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53x65.5cm, 2010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20x60.2cm, 2010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53x65.5cm, 2010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91x40cm, 2009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91x40cm, 2009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162.2x59.8cm, 2010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162x81cm, 2010
백미옥
능혜(菱蕙) Acrylic, Mixed media, 53x65.5cm, 2010
백미옥 제 10회 개인전
능혜菱蕙- 생명의 신비를 안고 현재와 맞물려 이어지는 영원의 뿌리
고난과 침묵을 깨고 작가의 혼으로 피어낸 심연의 꽃
어느 마을에 있는 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나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소리없이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풀들, 그리고 자연과 생명을 품은 하늘과 땅은 조용하고 한결같아 보인다. 현재라는 장막에 덮혀진 모든 존재에 대한 이유를 묻는다면 그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재를 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쇠퇴하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 결국에는 천천히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성과 소멸의 끝자락은 아득하게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지만 그 정신과 혼은 영원하다.
그동안 베를린, 뉴욕 개인전 이후 한국에서는 5년 만에 선보이는 백미옥의 제 10회 개인전 ‘능혜菱蕙’는 현재를 지탱시키고 앞으로 이어지게 할 힘의 뿌리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탐구한 ‘바른 흔적’이다. 즉, 현재를 사는 생명이 중심이 아니라 켜켜히 쌓인 인연의 끈과 짧고 긴 히스토리history가 지금의 현실로까지 등장하게 된 정신에 대해 말한다. 백미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직접적인 언어나 몸으로 표현할 수 없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것은 작업전 구상과 그리기에 속하는 작업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감으로 얻어지는 감성은 강렬하고 큰 폭으로 받아들이 되, 그 후 작품은 사상을 정립하고 회화로 시각화되는 표현은 아주 서서히 섬세하게 진행된다. 이번 백미옥의 작품은 영원성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 안에 존재하는 심연의 형태를 ‘능혜’라고 명명하고 이것을 다시 과거, 나아가 태초의 시점까지 짚어 나가는 과정의 응집물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미의식에 잠긴 색의 침잠沈潛과 탄생
생명의 뿌리에 대한 작품은 2000년부터 한국의 무속신앙과 동양사상∙철학에 심취하면서 ‘염력念力’, ‘Life Series', 'in 울림’이란 테마로 이어진다. 작품에 바탕이 되는 사상과 정제된 생각을 시각화 하는 작업에 매달리면서 자연적으로 한국의 오방(五方)색을 택하게 되었고 길고 짧은 시간에 시시각각 얻어지는 색의 천착은 백미옥 만의 이야기를 담은 간(間)색으로 생산되었다. 오방간색을 가장 탁월하게 발색시키는 바탕질이 광목이기 때문에 물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광목천의 이음새를 메꾸는 밑작업을 한다. 절정은 색을 입히고 동시에 형태를 드러내는 과정에 있다. 세필로 원형을 그리듯 반복되는 드로잉으로 색이 닿아 만들어진 형태의 해체와 경계의 희미함은 오묘한 빛깔을 띈다. 작가가 토해내는 혼과 함께 노동집약적 세필드로잉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시간의 층위에 침잠되었다가 어느 시점에 커다란 형태의 단면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 생성되는 색과 노동적 드로잉의 결과는 고뇌와 침묵을 깨고 그를 여기까지 인도한 영원의 한 단면이자 스스로 피운 심연의 꽃, 즉 ‘능혜’라고 할 수 있다.
시공간을 담고 영원으로 이어지는 심연의 형태
백미옥의 작품은 변화의 연결선 상에 있다. 이번 전시 ‘능혜’는 이전과 비교하여 선명한 구상의 형태인 나무, 산, 꽃, 잎 등의 구체적인 자연물로 드러난다. 2000년 대상이 완전히 해체된지 10년 만에 처음 등장하는 ‘능혜’의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된다. 6개의 소품으로 구성되는 나무 시리즈, 100호 변형의 산과 장미, 한 화면에 하나의 줄기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꽃은 그 구성에 따라 색을 입히는 과정과 방법 또한 달라진다. 전면 스케치 과정은 자칫 무질서해 보이나 한층, 한층 단면으로 드러날 때의 색감을 예상하여 채도와 색면의 비율을 조절하고 과감하게 구성한다. 이후 세필의 드로잉으로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물감의 양과 드로잉횟수에 따라 높고 낮은 마티에르가 이루는 양감의 변화로 형태가 나타난다. 작품에 따라 손으로 물감을 찍어 올려 단면에 작은 물방울 덩어리로 보이게 한다. 형태는 색에 의해 가려지고 드러난 경계선 상에서 빛에 따라 신비하게 나타나고 사라지면서 환영을 일으킨다. 이 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평면의 이미지는 단순해 보일지 모르나 깊은 색감과 신기루 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형태의 실루엣은 마치 아득한 과거의 여행을 마치고 난 뒤 형언할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의 잔상과도 같은 것이다.
