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면서 둘인

2010.03.11 ▶ 2010.05.09

몽인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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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03-11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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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북악산4-1, 북악산4-2 마천에 유채, 각 210x190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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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인왕산6 마천에 유채, 205x28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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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인왕산7 마천에 유채, 140x27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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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인왕산8-1, 인왕산8-2, 인왕산8-3 마천에 유채, 145x135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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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인왕산9 마천에 유화, 200x800cm, 2009

  • Press Release

    동시대적 정신의 원형을 찾아서

    <하나이면서 둘인(一而二)>이라고 칭한 정주영의 이번 전시는 바위가 주가 되는 암산(岩山)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2006년의 개인전 <활경(活景)>과 산(山) 그림의 또 다른 연장선상에서 토산(土山), 즉 흙과 나무가 어우러진 숲의 부드러운 풍경을 대비적으로 보여주었던 2007년의 개인전 <생생화화(生生化化)>를 아우르는 결과물이다. 독일 유학시절 초기, 공원의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회화 작업은 18세기 중반의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와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작가 자신과 대면하고 있는 현실 속의 풍경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져왔다. 이 오랜 작업 여정을 관통하는 것은 ‘오늘날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태도인가’라는 질문이며,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일련의 작업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수도 없이 인왕산을 지나치고, 인왕산을 바라보며, 작은 드로잉에서부터 8미터 너비의 거대한 회화 작업에 이르기까지 인왕산의 다양한 모습을 재현해내는 동안 줄곧 정주영을 전율케 했던 것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1751)를 그리던 당시 정선의 눈 속에 담겼던 인왕산을 오늘 마주하며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단지 인왕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주영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인왕산을 바라볼 때 비 온 뒤 안개 속으로 드러나는 <인왕제색도> 속 인왕산의 모습이 겹쳐지듯이, 시간과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면면을 드러내는 북악산의 모습 또한 옛 그림 속에서 그 산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풍경의 층위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러한 전율은 배를 타고 한강 주변을 그렸던 정선을 좇아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산을 지표(指標)로 삼아 실제 한강 주변을 그린 일련의 풍경을 통해 화면으로 옮겨졌다. 그 옛날 선인(先人)들의 화첩에 담긴 그림들에 마치 나침반처럼 등장하는 산을 실제 장소에서 보고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정주영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본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에서 새삼 영구한 지속성의 표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 변치 않는 산의 존재는 정주영의 화면에 하나의 지표로 제시되며, 나아가 모든 것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근원적인 힘을 발원시키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태도인가’라는 작가의 질문은 옛 선인의 시선과 자신의 시선을 중첩시키는 대상으로서의 산, 불변하는 지표로서의 산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정리되어 간다. 결국, 김홍도와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대한 작업을 해왔던 정주영에게 있어 250여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무색하게 했던 이 존재론적 전율은 그의 작업 여정에 또 하나의 의미를 더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실존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변하지 않는 원형(原型)으로서의 산을 담고 있는 풍경을 자신의 눈, 자신의 몸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그리는 행위’라는 몸의 궤적을 통해 화면 위로 고스란히 옮겨진다. 설치미술과 개념미술에의 관심을 뒤로 하고 회화에 천착하기 시작한 이래 고집스럽게 커다란 캔버스를 고수해온 정주영에게 있어 회화는 단순히 이미지를 재현한 화면(畵面)이 아니라 자기 분석과 반성의 궤적을 옮겨 놓은 행위의 장(場)이었다. 이것은 정주영 스스로가 ‘그린다는 것’을 ‘회화가 숙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몸”, 즉, 캔버스와 그것의 물리적 부피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그리는 행위 속의 작용과 반작용’과 연관 짓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김홍도나 정선의 그림에 대한 작업을 하던 시기에도 화면과 그리는 행위와의 관계는 정주영의 작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자신의 눈(몸)으로 본 것을 스스로의 몸을 움직여 그리는 행위, 그리고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해가는 수행과도 같은 과정은 실경(實景)을 경험한 이후의 작업에서 더욱 진지하게 드러난다. 더불어 자신이 발 딛고 서있는 3차원 공간의 경험, 즉,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은 선인들의 2차원 평면을 대면한 경험을 옮기던 추상적인 붓질, 주로 하늘이나 물을 암시하는 여백 부분을 추상적으로 구축하던 붓질을 떠나 보다 사실적인 재현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붓질로 변화해가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한다.

    결국, 정주영의 작업은 실제 풍경을 대하는 정주영의 작가적 태도의 반영이며,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실제 풍경 속에서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산과 조우한 순간 깨어난 경이로운 감정의 회화적 번안이다. 시간을 초월한 산과 대면한 나, 그리고 이 순간적인 전율에 대한 존재론적 접근은 세계 속의 나, 현실 속의 나를 인식하게 하고, 다시 나를 둘러싼 현실과 세계를 재인식하고 그 속의 모든 존재들 간의 고리를 연결하려는 시도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시도의 근저에는 관념이 아닌, 자신의 눈(몸)으로 보고 생각하는, 생생한 경험과 삶에 기초하는 현실의 인식, 동시대성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현실적이고 실재적인 인식의 과정에 개입하는 작가의 수행적 행위는 화면 위에 작가 자신의 존재론적인 욕구를 오롯이 체화(體化)시켜 드러내며, 이것은 18세기 진경산수화를 추동(推動)시켰던 인식의 21세기적 변용으로 읽혀진다. 이렇듯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산의 모습 속에서 ‘고정적인 것’으로서가 아니라 ‘나날이 새로워지고 변화하는[生生化化]’ 동시에 ‘하나이면서 둘인[一而二]’ 자연의 모습, 즉 ‘변화무쌍하게 끊임없이 생동하는 살아있는 원형’으로서의 풍경을 인식하고 이것을 회화를 통해 현재에 위치시키려는 정주영의 태도는 ‘풍경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진경의 관점에 대한 재해석’이며, 나아가 ‘동시대적 정신의 원형 찾기’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김윤경

    전시제목하나이면서 둘인

    전시기간2010.03.11(목) - 2010.05.09(일)

    참여작가 정주영

    초대일시2010-03-11 18pm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몽인아트센터 Mongin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삼청동 106)

    연락처02-736-14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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