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Piggybank mirror, 120x218x116cm, 2010, 개인소장
이정기
남녀노소-老33 나무, 거울, 248x127x46.8cm, 2012, 개인소장
이정기
오벨리스크 mirror, 61x61x400cm, 2010, 개인소장
이정기
담다 mirror, 가변적 설치(부분), 2013, 개인소장
성찰과 소통, 그 궁극의 가치
이 정 기 '반추적 시선'展에 관해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고 영 재
그리고 칠하는 회화적 기법을 통해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행위는 구체성을 띤 서사적 구조이거나 함축적인 화법을 취한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의 경우 평면과 입체작업을 아우르며 작가의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작품 자체의 객체적 속성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과 전시공간, 관람객의 관계 설정에서 작품의 본질적 요소가 부각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정기 작가는 외려 매체가 지니는 속성 그 자체에 천착하며 집중력 있는 입체 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기존의 평면 작업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재료의 즉물성이 메시지 전달의 극명함으로 치환되며 작업 내용에 더욱 깊이를 더해 왔다.
‘잃어버린 원초성’, ‘기념비적 유물’이란 주제로 치러진 1, 2회 개인전에서는 기계적 현대문명에 비춰진 인간사의 근원적 생명력을 제고하거나, 더불어 인간성의 상실과 허탈감 등의 현대사회가 수반하는 다양한 형태의 불협화음을 유물의 형태로 해석, 반성적인 시각을 던져주고자 했다. ‘돼지, 꿈을 꾸다’라는 서사성 짙은 주제로 진행한 세 번째 작품전에서는 파편화된 형태의 돼지 저금통을 통해 현대인의 무분별한 소비성을 화두로 내세웠는데, 근작에서는 그간의 주제성에 더해 관계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금번 전시의 주요 매체 또한 비정형으로 혹은 정형으로 파편화된 거울 조각이다. 작가가 애초 거울 파편을 화법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거울이 지니는 시각적 투영성에 있다. 바라보기, 들여다보기 등의 반성적 물음을 던지는 거울 파편이 돼지 저금통이나 쇼핑백, 버려진 나무 등의 현실 속 부산물들을 가득 메우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작가가 보여주었던 작업에서의 쟁점이라 함은 우리가 잃어버리거나 또는 잃어가고 있는 가치에 관한 ‘성찰’이다.
이정기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크게 네 가지 시리즈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큐브 형태로 구성된 모뉴멘탈한 나무 구조물에 거울 파편을 씌운 <남녀노소> 부조, 그리고 무리의 형태로 분한 기존의 돼지 작업, 생활 속 그릇이나 버려진 일상용품에 깨진 거울을 부착해 현대소비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설치 작품, 도시문명 안에서 고사해버린 자연물을 소재로 상처 난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치유 공간>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중 주목할 만한 메시지는 상실의 현대사회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들에 관한 내용인데, 돼지 작업이나 치유 공간 시리즈, 일상품을 이용한 설치작업 등은 기존의 작업 형태를 보완하거나 문제제기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전 세대를 상징하는 남녀노소의 인물 부조를 대규모의 입체물로 제작한 <남녀노소> 작업은 성찰과 반성이라는 본래의 쟁점에서 더 나아가, 그 쟁점의 해법을 고민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녀노소의 각 인물이 상징하는 것은 가깝게는 가족의 형상이겠지만 사회 구성원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층위, 다시 말해 그 세대가 본질적으로 함축하는 관계지향성과 관계 안의 소통이라는 가치를 제고한 것이다. 큐브 형태로 규격화된 거울 조각들은 하나의 점인 픽셀로 나누어져 있는데, 최소 단위의 픽셀이 정면을 비추게 함으로써 작품을 바라보는 대상으로 하여금 그 대상물의 전체를 투영하게 한다. 더불어 부조 형태의 입체 파편에서 끊어지거나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며 개인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극단으로 치 닿는 소비사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만연, 끊임없이 버려지는 문명의 부산물 등으로 점철되는 현대인의 삶 그것의 근저에는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불통’의 현재와 그에 따른 생의 상실감이 잔존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삶의 나이테가 다름을 인정하고, 나만의 절대적인 잣대로 세상을 보지 않는 현명함을 작품 속에서 얻고자 한다"는 작가의 서술에서 그 동안의 작업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엿볼 수 있다. 금번 전시의 주제 ‘반추적 시선’ 또한 창작으로 하여금 나, 그리고 우리를 들여다보고 물질화된 현대사회 안에서 상생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처럼, 끊임 없는 자기 반성을 통해 잉여의 것을 걷어내고 사람살이의 현존 안에서 ‘존재함’의 가치를 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더불어 이정기 작가의 지난한 작업세계가 나와 너의 소통의 창구로써 역할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1975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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