영원을 반영하는 현실의 표현도구, 회화 그리고 그 특별함
백미옥의 작업은 광목캔버스와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회화라는 장르에 귀속되어 있지만 그가 구축하고 있는 과정에서 특별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마치 석공이 망치와 정을 끊임없이 두드려 돌 안에 숨겨진 형태를 드러나게 하듯, 붓과 물감으로 ‘능혜’라는 단어와 연상에 내재된 심연의 형태를 현실로 끌어올린다. 자신을 도구삼아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와 생각들을 정제하는 과정은 반복되는 드로잉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겹, 한겹 쌓아올리면서 그 안에서 빚어지는 색의 층위로 인한 환영 같은 능혜의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 결과물은 평면 외에 설치, 입체작업을 포함한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오방간색을 입힌 마스크 10점은 작가의 얼굴을 주물로 떠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함께 설치되는 광목 두루마리는 벽면에 부착되고 공간에 늘어뜨림으로써 회화작품과 조화를 이룬다. 사람에게 영원성이란 것은 ‘능혜’같은 구체적이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대상으로 발현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현실 속 시공간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능혜는 물속에 잠겨 뿌연 진흙더미에 몸을 지탱한 채 침묵의 시간을 지나 물위로 조금씩 꽃줄기를 뻗쳐 마침내 작고 하얀 꽃잎을 피어내는 마름꽃을 연상시킨다. 이것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흡사하다. 그가 택한 색과 사상이란 도구로 고통과 환희로 되풀이되는 절제된 노동을 거쳐야만 찾을 수 있는 신세계를 향한 구도의 과정과도 같다. 백미옥의 작품세계에 10년 만에 등장한 능혜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 안에 충만하게 내재된 감성표현 언어로 나타내고 있다. 균질된 화면에서 수없이 겹쳐져 교차하는 색채의 조화, 탄탄히 쌓여진 광폭의 노도같은 붓질의 흔적, 그것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깊이감은 생명의 영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영원의 끈을 잡기위해 끊임없이 고통 받고 희열하면서 스스로 피운 꽃, ‘능혜’는 앞으로 피고 지면서 그 정신은 생명으로 이어질 것이다. ■ 박정원_큐레이터
Mee-Ok Paik: 10th Solo Exhibition
NungHae
Eternal Root Connecting with the Present, Bearing the Mystery of Life
A flower of the abyss blooms out of suffering and silence, through the soul of the artist
A pine tree that is thousands of years old, standing in some town, wild grasses with no name which sprout as seasons change, and the sky and the land that encompass all of nature … all seems quiet and constant. There would be no definite answer if one asks the reason why all beings are covered by the curtain of the present. Everything just lives for the day, and, as time passes by, grows, declines, blossoms in its most beautiful form, and eventually slowly fades away. What is important is that this is not the end. The boundary of formation and extinction cannot be grasped or seen, but the spirit and the soul will last forever.
'NungHae,' the 10th solo exhibition by Mee-Ok Paik, which comes after a 5-year absence from Korea during which she held exhibitions in Berlin and New York, is the "right trace" of endless questioning and searching for the root of the power to sustain the present and continue forward. That is, it does not center around a life that is lived in the present, but talks about the spirit, whose complex tangling of ties and short and long histories make appearances in the present. It is not an easy task, as what Mee-Ok Paik is trying to say cannot be expressed through direct language or the body. This is clearly revealed by her pre-work processes of design and drawing. The sensitivity acquired by inspiration is largely accepted, but afterwards, the expression of defining ideas and visualizing these as drawing proceeds very slowly and subtly. These works of Mee-Ok Paik, having named the shape of the abyss existing in herself as 'NungHae,' can be said to be the collection of a process that goes back into the distant past, all the way to the very beginning.
