 시기 special period oil on canvas, 112.1x162cm, 2010
김영미
인문학을 건지다 Oil on Canvas, 53x73cm, 2010
윤종석
Playboy acrylic on canvas, 227x182cm, 2009
강지호
느림보토끼 천위에 아크릴, 152x152cm, 2010
이선경
얼굴 Acrylic on canvas, 31x31cm, 2008
2011년 기묘년, 토끼해가 밝았다.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2011년 신묘년을 맞이하여 신년특별기획展 '달려라 토끼 Rabbit Run'을 2월 6일까지 개최한다. 박애정, 문범강, 강상훈, 김은주, 김영미 등 중견작가부터 강지호, 김송은, 백기은, 원정숙, 윤종석, 이건우, 이샛별, 이선경, 이소연, 정세원, 천성명 등 활발히 활동하는 열 여섯 명의 현대미술작가가 9층 갤러리와 에비뉴엘 1층에서 약 40여 점의 토끼작품을 각각 1부 은유와 상징, 2부 자기애와 환영, 3부 시선의 확장으로 나누어 선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는 수많은 토끼 이야기를 접해왔다.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자신의 재주를 믿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경주에서 지고 마는 어리석은 이로, <<별주부전>>의 토끼는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지혜로운 토끼로 그려진다. <<이상한 나라로 앨리스>>에서 앨리스를 끌어들인 허둥지둥 소심하게 분주히 돌아다니는 토끼는 ’이리 들어오라’는 호객 한마디 없이 그녀를 이상한 나라로 초대한다. 토끼가 이끈 이상한 나라의 낯선 광경들은 지금도 어린이들뿐 아니라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과 막연한 기대감을 제공했기에 그 존재는 한층 더 힘을 입는다.
누군가를 신기한 세상으로 이끌고 가거나, 이상과 동심, 재빠름과 재치, 소심함과 어리석음 등 토끼에 대한 수많은 은유와 상징들은 종종 현대미술에서 등장해왔다. 요셉 보이스(1921~1986)는 1965년 11월 26일 뒤셀도르프의 슈멜라 화랑에서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퍼포먼스를 벌인다. 그는 코요테 등 다른 동물도 역시 사용했지만, 특히 토끼는 보이스가 가장 빈번히 사용하고 자기자신과 동일시한 동물이었다. 요셉 보이스에게 토끼는 토양과 생식, 그리고 육화(imcarnation)를 의미했다. 반면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고 말하던 백남준은 ‘달과 토끼’를 상상력의 상징이자 창작의 원천으로 생각했고 매우 낭만적이면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방법으로 작품에 자주 끌어들였다. 그렇다면 동시대를 사는 한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은 ‘토끼’를 자신의 작품에서 어떻게, 왜 표현하고 있을까? 여기서 전시의 기획은 시작된다. 사실 이번 전시가 있기까지 수많은 토끼 작품을 찾아야 했다. 토끼로 현대미술의 단면을 보기 위해서는 전혀 토끼를 그리지 않는 작가에게 토끼를 소재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달라고 의뢰할 수는 없었다. 이미 토끼를 그렸거나 그리고 있는 작가들 중에 문맥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토끼를 소재로, 혹은 주제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열 여섯 명의 작가를 선별했는데, 이들 중에는 강상훈, 강지호, 이건우, 백기은, 원정숙, 이샛별 처럼 평소에 토끼를 주요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박애정, 문범강, 김송은, 김영미, 김은주, 이선경, 이소연, 정세연 등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업 중 어느 일정시기에 어떤 계기로든 토끼가 작품의 소재로 튀어나온 경우도 있었다.
그를 다루는 방법도 다양했는데, 우선 토끼의 무지막지한 은유와 상징 속에서 유희하는 작가가있는 반면 본래의 정체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토끼의 선입견을 깨버리려고 애쓰는 작가가 있었다. 전자의 경우로, 매끈하고도 반짝거리는 흰 재질(ceramic gel)로 만드는 강상훈의 토끼는 그다지 우아하지도, 점잖지도 않은 욕망을 살짝살짝 드러내며 속도감이 느껴지는 스냅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옷을 통해 폭력, 본능, 모순 등 사회적 문제를 표현해 온 윤종석은 성(SEX)적인 것을 다루기 위해 미국 성조기와 함께 토끼의 ‘플레이 보이’ 이미지를 빌린다. 천정설치작품을 선보이는 김송은 역시 각박한 현실에서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기형적으로 변형된 달나라 토끼로 표현한다. 정세원 역시 담담하게 앙 다문 입과 발끝까지 서려있는 빳빳함에 조그만 기척에도 놀라는 흡사 토끼의 긴장감을 어린아이의 얼굴로 대치함으로써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소연은 어떠한가. 작가가 방문한 스위스 알프스의 그란덴발트 풍경에서 연상된 토끼모양의 지세(地勢)를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으로 착안하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출연 토끼가 그러했듯이 화면 안 또 다른 세계로의 출구로써 등장한다. 반면 ‘느림보 토끼’를 그리거나 설치하는 강지호는 현대사회가 규정한 토끼의 이미지와 역행하는 재료, 가령 거북이나 달팽이껍질 같은 소재를 함께 차용함으로써 기존의 선입견에 딴지를 걸 뿐 아니라 각자의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을 표현한다.
