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영
Darkview mixed media on canvas, 61x110cm, 2010
한조영
Darkview mixed media on canvas, 112x162cm, 2009
최헌 작가의 작업평론 -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 나진희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큐레이터
작가 최헌은 이미 다양한 액체들을 반응시켜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선보여 왔다. 그는 스스로가 '보고 싶어 하는 우주'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실험들은 작가를 그 세계로 빠지게 했고, 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속출하는 우연한 액체들의 반응에서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우주를 발견했다. 그가 애정을 쏟아 부어 담아낸 이미지라서인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분리와 혼합이라는 용어보다 분열과 융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양한 수조 속 액체들의 이미지에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풍경을 합성했다. 사진 속 도시 풍경들은 대기권 밖, 몇 광년 이상의 먼 거리 우주를 당겨 빌딩 마천루 바로 위에 앉혀 놓은 듯하다. 존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우주 공간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이미지는 쓸쓸하고 적막할 것 같은 도시 풍경을 화려하고 신비롭게 바꾸어 놓는다. 꿈꾸던 이미지를 현실의 풍경과 접목시킨 이 사진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의 상을 만든다. 이미지들은 묘사된 현실 속에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풀어 놓아 이성적 사고로 경직된 일반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들의 작품과 일맥상통한다. 이 이미지들이 현실 속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는 것을 알지만, 작가의 상상이 반영된 이미지들은 실제 익숙한 풍경과 만나 우연히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진 각각의 이미지들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추측했을 때, 또 다른 의미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액체는 성질에 따라 외부의 자극에 의해 분리되기도 하고 혼합되기도 한다. 여기서 외부의 자극은 작가의 통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액체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들은 우연에 의한 것이지만 어느 정도 작가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가가 외부에서 주는 자극에 따라 액체들은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작가는 최상의 순간을 포착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물과 기름은 분리된다는 원리처럼 수조 속 액체들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외부의 자극에 반응한다. 이것들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외부의 통제된 자극에 반응했지만 결과물은 예상 밖의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마치 분열과 융합을 반복하는 살아있는 우주의 풍경과도 같다. 반대로 도시 풍경은 작가가 통제할 수도 크게 변화를 줄 수도 없는 곳이다. 그러나 도시는 액체의 세계에 비해 우연도 뜻밖의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삭막하기만 곳이지만, 어찌 보면 필연보다 우연한 일들이 많아 상상하지 못할 터무니없는 사건들이 난무하는 곳이다. 통제할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며, 뜻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들이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만났다. 여기서 작가의 상상 속에 있는 우주, 추상의 세계는 현실 속 구상의 세계와 맞물린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도시풍경과 자연의 법칙에 의해 발견된 액체의 이미지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으면서도 상반된 느낌이다. 사진 속 하늘은-우리가 보고 있는 하늘은 우주의 일부이다-수조 속에서 분리와 혼합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신비한 이미지들에 의해 대체되어 우리의 현실을 환상적인 곳으로 만들어 준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띠처럼 늘어진 빌딩들은 드넓은 하늘을 받치고 있다. 아주 가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모양의 구름에 때마침 노을이 질 무렵이거나 먹구름과 햇빛이 교차하는 하늘을 보게 될 때, 비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한다. 작가 최헌은 환상적이고 태고와 같은 우주에 현실을 배치시켜 한 장의 이미지 속에 담아냄으로써 순간순간을 극대화시키고, 우리의 상상력 또한 자극한다.
한조영 작가의 작업노트
인간이 밀집하여 활동하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진화하는 촌락에 비하여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이며 때로는 삭막하고 위협적이기도 하다. 도시는 소음과 속도로 묘사되기도 한다. 풍요롭고 편리하지만 소란스럽고 위태로운 양면성을 가진 것이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처음 시작한 Darkview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시리즈 작업이었다. 도시에 살며 한 순간에 느끼는 낯설음과 배척성이 비인간적 이였고, 특히 그러한 도시의 야경에서 나는 개성의 함몰과 자기정체성의 혼돈을 가져오는 일종의 공포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환각적 체험을 바탕으로 내가 그 속에서 머물러 생활했던 도시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는 실재하는 공간이었고, 내가 머물렀거나 경험했던 체험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작업을 거듭하면서 점점 허구적 공간이 되었다. 머물렀거나 체험한 공간이 아닌 실재하지 않는 도시를 실제 어딘가 있을법한 공간으로 만들어갔다. 이런 작업방식의 변화는 여러 도시를 관찰하며, 경험하고 얻어진 결과이다. 아름답지만 입체감과 규모만이 있을 뿐, 개성과 차이가 사라진 도시. 그 이면에 정말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숨기고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도시를 경험하면서다.
이런 도시들은 규모와 시간,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다. 그리고 도시를 존재시키기 위해 있는 수많은 이미지의 결정체이자 모든 존재의 존재감을 대신해 가늘게 잘라 붙인 스티커를 빛으로 대신하고 옮기고 뒤바꾸면서 도시를 다시 건설한다. 이 도시는 안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 보다는 먼발치에서 내려다보는, 즉 관조하는 시각으로 도시와 그것의 생태 작용을 관찰한다.
이렇게 건설된 허구적 공간은 실재공간으로 속이기 위한 적당한 리얼리티를 갖는다. 회화장르의 하이퍼리얼리즘과 사진과는 또 다른 차원의 리얼리티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공간사상(3차원)을 규격화된 평면(2차원)위에 묘사적으로 나타내는 회화기법을 통한 공간성과 사진인 듯 보여 지는 시각적 착각이 작품에 리얼리티를 갖게 한다. 얼핏 보고 사진으로 믿어버리는 관람자들의 시각은 실제 어딘가에 있을 법한 도시적 공간으로 믿게 한다. 거기, 바로 그 시간에 존재하는 것만을 기록하는 사진만의 특수한 조건이 허구적으로 구성된 도시를 실재 공간을 기록한 사진으로 보는 착각을 돕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은 규모와 입체감만이 있는, 개성과 차이가 사라진 동시대 도시를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적당한 장치가 되었다.
빛을 매개로 도시를 표현하려는 나의 시도는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반복적인 행위로서의 나의 스티커 붙이기가 갖는 의미와 맞물려 극대화된다. 화면을 작은 스티커들로 메워나가거나 물감을 뿌려 도시를 구축하는 나의 방식은 그리기로서의 회화에 대한 나의 오래된 욕망 내지 숭배감으로 부터의 일탈이다. Recity로 이름 지은 일련의 폐품을 재활용하여 도시의 모습을 다시 구성하는 설치 작품을 구상하기도 한다. 깡통이나 빈병, 상자 등 도시에서 소비한 물건들의 잔해가 다시 도시를 구성하는 재료로 도입되는 리사이클링의 과정을 통해 역사 속에서 도시가 세워지고, 무너져서 다시 세워지는 순환의 한 맥락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198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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