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미 - 개미요정 다시 만나다
2013.03.14 ▶ 2013.04.07
2013.03.14 ▶ 2013.04.07
신선미
아빠놀이2 painting on Korean paper, 76x119cm, 2012
신선미
시크릿 4 painting on Korean paper, 79x133cm, 2012
신선미
Talk2 painting on Korean paper, 78.5x191cm, 2012
신선미
Talk painting on Korean paper, 78.5x191cm, 2012
신선미
아빠놀이 painting on Korean paper, 76x119cm, 2012
신선미
문양이야기4 painting on Korean paper, 50x50cm, 2013
신선미
welcome4 장지에 채색, 119x188.5cm, 2012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는 오는 3월 14일부터 4월 7일까지 동양화 기법으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장면을 연출하는 작가 신선미의 개인전 『개미요정 다시 만나다』를 선보인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공개되는 그녀의 신작들은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구도와 이야기들로 채워져 예전보다 풍성해진 모습이다. 전통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는 작품에 현대적 주제를 다룸으로써 동양화의 통속성을 극복, 시대의 확장을 이뤄냈다. 더불어 그녀는 단순히 현실을 드러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을 더하여 소재의 폭 또한 넓혀가고 있다.
생동감 있는 묘사로 상반된 요소의 융합에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유독 인물을 강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현실의 장면이 화면으로 옮겨오면서 배경이 증발하였고, 이로 인해 그림 속 계절, 시대, 장소에 대한 결정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졌다. 깨끗한 무의 공간 위에 인물들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이다. 핸드폰 조작에 빠져있는 한복을 입은 여인들과 아이, 그 주변을 맴도는 개미요정들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현 시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신선미가 묘사하는 전통과 새로운 문명이 어우러진 풍경은 현대사회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신구의 대립과는 대조적이다. 작가는 이렇듯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동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와 현대의 결합으로 이뤄낸 시대적 확장을 보여주는 작품에 작가는 개미요정이라는 가상의 인물 집단을 투입시켜 시공간의 확장을 꾀한다. 인간과는 다른 원자 단위를 가진 손바닥만한 개미요정들의 세계는 그림 안에서 인간세계와 만나 결합한다. 그녀가 가진 확장적 본능은 이렇듯 작품 전체에서 엿볼 수 있으며 전작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남자아이에서도 나타난다. 일상을 주제로 한 작품에 작가가 실제 삶에서 체험하고 있는 육아는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확장인 출산으로 얻은 아이는 작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반영한다. 또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 아이만이 개미요정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은 그림 속 아이가 인간과 개미요정, 즉, 현실과 가상을 이어주는 매개체임을 말해준다.
신선미는 아이를 주요 소재로 활용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특성인 장난스러움을 작품에 숨겨놓았다. 아이 또는 여인이 잠든 사이 개미요정들은 몰래 일을 꾸미듯 바쁘게 움직이고, 그 모든 상황을 아는 사람은 관객뿐이다. 작품의 또 다른 재미 요소인 개미요정과 관객간의 이러한 비밀 공유는 늘 연극적 구도로 정면에 상황이 제시되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신작 「문양이야기」 시리즈에서 신선미는 지금까지 고수했던 정면보다 더욱 긴장감 있는,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구도를 선보인다. 이 구도 역시 인물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고개를 돌려봐야만 알 수 있는 반면 관객은 위에서 모든 정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또한 그림 속 인물들이 전통문양 속에 숨어 있는 듯이 표현되어 한층 더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한국 전통 미의 정갈함과 현대의 디자인 개념이 결합으로 보여지는 이러한 기호학적 접근은 구도와 표현방식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찰에서 비롯되었다.
전시 『개미요정 다시 만나다』의 작품들은 새롭게 시도된 구도와 함께 이야기에서도 변화된 양상을 띤다. 전작에서 개미요정들과 유희를 즐기던 아이가 신작에서는 이따금 그들을 외면한다. 요정들은 관심 받길 원하지만 아이는 영수증에 나열된 숫자나 휴대 기기의 화면에 시선이 빼앗겨 있다. 문명에 젖은 어른을 모방하고 있는 이 광경은 작가 스스로 바라본 요즘 아이들의 행동양식을 투영한 결과이다. 순수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으로 작가는 개미요정을 바라보는 어른의 모습 또한 작품에 등장시켰다. 본래 어른들은 인지할 수 없었던 개미요정들을 보게 함으로써 그들 또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동심의 대상과 재회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인터넷, 핸드폰 등의 사용으로 더욱 손쉽게 연결됨에도 서로간의 직접적인 소통은 줄어듦과 같이 발전된 사회에 존재하는 이면들을 조명하는 작품들을 통해 현 사회의 세태를 되돌아보며 잊혀져 가는 순수성을 회복하기를 작가는 권유한다. ■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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