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유희: 쉬린 네샤트 Games of Desire: Shirin Neshat

2010.06.02 ▶ 2010.07.25

몽인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106

Map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아이콘
  • 작품 썸네일

    쉬린 네샤트

    욕망의 유희(Games of Desire) Ink on C-print mounted on Dibond, 127.3x84.7cm, 2009, Courtesy Galerie Jérôme de Noirmont (Paris)

  • 작품 썸네일

    쉬린 네샤트

    욕망의 유희(Games of Desire) Ink on C-print mounted on Dibond, 127.3x84.7cm, 2009, Courtesy Galerie Jérôme de Noirmont (Paris)

  • 작품 썸네일

    쉬린 네샤트

    욕망의 유희(Games of Desire) Ink on C-print mounted on Dibond, 127.3x84.7cm, 2009, Courtesy Galerie Jérôme de Noirmont (Paris)

  • 작품 썸네일

    쉬린 네샤트

    욕망의 유희(Games of Desire) Ink on C-print mounted on Dibond, 127.3x84.7cm, 2009, Courtesy Galerie Jérôme de Noirmont (Paris)

  • Press Release

    <욕망의 유희>는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슬람 사회에서 종교와 남성에 의해 지배 받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표현해온 쉬린 네샤트가 중동의 시각적 어휘를 사용했던 자신의 이전 작업들에서 한발 나아가 보다 확장된 시선을 라오스에 위치시킨 작업입니다. 이슬람과 중동 문화로부터 벗어난 주제를 처음으로 다룬 이 작업은 “대지의 평화(The Quiet in the Land)”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8년 라오스에서 제작되었고, 라오스와 이란의 문화적 전통과 정치적인 역사를 연결하며 쉬린 네샤트의 초문화적 관심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성 역할을 규정하고 성적인 표현을 통제하는 엄격한 관례를 희롱조로 넘나들며 남성과 여성이 번갈아 노래를 주고 받는 형식은 호소력 짙은 흑백 영상작업인 <소란(Turbulent)>(1998)과 대비를 이루며 변화한 듯 일관된 작가의 시각을 드러내고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영상작업에 등장했던 남성과 여성을 찍은 인물 사진을 장식하는 페르시아어로 번역된 구애가는 라오스와 이란의 문화적 전통과 정치적인 역사를 연결하는 매개일 뿐만 아니라, 쉬린 네샤트의 초기 작업과 최근 작업을 이어주고,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합니다.

    욕망의 유희, 그 관능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

    남녀 노인들이 서로를 향해 마주보고 앉아 노래를 주고받으며 열렬한 구애(求愛)의 마음을 전한다. 검은 배경 위로 도드라지는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 위로 때로는 수줍은 미소가, 때로는 짓궂은 웃음이 번지고, 젊은 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아련한 사랑의 기억이 함박웃음과 함께 피어오른다.

    2005년 11월, 쉬린 네샤트는 “대지의 평화”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리고 2008년 10월 그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 그는 오랜 세월 그 지역에서 살아온 노인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라오스의 화려한 전통 벽화를 배경으로 곱게 단장한 노인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과 그들이 서로 마주보며 라오스의 전통 노래를 부르는 영상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현대 이슬람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놓인 문화적, 종교적 경계들에 대해 시적(詩的)으로 그러나 강하게 표현해왔던 쉬린 네샤트의 이전 작업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발견한,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그들의 전통을 작가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쉬린 네샤트는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일련의 질문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보편적인 대화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쉬린 네샤트의 <욕망의 유희>(2009)는 무리 지어 앉아 젊은 시절에 불렀었던 구애가(求愛歌)를 번갈아 주고받는 60-80대 남녀 노인들의 모습을 마주보는 두 개의 화면으로 보여주는 2채널 영상작업이다. 한 명이 큰소리로 선창(先唱)하면 상대방이 이에 답창(答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이 노래는 라오스에서 전통적으로 결혼식이나 그 밖의 여러 축제 때 구애 의식의 일부로 행해졌던 ‘램’(lam)이라는 장르의 노래로, 특히 루앙프라방에서는 ‘카프툼’(khap thoum)이라고 불린다. 대체로 가난한 농부들 사이에서 불렸던 이 노래는 주로 땅, 식물, 동물 등 자연 요소와 연관된 은유가 반복되는 목가적인 어휘로 이루어지며, 그 내용은 성적이고, 관능적일 뿐만 아니라, 외설적이기까지 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특히 남성과 여성이 주고받는 열광적인 구애의 밀어(密語)는 성 역할을 규정하고 성적인 표현을 통제해온 엄격한 일상의 관례를 희롱하듯 분방하게 넘나들며 음탕하고 매혹적인 즉흥시와 재치 있는 응답 속에서 되살아난다.

