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 - 걸작
2012.12.13 ▶ 2013.01.16
2012.12.13 ▶ 2013.01.16
김두진
낙원에서의 추방 digital painting, 80x120cm, 2012
김두진
세상의 기원 digital painting, 200x150cm, 2012
김두진
Ken Moody and Robert Sherman digital painting, 150x200cm, 2012
김두진
아담과 이브 digital painting, 150x200cm, 2012
김두진
아주 평범한 커플 performance art, 30mins, 2012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두진은 초기의 회화작업을 넘어서 설치와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는 작가로 성장하였다. 지속해서 발전하는 매체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결국 3D 그래픽이라는 현대의 새로운 매체를 자신의 작품에 끌어들이기에 이른다. 3D 그래픽으로 작업하여 인쇄한 그의 작품은 회화, 조각, 사진, 영상, 그 모든 형식과 닮아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표현 방식은 관객들에게 다소 모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통속적인 영역들에 속하지 않을 뿐, 3D 그래픽은 분명 하나의 장르로서의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표현방식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존재의 낯섦과 소속의 모호함은 자신의 삶을 비롯한 작품 전체에서 뿜어져 나온다.
김두진은 유럽의 고전 명화 속 인물들의 피부를 벗기고 그 안의 뼈대를 상상하여 3D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현대미술의 홍수 속에 마르셸 뒤샹,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등 수많은 작가들이 ‘차용과 변용’이라는 이름 아래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들 역시 나름의 명분을 지니고 있음에도 항상 그 의의보다는 해학적 양상이 두드러졌었다. 반면, 김두진의 차용은 그 동안 행해졌던 그 어떠한 패러디보다도 명확한 주제의식을 띠고 있다. 작품 안에서 신체와 정체성, 정신과 육체와의 관계, 또한 그 속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에 관한 주제를 연구하는 작가에게 명화 속 인물들은 더없이 좋은 재료이다.
명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극적인 요소의 강조를 위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그 본 바탕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과 감정을 기초로 한다. 신화는 삶, 죽음, 사랑, 갈등과 같은 인간 삶의 통속적인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 매혹적으로 발전시킨 형태이다. 즉, 인간 존재와 서로간의 관계를 반영하는 사회적 통념의 집약이라 할 수 있다. 김두진의 작업은 명화가 담고 있는 이러한 통념들을 걷어내는 데서 시작된다.
외피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인물들은 피부뿐 아니라 그 정체성까지 상실한다. 뼈대만 남은 신체는 성별, 인종, 외모, 신분, 그 어떤 외형적 상태도 가늠할 수 없는 본질적인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선다. 신체의 자세, 몸가짐, 움직임을 단서로 인물을 파악하려 하지만 명확히 식별할 수는 없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마사치오의 <낙원에서의 추방>, 유명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 도프의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아주 평범한 커플>이라는 제목의 행위예술(performance art)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에서 김두진은 일반적인 두 남성을 삼각형의 벤치 위에 제시한다. 이들은 미리 주어진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배우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을 몸짓이나 눈빛으로 표현한다. 마주선 두 남성 사이에 흐르는 애틋한 기류에 관객은 거부감을 가질 수도, 혹은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작가는 서로 다른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관객들의 반응을 관찰하고자 하며, 그 반응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대중이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인 수많은 정체성들 또한 세상에 존재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렇게 모든 요소가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져 ‘정체성의 모호함’이라는 명확한 주제적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는 김두진의 이번 전시는 ‘매우 훌륭한 작품’ 혹은 ‘우스꽝스럽거나 유별나서 시선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이라는 이중적 뜻의 <傑作>이라는 전시 타이틀에서도 그 모호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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