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전혁림
통영항 300 x 600cm, 캔버스에 유채, 2005
20세기 미술을 선도한 ‘피카소’, ‘샤갈’, ‘미로’는 모두 90세를 넘어 장수한 예술가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었던 전혁림 화백은 96세의 나이까지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창의력이 한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끊임없이 작업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전혁림은 1915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러 시대와 다양한 문화를 겪은 몇 안 되는 원로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해방공간의 6.25 참변 등을 거치면서 문화의 조우와 변이를 누구보다도 실감하였고,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격변과 변화 속에서 작업을 한 작가이다. 그는 중앙 화단과 멀리 떨어진 통영, 부산에서 활동함으로써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 시대적 예술형식의 종합판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그가 단순히 회화영역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도자, 목기, 입체회화, 도자회화 등 광범위한 장르를 두루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미술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2022년 12월 3일, K현대미술관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전혁림 화백의 대표작인 통영항, 코리아 판타지, 만다라, 누드를 포함한 작품 400여점을 선보인다. 1호 크기의 목기 184개가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룬 『새 만다라2』, 화백의 고향 풍경을 담은 통영항 시리즈, 전혁림이 작가 초기 시절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였던 누드화 70여점, 그리고 일이백호의 대작들이 K현대미술관 3층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태어나 살아온 고향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국적 미의식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노년에 이르러 더욱 두드러진 한국 고유의 오방색과 그 체계에 대한 탐구는 무르익은 예술세계와 더불어 그가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작가의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그의 90여년 간의 발자취를 느꼈으면 한다. 생전 전혁림 화백이 2005년 신작전을 기념하여 열린 심포지엄에서 언급하기를, “자신의 지금까지 화력에 대한 정의와 새로운 작업을 현대적 시각에 맞춰 해석해주기를 바란다” 라는 그의 염원을 이번 전시를 통해 이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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