    마주보게 배치된 2채널 영상작업에서 남성과 여성이 번갈아 노래를 주고받는 형식은 호소력 짙은 흑백 영상작업인 <소란>(1998)을 연상시키며 변화한 듯 일관된 쉬린 네샤트의 시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두 개의 화면 사이에 자리 잡은 관람자는 두 화면을 시각적으로 동시에 수용할 수 없으며,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공간의 그 어떤 지점도 두 영상을 전통적이고 전지(全知)적인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마주보는 화면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을 번갈아 바라봐야만 하는 관람 방식은 관람자 개개인에게 영상작업의 유효한 편집자로서의 지위를 부여받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능동적이며 역동적인 경험 속에서 관람자는 더욱 즐겁고 기쁨에 넘치는 응수에 끝없이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독특한 시각 경험에서 작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노인들의 얼굴이다. 전통적으로 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불리는 노래이지만, 노래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얼굴 표정에 집중하기 위해 쉬린 네샤트는 퍼포먼스의 맥락을 보여주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했다. 관람자의 시선은 주고받는 노래의 흐름을 따라 옮겨가며 오직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로 집중된다. 그들은 화면 위에 앉은 모습으로 혹은 상반신만 등장하며, 그 결과 노인들의 얼굴 위로 미소가 번지거나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러한 효과를 통해 쉬린 네샤트가 주목한 부분은 노인들의 얼굴에 시간이 남겨놓은 ‘흔적’이다. 더불어 먼 옛날 자신들의 젊음과 열정, 사랑과 희열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는 노인들의 얼굴 위로 쇠락한 전통이라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슬람과 중동 문화로부터 벗어난 주제를 처음으로 다룬 이 작업을 통해 쉬린 네샤트는 라오스의 문화적 전통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조국인 이란의 상황을 대입하여 자신의 초(超) 문화적 관심사를 드러낸다. 1979년의 이슬람 혁명이 옛 페르시아 문화와 풍습의 대부분을 제거하며 이란을 이슬람화했듯이, 1975년 라오스를 점령한 공산주의 역시 전통적인 문화 대부분을 뿌리 뽑으려고 시도했다. 이렇듯 두 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겪은 역사적 변화의 유사성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특히 여성으로서의 삶에 있어 급격한 변화를 몸소 체험했던 쉬린 네샤트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탈이슬람적 작업을 시도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영상과 사진 어디에도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직접적인 언술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것은 단지 오래된 구애가, 그것을 기억하고 부르는 노인들, 그리고 그들이 두르고 있는 비단 스카프와 같은 것들이다. 다소 이국적으로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작가의 관념이나 허구가 아닌, 그저 여전히 라오스에 살아 남아있는 현실의 부분들일 뿐이다. 이 오랜 전통의 파편들을 단지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라오스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의 실재(實在)를 조용히 들춰낸다. 즉, 이러한 전통을 간직한다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결코 자의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음을 쉬린 네샤트는 지나간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경험의 언어를 빌어 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제목욕망의 유희: 쉬린 네샤트 Games of Desire: Shirin Neshat

    전시기간2010.06.02(수) - 2010.07.25(일)

    참여작가 쉬린 네샤트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일요일 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몽인아트센터 Mongin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삼청동 106)

    연락처02-736-1446~8

  • Artists in This Show

몽인아트센터(Mongin Art Center) Shows on Mu:umView All

  • 작품 썸네일

    욕망의 유희: 쉬린 네샤트 Games of Desire: Shirin Neshat

    몽인아트센터

    2010.06.02 ~ 2010.07.25

  • 작품 썸네일

    하나이면서 둘인

    몽인아트센터

    2010.03.11 ~ 2010.05.09

Current Shows

  • 작품 썸네일

    권현빈: We Go

    두산갤러리

    2024.03.20 ~ 2024.04.20

  • 작품 썸네일

    함(咸): Sentient Beings

    갤러리 학고재

    2024.03.13 ~ 2024.04.20

  • 작품 썸네일

    최인선: 거울 너머로_거울 속으로

    이길이구 갤러리

    2024.03.23 ~ 2024.04.20

  • 작품 썸네일

    이길래: 늘 푸른 생명의 원천에 뿌리를 내리다 - 생명의 그물망

    사비나미술관

    2024.01.25 ~ 2024.04.21

  • 작품 썸네일

    2024 기억공작소Ⅰ 김용익展 후천개벽: 아나와 칼(Ana & Carl)

    봉산문화회관

    2024.02.14 ~ 2024.04.21

  • 작품 썸네일

    김연옥 기획초대전: 비밀의 정원(The Secret Garden)

    쉐마미술관

    2024.03.15 ~ 2024.04.21

  • 작품 썸네일

    김용익: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

    국제갤러리

    2024.03.15 ~ 2024.04.21

  • 작품 썸네일

    장현주: 어둠이 꽃이 되는 시간

    갤러리 담

    2024.04.12 ~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