일부 작가의 경우 토끼는 자기 자신이나 주변의 경험으로 좁아진다. 좁혀진 토끼는 자기애와 환영을 동시에 오가며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작가들의 경우 재밌는 것은 토끼에 대한 애착과 생물학적 탐구가 남다르다 공통점을 갖는다. 열 여섯 명의 작가 중에 토끼를 집에서 길러본 적이 있는 작가가 무려 일곱 작가나 되었다는 것은 차치하고 말이다. 특히 김은주, 백기은, 원정숙 작가는 토끼를 애완용으로 길렀던 경험을 되살려 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토끼를 가족의 애착관계나 동반자로 풀어내는 원정숙,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토끼를 기운차게 표현한 김은주의 작품도 있는가 하면, 백기은의 경우 설명하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기묘한 철사작업들은 절절한 토끼양육의 경험으로 점철되어 있다. 약간 시점을 달리해서, 의존적인 양육관계에서 벗어나 자아와 동등한 위치로 토끼를 끌어올려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도플갱어(Doppelganger, 살아 있는 사람과 동일한 모습의 유령 같은 존재) 같은 존재로 분하기도 한다. 화면 속 인물과 동일한 비례의 토끼, 혹은 토끼의 얼굴을 한 인물을 자주 등장시키는 이샛별은 보여지는 나와 그 분신으로써의 나(토끼), 혹은 내가 가진 수많은 가면 중 하나로 토끼를 이용한다. 천성명의 토끼는 보다 비극적이다. 달에 살던 토끼는 파란 체액을 흘리며 숨을 거두고, 이상과 꿈이었던 달마저 어둠이 삼켜버린다. 가만보니 토끼의 얼굴(정확히 말하면 토끼의 탈을 쓴 사람)이 작가 자신의 얼굴을 닮아있었다는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경향은 이선경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주로 자신의 얼굴을 소재삼아 강렬한 자화상을 쏟아내는 작가는 토끼에 강한 애착을 갖는다. 앞서 말한 천성명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녀의 작업에 가끔씩 등장하는 토끼는 약간은 겁먹은 눈빛으로, 작가의 얼굴로, 호기심 기득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녀의 얼굴 속에 삐죽히 솟은 귀만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토끼는 소외되고 연약한 현대인들의 일상이나 감정에서, 삶과 죽음 등 인류의 거시적 문제로 시선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즉, 현대인과 토끼의 동일화이다. 이건우 역시 토끼를 길렀던 경험을 갖는데, 토끼가 갖는 기존의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속성, 가장 연약하고 소극적인 면과 자기중심적이고 때론 공격적인 모습들을 특유의 표정과 태도로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외의 문제로 전이시킨다. 혀와 동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꿈과 자아, 소통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는 문범강은 토끼가 혀를 늘어뜨려 휘감고 있는 인물을 그린다.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현실계와 비현실계의 구분을 없애고, 현대인의 꿈과 이상을 화면 안에 부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인간의 문제를 테마로 삼는 김영미는 의인화된 토끼가 마치 현실의 주인공이 되어 화면 안에서 인간과 공존케 한다. 이러한 확장은 박애정의 작품에 이르면, 생(生)과 사(死), 그리고 부활(Re-birth)의 개념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에게 순백색의 토끼는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갈등과 피폐한 인간성의 상실 속에서도 진실된 자아를 찾기 위한 해매는 소재가 된다. 사람들은 토끼그림이 예쁘고 귀여울 거라고 상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미피, 피터레빗 등의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토끼만을 연상했다면, 전시에서 마주치는 토끼들은 다소 섬뜩할 수도 있다. 열여섯 작가의 작품은 토끼라는 소재의 공통점을 제외하면, 모두 각자의 소리를, 너무 다른 방식으로 외치고 있다. 혹여 그것이 토끼면 어떻고, 곰이면 어떻고, 호랑이면 어떠하겠는가.
달리고 달리는 현대인, 일찍이 미국의 소설가 존 H. 업다이크(John H. Updike, 1932~)가 그 쳇바퀴 도는 현대 미국사회의 모습을 평범한 중산계급인 샐러리맨, 해리 앵스트롬의 일상성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낸 장편소설 《달려라 토끼 Rabbit, Run》(1960)로 풀어낸 바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토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 또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이웃과 친지 모두 제각기 따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런 것이 하나의 질서로 지속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안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작품을 보면서 토끼를 모티브로 작업하거나, 작품 중에 소재로 툭 튀어나온 토끼들을 보면서 그 맥락을 차근히 짚어보면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지만, 열여섯 명의 작가들이 풀어낸 작품들은 결국 소설처럼 현대인의 일상과 표정,, 모순과 이상을 너무 닮아있었다. 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개연성을 따라 압축된 16명의 작품들은 동시대를 사는 현대인과 현대미술의 한 측면을 고스란히 담은 현대미술의 단면으로 보아도 무색할 것 같다. '토끼'로 말하는 현대미술, 열 여섯명의 작가들이 그려낸 토끼에 대한 풍부한 은유와 상징, 그리고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달려라 토끼 Rabbit Run'展에서 만나보기 바란다.
1970년 출생
1981년 출생
1971년 출생
1974년 출생
1974년 출생
1970년 출생
1975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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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거제도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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