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무 것도 없을 지라도
2011.08.18 ▶ 2011.09.25
2011.08.18 ▶ 2011.09.25
주명덕
안동 (Andong) 1979
주명덕
안동 (Andong) 1979
주명덕
부산 (Busan) 1986
주명덕
경주 (Gyeongju) 1972
주명덕
경주 (Gyeongju) 1992
주명덕
정읍 (Jeongeup) 1980
주명덕
강릉 (Kangneung) 1980
주명덕
강릉 (Kangneung) 1980
주명덕
순천 (Suncheon) 1972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대림 미술관은 오는 8월 18일부터 9월 25일까지 오늘날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작가 주명덕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주명덕 사진전 – My Motherland>를 선보인다.
한국 사진사(史)의 산 증인, 거장 주명덕
한국 모더니즘 사진의 대가 주명덕(1940- )은 1966년 첫 개인전 <홀트씨 고아원>으로 한국의 현대적 기록 사진을 시작한 장본인이자, 사진 매체의 순수함을 지켜낸 대표 사진작가이다. 주명덕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초기작을 거쳐 한국의 공간과 자연으로 시선을 옮겨갔으며, '흑백의 미'로 대변되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2008 <도시정경>, 2009 <풍경>에 이은 세 번째 사진전
2008년 시작된 대림미술관의 ‘주명덕 프로젝트’는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기록한 첫 번째 전시 <도시정경>, 작가가 40년 간 한국의 산과 대지를 찾아다니며 삶의 터전을 세심하게 포착한 <풍경>에 이어 한국의 전통 공간을 주제로 한 이번
이번 사진전에서 선보이는 주명덕의 작품은 카메라를 통해 작가가 바라본 ‘조국’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작가에게 ‘조국’이란 어머니의 고향이자 아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가치, 동시에 미의식의 원형으로, 이는 고스란히 출품작들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사진전을 통해 거장의 눈으로 바라본 전통적 삶의 공간과 그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근대화의 역사 속에서 크게 변형된 우리 삶의 원형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주석 교수는 “
“문명(文明), 풍요, 공해 같은 개념과 상관없는 내 나라가 지닌 고유한 전통과 특색을 보존하고 싶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나의 아들 정일(正逸)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 우리 겨레가 마음 깊이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풍요로운 조국을 나의 사진을 통해서라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주명덕, 1981)
우리나라의 전통적 삶의 환경과 공간을 테마로 사진을 해온 작가 주명덕이 자신의 작업 목적을 밝힌 글의 일부이다. 이 글에서 주명덕은 1960-70년대 경제 성장과 개발의 논리에 밀려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과 건축, 지형적 조건을 테마로 사진 기록 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에게 조국(祖國, Motherland)은 어머니의 고향이고 아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가치이자 미학이었다. 조국의 원형을 사진으로 기록해 미적 가치를 더하고 문화의 유산으로 남기는 일은 사진가인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작업의 화두이자 테마인 것이다.
2011년 8월 대림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주명덕 사진전 - My Motherland>는 사진가 주명덕의 작품세계 전반을 정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기획된 세 번의 전시 중 마지막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공간과 환경을 테마로 한 130여점의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대림미술관은 지난 2008년 현존하는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거장인 주명덕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작품평론집 <주명덕 Joo Myung Duck Photography>을 출간했다. 한편으로 도시와 풍경을 테마로 한 두 번의 전시를 2008년과 2009년에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약 4년에 걸친 대장정으로, 출판과 전시를 동시에 진행하고 관련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이를 컬렉션으로 연결하는 대 기획이었다. 이처럼 한 작가를 전시, 출판, 아카이브 구축, 작품 컬렉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동시에 조망하는 일은 우리나라 미술관 역사 상 처음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1970년-80년대 주명덕의 사진 작업은 주로 우리 한국의 땅과 전통적인 건축, 그리고 공간이 갖고 있는 미에 대한 관심의 결과였다. 작가는 이 시기의 작업을 ‘조국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창덕궁이나 수원 화성과 같은 전통문화재나 기와집과 초가집 같은 전통 건축물들 그리고 장승과 불상 등 민중의 미의식이 집약된 대상을 주로 찍는 일이었다. 그리고 결과는『Korean Traditions』(국제관광문화사, 서울, 1981)이나 『한국의 공간』(求龍堂, 일본 동경, 1985)과 같은 대형 사진집의 형태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지속되는 작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왜곡된 한국의 역사와 6․25를 통해 폐허로 변해 버린 환경, 산업화 과정 속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에 대해 느꼈던 비애감은 조국의 공간이 더 많이 사라지기 이전에 기록해야 한다는 당위로 작가를 이끌었다. 그리하여 근대사의 비극이 응축되어 있는 한국의 공간은 주명덕의 카메라를 통해 체계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제작된 사진을 보면 그의 관심이 무 작위적으로 추출한 특정 대상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오히려 체계적으로 한국의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대상을 선별하는 데에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주명덕의 건축에 대한 관심은 전통 한옥과 초가를 비롯한 보편적인 한국식 주거 공간에 대한 연구로 나아간다. 근 한 세기 동안 전통적인 한국식 주거 공간이 조금씩 사라져간 탓에 이제는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생활방식의 측면에서도 현대식 도심 생활은 한국식 주거 공간과 양립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주명덕의 사진작업은 이러한 전통적인 주거 공간과 이미 변화한 현대적 생활방식의 차이 때문에, 그러한 옛 공간이 실생활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전통에 대한 존중을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주거 공간은 그의 사진을 통해 아름답게 기록, 보존될 수 있지만 그 공간들은 도시화되어 가는 현대적 공간과 같이 갈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편의를 추구하는 현대적 생활과 서구문화가 던져준 달콤한 실용주의 속에서 전통의 공간은 향수로만 남아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공간은 비록 실생활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전통적인 미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것이 주명덕 사진의 목적이며, 도달점이다. 이번 전시는 주명덕의 한국 전통 공간에 대한 미의식과 기록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한편 이번 전시 기간에는 세 번에 걸친 전시에 선보인 작품 270여점을 비롯해서 1960-70년대에 만들어진 주명덕의 초기 사진과 최근의 <장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약 700여점에 이르는 작품과 사료의 영상 전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형 프로젝션과 모니터로 상영될 이 전시는 작가의 작품과 관련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이를 전시로 연결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기록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는 대림미술관이 그간 진행해온 주명덕 아카이브의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아카이브와 전시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주명덕 프로젝트의 대단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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