Calmness and Creation of Color Submerged in the Aesthetic Consciousness of the Artist
Since the artist developed a fascination with Korean shamanism and Eastern philosophy, her works dealing with the roots of life itself have continued, through the themes of ‘Psychokinesis’, ‘Life Series', and 'in Resonance’. In the process of visualizing the ideas and refining the concepts upon which the works are based, the Oh-Bang colors of Korea (five colors, each representing a cardinal point plus the center) were naturally chosen, and the probing of colors earned at various times were produced in Gan-color, which contains the story of Mee-Ok Paik. As the background that enables the best expression of Oh-Bang Gan-color is cotton cloth, its weak absorption of water presents some difficulties, but the base work of meticulously filling the seams of cotton cloth proceeds. The climax is applying the color and revealing the shape at the same time. The dissolution of the shape and the obscuring of the boundaries, made as the colors meet through repetitive drawing as if drawing the original shape with a fine brush, brings forth a mysterious color. The labor-intensive fine-brush drawing of the artist, together the artist’s own unique character that becomes embodied in the work, builds in intensity and then calms in the hierarchy of time, until manifesting itself in the form of a large-scale work. The result of the colors formed at this point and the labor-intensive drawing is an aspect of the eternity that led her to break out of agony and silence; a self-blooming flower of the abyss, the 'NungHae.'
Form of the Abyss Containing Time and Space and Continuing to Eternity
The work of Mee-Ok Paik exists on a continuum of change. Unlike many of her past exhibitions, 'NungHae' features works that include clearly-defined natural objects, such as trees, mountains, flowers, and leaves. Appearing for the first time in 10 years since 2000, when she completely dissolved the object in her work, the form of 'NungHae' is actualized in a variety of shapes. A 6-piece tree series, 100 variations of mountains and roses, and flowers interconnected with a single stem in one screen show diverse coloring processes and method according to the composition. The sketch process for the entire face before coloring may seem to be disordered, but by predicting the colors as they appears in aspects, layer by layer, the ratio of chroma and color surface is controlled and boldly composed. In the later process of coloring with a fine brush, depending on the amount of color and the drawing count, the form appears in the change of the sense of volume formed by the high and low matière. For some pieces, colors are applied by hand to express small water drops on the surface. The shape, mysteriously appearing and disappearing according to the light on the boundary that is covered and revealed by color, invokes the idea of an apparition. The visual image of the flat surface may seem simple, but the depth of color and the mystery of the shape, which is beyond the viewer’s grasp, like a mirage, provides an image that suggests an inexpressible calm and sentimental value, after finishing a journey to the distant past.
Drawing, Reality's Expressive Tool to Reflect Eternity, and its Uniqueness
Drawn on cotton canvas with acrylic paint, the works of Mee-Ok Paik could be said to belong to the genre of drawing, but a special method is chosen in the composition process. Just as a stonemason reveals the shape by constantly working the rock with hammer and chisel, the artist manifests the form of the abyss inherent in the word and the image of 'NungHae' with brush and paint. Using herself as a tool, the process of refining all images and thoughts appears as repetitive drawing. And, piling layer by layer, the hierarchy of colors formed within reveals the phantom-like form of ‘NungHae’.
The end result includes installation and spatial works, in addition to flat surface works. The 10 masks in Oh-Bang Gan-colors, presented for the first time, are produced by directly casting the face of the artist herself. The cotton scroll that it is installed with is attached to the wall, and hangs down to form a harmony with the drawings. Eternity to a person is expressed as an imaginary object, which is definite but non-existent, like 'NungHae', meaning it exists in various forms in the time and space of reality.
‘NungHae’ is the image of a flower that supports itself on the mud pile underwater, and after a period of silence, allows its stems to emerge above the surface, eventually blooming with small and white petals. This is similar to the artist’s process of completing the works. The idea she selects is like a process of composition, moving towards a new world that can only be found through refined effort, and a repeated cycle of pain and bliss. The story of ‘NungHae’, which appears in the artistic world of Mee-Ok Paik after a 10-year absence, is expressed in the sensitive language that is the artist’s own. The harmony of colors, innumerably overlapping and crossing on a homogenous surface, traces of solidly piled-up brush strokes like a furious storming wave, and the sense of depth that they invoke, give us a peek at eternity. ‘NungHae’, the flower that has bloomed through endless pain and bliss in order to grasp the strand of eternity, shall keep blooming and fading, and its spirit shall continue to live. ■ Jung-Won Park 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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