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람 The Other Self
2022.08.23 ▶ 2022.10.02
2022.08.23 ▶ 2022.10.02
전시 포스터
최하늘
나란히 Rank 2022, 3D print, 86×35×37cm each
권오상
세 조각으로 구성된 와상 Three Piece Reclining Figure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40×240×110cm
권오상
세 망령들-주름들 The Three Shades-Wrinkles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90×23×23cm
조각은 기념비로서 재현의 의무와 형식에서 해방된 이래 사실주의 미학과 미니멀리즘의 흐름 속에 보수적으로 이원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포스트모더니즘이 개념적 설치미술의 부상을 이끌었고, 주제지향적인 국제 이벤트가 성행하며 탈장르화, 비물질화의 경향이 조각의 존재론적 입지를 약화시켰다. 한편, 새로운 광학 장치나 이미지 처리 기술을 앞세운 디지털아트가 주류 시각예술의 분과로 편입되자 조각은 점차 다양한 혼종으로 변화한다.
《나를 닮은 사람 The Other Self》은 이처럼 조각의 근원을 의심하고 해체하기를 갈망한 동시대 미술의 토대 위에서, 역설적으로 조각의 정체성을 재고하는 권오상과 최하늘의 2인전이다. 권오상은 2000년대에 진행된 매체적 변화와 미술 장르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조각의 외연을 확장한 작가다. 그의 사진조각은 내부를 비운 표면이나 가벼운 산업재로 만든 골조 위에 사진을 이어붙이고 투시와 시점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조각이 매인 과거의 관습에서 멀어졌다. 최근 권오상이 선보인 〈리클라이닝 피규어 Reclining Figure〉(2020-) 시리즈는 표면과 중량의 문제에서 한 발 나아가, 전형적으로 유형화된 사진 이미지를 그 내용과 무관한 지지체에 구겨 넣음으로써 조각에서 재현의 원리가 지닌 불완전함을 극복하려 했다. 반면, 최하늘은 스스로 지지될 수 있는 무엇이든 조각이 된다는 믿음으로 소위 ‘조각적 기법’을 개념적으로 차용해 자신이 성형한 오브제를 조각의 범주로 끌어들인다. 가령 〈새 이름 Always reboot: Ghost〉(2022)은 실존하는 작품 없이 데이터를 원형 삼아 저장되고 소장 또는 전시를 위해 다시 일회성 조각으로 출력되기를 반복한다. 조각이 자립해 존재할 수 있는 미래의 형태, 그리고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최하늘의 시도는 기술적인 현실뿐 아니라 문화적인 현실과 연동되어 다채로운 의미망을 만든다.
두 작가는 조각의 대상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에 기반해 가벼운, 때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지체를 만든 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표피를 출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발상을 공유한다. 그러나 권오상이 주제, 재현, 재료와 같은 문제에서 전통 조각이 강조한 일련의 요소를 명백히 거부하고 일상적 사건과 사물, 산업 재료를 자신만의 조형 어법으로 재해석하는 데 반해, 최하늘은 권오상이 거리를 둔 전통의 참조와 차용으로부터 현실에 유효한 조각 체계를 습득한다. 《나를 닮은 사람》에서 두 작가는 서로의 방법론을 작업에 적용해 비평적인 참조점을 만들고 이를 교환한다. 권오상은 최하늘의 조각을 지지체 삼은 추상조각을, 최하늘은 권오상의 조형성이 변화해 온 행적을 다시 전통의 차원에서 점검하는 번안을 실험한다. 태초의 조각이 지닌 재현과 모방의 충동을 은유하는 전시 제목은 각자 다른 배경에서 매체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두 작가의 ‘닮은’ 관계를 함축한다.
라이다 기술, 깊이 카메라, 이미지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확산은 누구나 간단한 조작만으로 입면과 입체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동시대의 상황은 언어적 교환과 의미의 연결에 기댄 세계 인식이 만료한 뒤 예술작품의 존재론이 귀환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흥미롭게도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에 대한 의존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일을, 또 새로운 비인간 객체에게 세계를 가르치는 일을 ‘덩어리’에 관한 진지한 관찰로 옮겨오며, 이론가들이 사진과 영상에 부여한 철학적 특권을 동시대 조각, 그리고 조각적인 현상의 발현으로 이행시킨다. 《나를 닮은 사람》은 그러한 현실에 앞서 전환과 회귀를 수행하는 두 조각가의 입장이다.
The Other Self is a two-person exhibition by Gwon Osang and Choi Haneyl, both of whom, on the foundation of contemporary art that continues to question and dismantle the origin of sculpture, paradoxically reinstate the identity of sculpture. Gwon Osang is an artist who has expanded the parameters of sculpture by readily accommodating the shifts in mediums and the fusion of art genres in the 2000s. Through his photographic sculptures, Gwon moved away from the traditional conventions of sculpture by piece-mealing and adhering photos onto the surface of a hollow structure or a frame made of light industrial materials and obscuring perspective and depth. In his recent series Reclining Figure (2020-ongoing), Gwon takes a step further from the problem of surface and weight and strives to overcome the flaws of sculpture’s principle of representation by forcing the limitations of photographic images and clichés onto a frame that represents something completely unrelated to its contents. On the other hand, Choi Haneyl, in the belief that any self-supporting thing can be a sculpture, appropriates the “sculptural technique” in a conceptual way to bring his creations into the boundary of sculpture. For instance, Always reboot: Ghost (2022) is stored originally as a prototype without any physical presence and repeatedly materialized as one-time sculptures only for museum collections or exhibitions. Choi Haneyl’s exploration into other dimensions and the future form of sculpture as an autonomous medium, in conjunction with today’s technological as well as cultural capacity, creates a colorful network of meanings.
The two artists share a kindred modus operandi in that they utilize digital technology to produce the epidermis of the work after creating a light, sometimes almost non-existent, support based on the physical characteristics of the sculpture’s subject. However, while Gwon Osang clearly rejects the elements upheld by traditional sculpture (i.e., subject, representation, and material) in interpreting quotidian events, objects, and industrial materials into the contemporary formal language, Choi Haneyl picks up his own sculptural methodology that is valid in today’s reality by referencing and appropriating the very tradition that Gwon dissociates himself from. In The Other Self, the two artists exchange, albeit in a critical manner, each other’s methodology and apply it to their own work. Gwon Osang experiments with an abstract sculpture that uses Choi Haneyl’s work as a support, and, vice versa, Choi Haneyl explores alternative ways to examine the trajectory of Gwon’s formal language in relation to tradition. The exhibition title, a metaphor for traditional sculpture’s impulse to represent and appropriate, also alludes to the “similarity” of the two artists, who have continued their inquiry into the origin of a medium in their respective, unsimilar modes of work.
The rise of lidar technology, depth cameras, and apps that learn visual cues and formulate images of what is originally invisible built an environment in which anyone can create spatial depth and three-dimensional objects through simple operations. This present-day situation is not unrelated to the return of the ontology of art dialogue after the expiry of the perception of the world that relies on linguistic exchange and connectivity of meaning. Interestingly, our overreliance on computer vision turns our view of the world, and our teaching of new non-human objects about the world, into a serious observation of a certain “mass” and shifts the spotlight that art history once shed on photography onto contemporary sculpture and sculptural phenomena. The Other Self demonstrates the position of the two sculptors who, facing such a reality, continue to execute forms of transformation and regression.
1974년 서울출생
199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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