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박상훈
화양연화-Flower02-2018-2021
박상훈
화양연화-Flower04-2018-2021
평범한 것을 비범화 시키는 탁월한 시선을 갖고 있는 사진가 박상훈의 개인전이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다. 2010년
박상훈은 본인에게 아주 익숙한 장소들인 작업실 근처 도산공원, 봉은사 등에서 산책을 하다 보여지는 것들에 주목한다. 어디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꽃, 벌, 나비, 벌레, 개미 등 아주 평범한 것들, 아주 작고 존재감 없는, 그리고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러한 것들을 통해 작가만의 비범한 시선과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프로 사진가로 명성이 높은 박상훈작가가 한국의 프로 사진작가들이 손대기를 꺼려하는 꽃 사진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통속적인 보기 (seeing-as)를 뛰어 넘은, 보기(seeing)를 하는 작가이기 때문 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나의 눈’이라는 보기의 주체를 간헐적으로 내려놓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 즉 진아(眞我)의 눈(unalloyed eye)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홍가이 평론중 발췌)
오랫동안 아날로그 작업을 해왔던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두가지 형식이 중첩되고 융합된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허물을 벗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치열한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인 셈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들 사이에서 디지털로 해석된 가상의 아침이슬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준다. 꽃에 걸린 디지털 픽셀로 만들어진 이슬은 꽃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화룡정점의 순간으로 해석된다.
그의 작업에서 인체의 토루소나 나무의 토루소가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의 오랜 작업 ‘새벽풍경’과 ‘화양연화’시리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시공간의 감각적 합일 등 그의 철학을 탁월하고 섬세한 그만의 감각으로 이번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또 다시 보여준다.
그는 꽃에 걸린 이슬 역시 찰나찰나 순간순간의 영원성이라는 같은 하나의 맥락을 지니고 있음을, 인생이 모두 아름답지만 꽃, 벌레, 이슬을 보고 있고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의 경이로움을 말한다. 꽃들 사이에서 신비롭게 발견되어지거나 혹은 공기중에서 춤을 추듯이 존재하는 픽셀로 만들어진 이슬, 그리고 행인들의 몸짓 등에 내재된 진정한 화양영화 Carpe Diem, 즉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스스로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5년부터 3년간 인천국제공항에 김환기 화가와 함께 한국을 알리는 작가로 선정된 박상훈은 1982년, 86년과 94년 <우리나라 새벽여행>展 등으로 한국풍경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도 잘 알려졌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화려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셀러브리티<안성기, 송강호, 김희애, 김혜수, 전도연… 등>에서 미장센을 철저히 배제한 인간의 모습, 그들의 깊은 내면을 이끌어 내어 자신 만의 사진 언어를 구축해 호평을 받았다. 신작을 발표할 때 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는 치열함이 이번 <화양연화>展에서도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 풍경, 인물, 누드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온 그는 모교(중앙대학교)에서 사진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A.화양연화
무심히 보았던 꽃 한 송이와 벌레들이 안간힘을 쏟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다. 반짝이는 별처럼, 영롱한 이슬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 일게다, 짐작할 뿐이다.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순간이 화양연화라고...
I still ponder on the reason why that unnoticeable flower
and the insects climbing around it endeavor so endlessly to life. Perhaps to live like that twinkle of a star, like the shine of morning dew, I can only guess. That the moment of here and now is the moment to seize, Carpe diem!
-From Sanghoon Park's journal-
B.화양연화
어릴 적 아주 어릴 적부터 주먹 만한 가슴 한 켠에 가지가지 온갖 씨앗들이 날아와 터를 잡은 지도 모른 채, 쌓이는 시간만큼이나 켜켜이 묻혀버린 씨앗들은 언제 피어날지 모를 긴 여정을 함께하다 어느덧 번개처럼 發芽<발아>되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맞이한 그 씨앗들이 꽃으로 피어날지 나무로 자랄지 모를 싹에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애써 키우다가도 미련 없이 돌아서는 나를 본다.
Since I was very young, all kinds of seeds flew inside my heart and formed into the size of a fist, not knowing that they had settled in, and the seeds buried in layers went on a long journey where you never know when they will bloom. And, I see myself turning back without regrets even after I water, prune, and nurture the sprouts that I revisit them with surprises and joy, not knowing whether the seeds will flower or grow into trees.
-From Sanghoon Park's journal-
1952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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