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주
전일빌딩 2018_02
정정주
전일빌딩, 폼보드로 만들어진 전일빌딩 모델 4대의 비디오카메라, 비디오프로젝터, 3대의 모터, 240X143x163cm, 2018
정정주
상무관, 폼보드와 골판지로 만들어진 상무관 모델 10대의 비디오카메라 6대의 비디오프로젝터, 5대의 모터, 323×155×274cm, 2019
정정주
전일빌딩, 폼보드로 만들어진 전일빌딩 모델 4대의 비디오카메라, 비디오프로젝터, 3대의 모터, 240X143x163cm, 2018
정정주
48개의 방 48 Rooms 2019
정정주
Facade 스테인레스, 거울, 칼라 LED 조명, 2019
갤러리조선은 2019년 10월 31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정정주 작가의 개인전 <보이지 않는 빛 Invisible Light>을 개최합니다. 모형 건축물을 만들고 그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공허한 응시를 시각화하거나 바라봄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것이 작가의 기존 작업의 주된 한 축을 이뤘다면, 최근에 작가는 3D 애니메이션 영상이나 스테인레스,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활용한 조각 작품 등을 통해 기존 관심의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기 작업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종합하는 시도를 선보입니다.
전시는 '보이지 않는 빛'이라는 역설적인 용어로써 공간, 건축, 기억, 빛, 바라봄의 형식 등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20년 남짓 쌓여온 정정주 작가의 작업 세계에 새로운 의미의 접합을 생성합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기억과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이 동시에 새겨져 있는 광주 지역 건축물들 사이에 카메라를 개입시켜 낯선 형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영상 작업이 한편에 전시될 예정이며, 다른 한편에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익명의 공간 구축 작업이 함께 전시될 예정입니다. 2017년의 <발생하는 풍경>전 이후 갤러리조선에서는 2년만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정정주 작가의 변화된 모습과 함께 그가 제시하는 오늘날의 시각성에 대한 통찰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갤러리 조선
자동차를 타고 어두운 공간을 빠르게 가로지르다 보면 어두운 밤 풍경 속에서 점점이 있는 집이나 가로등 불빛들이 지나간다. 어두움 속 빛들을 보며 서서히 각 빛들과 나와의 거리를 연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공간의 모습을 떠올린다. 또 특별히 어두운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에 대해 조심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본다. 잠시 후 내 머리 속에서는 어두움 속의 몇 가지 단서들이 조합된 풍경이 그려진다.
빛, 혹은 사물에 반사된 빛을 통해 이미지를 인식하는 주체인 신체는 신체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기준점이자, 공간과 사물에 정신성을 투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눈은 공간과 관련된 빛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감각기관이다. 눈을 통한 시선은 빛의 형태와 움직임, 광원을 인식할 수 있고, 빛이 공간의 구조와 연관돼서 변형되고 이동하는 모습을 감지한다. 시선은 광원과 광원으로부터 비롯된 빛의 여러 모습들을 응시하는 존재감을 갖는다. 사람들은 빛을 통해 대상을 본다. 하지만 눈은 외부로 향한 투명한 창이 아닌 외부의 대상에 반사되는 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 즉 고깃덩어리다. 시각적으로 본다는 것은 감각을 통한 빛의 경험이며 빛의 눈부심에 대한 경험이다.
형이상학적인 세계가 물리적인 사물로 육화되듯이 빛은 형이상학과 물리적인 세계에 걸쳐있다. 이것은 빛을 경험하는 감각의 마비가 단지 보지 못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도시의 마비, 관계의 마비, 감정의 불안정과도 연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경험하는 불안의 근원을 찾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불안은 나로부터 벗어나 가족, 집, 국가, 공동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가장 나를 안정되게 담는다고 여겨지는 그릇의 균열과 불안정은 내 불안의 연쇄반응에서 출발한다고 여겨진다. 불안을 모형화한 내 작업들 속에서 불안은 빛을 마주본 후 경험하는 눈부심과 같이 빛의 잔상으로 어른거린다.
나는 광주에서 유년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내며 80년대 광주항쟁과 민주화운동의 시기를 경험했다. 이 시기 광주에서 경험한 기억과 도시의 분위기는 불탄 자동차와 도로를 메운 깨진 유리조각들, 금남로 주변의 고층빌딩인 전일빌딩과 도청, 상무관과 같은 상징적인 건물들로 대체된다. 이번 전시에서 모형으로 보일 전일빌딩과 상무관모형의 내부는 텅 빈 상태로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모형의 내부와 빛을 찍은 비디오카메라의 영상은 전시장 벽면에 비디오프로젝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불안의 실마리인 광주의 역사와 장소, 기억에서 출발해 빛을 매개로 한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환영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 기억과 역사에 대한 단면을 드러내며 빛에 의해 보여지는 대신 기억과 감각, 감정을 통해 경험되는 세계의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
■ 정정주
197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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