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혼
Remembered Words—(Fat) 2012-2013, Gouache, watercolor, graphite, and gum arabic on paper, 38.1x27.9cm, 사진: Genevieve Hans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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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ed Words—(Snaggle) 2012-2013, Gouache, watercolor, graphite, and gum arabic on paper, 38.1x27.9cm, 사진: Tom Powel Imaging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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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ed Words—(Sunflower) 2012-2013, Watercolor, graphite, and gum arabic on paper, 38.1x27.9cm, 사진: Tom Powel Imaging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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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ed Words—(Whippy)(detail) 2012-2013, Watercolor, graphite on paper, 38.1x27.9cm, 9 parts, 사진: Ron Amstutz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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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ed Words—(Whippy)(detail) 2012-2013, Watercolor, graphite on paper, 38.1x27.9cm, 9 parts, 사진: Ron Amstutz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5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K3에서 로니 혼(Roni Horn, b.1955)의 개인전 《Remembered Word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그간의 작가 활동에서는 이례적으로 < Remembered Words > 드로잉 연작을 최초로 집중 조명한다. 전시명과 동일한 연작 < Remembered Words >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특정 시기에 진행된 일련의 드로잉으로, 작가의 주요 작품군과 개념적으로 연결됨은 물론 전체적인 작업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에 놓여있다.
드로잉은 반복적으로 전작으로 회귀하는 로니 혼 작업의 핵심 요소이자 병치와 언어 유희 및 물성의 시학을 통해 언어와 정체성에 관한 주제를 고찰하는 주요한 장이다. 특히 < Remembered Words >는 이처럼 단어의 의미와 기억 간의 미묘한 관련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데, 이번 전시 공간을 가지런히 채우며 거의 무한대로 복합적이고 개방적이며 확장 가능한 문화의 어휘(렉시콘, lexicon)을 창조해낸다.
《Remembered Words》 전시에서 개별 작품은 3X3 격자로 배열된 아홉 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모두 동일한 크기의 각 드로잉은 수채 물감으로 그린 원들을 담고 있고, 각각의 원은 격자 패턴을 이루며 바로 아래 쓰인 단어들과 함께 나열되거나, 좀 더 율동감 있게 여기저기 흩어진 단어들로 무질서한 집합체를 이루기도 한다. 마치 과학적 분류나 법의학적 단서의 나열처럼 보이기도 하는 동그라미와 표기법의 정돈된 배열은 작품 제목에 종속되지 않고 서로 논리적이면서도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상관관계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 Remembered Words━(The Supremes) >의 경우, 세 번째 드로잉의 좌측 하단부터 우측으로 나열된 rebus(그림 수수께끼), sissy(겁쟁이), humpback(꼽추), bogus(가짜), unface(노출)와 같은 단어들이 270개의 다른 단어들 사이에서 주의를 끈다. 또한 < Remembered Words━(Ho Ho Ho) > 작품 앞에서 관객은 soapy(미끈미끈한), lavender(라벤더), walk(산책), malt(몰트), pollute(오염), hallucinogen(환각제) 등의 단어들은 물론 프레임에서 프레임으로, 그리고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충돌하고 공명하는 단어들을 이해하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이로써 작가와 관객은 각 작품의 제목과 색상 그리고 단어를 통해 그들만의 고유한 의식의 흐름을 시각적인 방식으로 공유하게 된다.
로니 혼은 그만의 오묘한 어휘와 함께 각각의 작품을 하나의 색상 스펙트럼 별로 느슨하게 묶음으로써 색채의 팔레트가 또 다른 의미의 영역을 구축하도록 한다. < Remembered Words >의 다채로운 색상의 원형 무리 일부는 구름 낀 밤의 달 관측처럼, 또 다른 부분은 밀림의 견본이나 불가사의한 발진처럼 보인다. 이들은 용의주도하게 색의 조화를 이룬 원들의 격자이거나, 일정한 방향 없이 서로 스며든 얼룩에 가깝다. 이렇게 반복되는 형태 사이의 공간과 그 안에서 종종 서로 맞닿는 방식은 작가만의 색상 사용법과 수채 물감의 매체적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황갈색과 녹색, 노란색과 회색, 검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선홍색의 그라데이션은 투명하고 옅은 상태부터 불투명하고 짙은 상태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 Remembered Words >는 미국의 여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1874-1946)의 시에서 나타나는 실험적인 구문론과, 이번 작업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한 영국 예술사가 브리오니 퍼(Briony Fer, b.1956)가 말하는 ‘작은 집합점들의 극소의 시학’을 환기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이로써 < Remembered Words >는 로니 혼의 다른 주요 작품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특히 세밀하게 자르고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형태와 의미를 재구축한 < Hack Wit > 드로잉(2014-2015)과 매력적인 색채의 웅덩이를 포착해낸 유리 주조 조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두 작품 연작 모두 매체의 변하기 쉬운 성질을 전면에 드러내며 마치 예측 불가한 날씨의 변화와 사물의 절묘한 우연성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브리오니 퍼가 < Remembered Words >를 가리켜 시사한, 이른바 “격동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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