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Bonita Ave 111x148cm, Archival Pigment Print, 2021,Ed. of 7+2AP
김우영
Boulder City 111x148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Ed. of 7+2AP
김우영
Olvera St 111x167cm, Archival Pigment Print, 2017,Ed. of 7+2AP
김우영
Hom Street 100x10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9,Ed. of 10+2AP
김우영
Gleason Drive 111x148cm, Archival Pigment Print, 2017,Ed. of 7+2AP
김우영
Bagley Ave 100x10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6,Ed. of 10+2AP
김우영
Oakwood Ave.I 100x10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2,Ed. of 10+2AP
김우영
Vermon Avenue III 56x56cm, Archival Pigment Print, 2020,Ed. of 10+2AP
갤러리 나우는 시간의 흔적들이 반영된 도시의 구조물들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김우영의 개인전 < Inhabiting / Uninhabited >을 오는 8월 16일부터 9월 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7년부터 지속된 < Urban Odyssey > 연작 중에서 대담한 구성과 화려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작품 14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시계획학과 사진을 전공한 김우영은 산업 개발로 인해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과 자연을 관조적인 자세로 포착해왔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그가 < Urban Odyssey >를 통해 주목한 곳은 사람들이 한때 거주했던 건물과 거리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알고 있던 무인의 장소를 반복적으로 방문하여 시간의 흔적으로 변화한 모습을 근접 촬영한다. 사진 속 대상은 작가의 시선으로 기억되고, 그 촬영의 내용은 섬세하게 기록되면서 그 대상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장소가 아닌 작가에 의해 ‘거주하는’ 즉 생명력 있고 입체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지루하고 긴 그의 작업 여정은 마치 수도자가 종교적인 삶의 정수에 이르기 위해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비슷해 보인다. 이렇듯 구체적이고 세심한 촬영 과정을 거치지만 작가는 반대로 관람자가 화면을 설명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바라보길 원한다. 작가의 감성과 정보를 최대한 절제 시키면서 겸허한 작업 과정과 관람자의 간극에서 생성되는 자연과 인간 환경에 대한 사유의 층들이 풍부하게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대상이 물질적인 재료로 구성된 구조물이 아닌 미학적 구조물로 인식되어 회화적인 추상성을 드러나게 한다.
도시 풍경의 일면을 추상적으로 치환시키며 그가 집중하는 부분은 ‘색’에 관한 것이다.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시각 요소를 제공하여 본래 갖고 있는 건물의 색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색’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작가는 눈에 가장 편안하고 보편적인 표준 렌즈를 사용하여 디바이스의 도구화를 강화시키고, 리터치를 최소함으로써 현재를 담는 사진의 매체적 한계를 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 환경의 생성과 소멸, 변화에 대한 탐구를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 Urban Odyssey > 작업들은 보다 강렬한 색면 구성을 통해 무인의 장소를 반대 급부의 메타포로 다루어 세월의 흔적이 있는 과거의 이미지에 작가의 주도로 새로 디자인된 도시의 모습, 나아가 미래 환경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내 풍경에 관한 사람들의 관점을 확장시킬 것이다.
홍익대학교 도시계획과와 뉴욕 School of Visual Art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김우영(b.1960)은 1987년 공간화랑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 홍콩을 비롯한 국내외 26회의 개인전을 통해 도시의 빈 거리와 자연, 전통 한옥의 조형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일민미술관과 금호미술관, 최순우 옛집과 공간화랑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서울시립미술관, 대림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의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소장처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우란문화재단, 본태미술관, 일민미술관 RYSE 호텔(서울), MCM 성주그룹, JEI 재능교육 등이 있다.
■ 갤러리 나우
풍경의 풍경
정형탁 | 독립큐레이터/예술학
김우영은 연례행사처럼 미국 대륙을 동서로 횡단한다. 추운 겨울로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로키 산맥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기 위해선 세밀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몸을 보호할 장비와 산 속에서 일용할 음식, 추운 겨울을 버텨낼 에너지 외에 무엇보다 필요한 건 매년 점점 무거워지는 몸과 스러져가는 마음을 재차 추려야 하는 결심의 순간들이다. 이러한 횡단여행은 제식과 같아서 그것은 김우영이라는 작가의 삶의 무늬를 위해서도 그리고 그것으로 발현될 작품을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그가 삶의 리추얼(ritual)로 행하는 이런 여행은 오래된 건물, 아치형의 창문, 근경의 쓰레기통과 교묘히 구성된 벽 사진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 속엔 작가가 스러져가는 자아를 보듬고 보살핀 시간들이 삭제되거나 은폐되어 있다. 평면 추상화거나 구성적 회화처럼 보이는 사진들 뒤엔 이런 풍경이 숨어 있다.
작가의 작품과 동떨어지고 다소 서사적인 뉘앙스가 스민 풍경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작가가 이러한 풍경을 완성하기 위해 매년 같은 장소를 반복해 방문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진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시간을 구조화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서사인데 김우영의 사진에는 그것들이 결락해 있다. 시간과 서사의 은폐 혹은 삭제. 해마다 바뀌는 도시와 거리 풍경, 바스러져 가는 인물들, 동네의 작은 서사들이 제거된다. 연례로 찾아가는 도시와 건물, 사람들을 만나는 긴 시간들이 사진에는 없다.
“리추얼은 나르시시즘적 내면성과 거리가 멀다. 자아 리비도(대상이 아니라 자아를 향한 욕망)는 리추얼과 결합할 수 없다”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여행이나 산보의 리추얼은 자아 중심적이기보다 타자를 향한 관계 맺기의 행위다. 여행자나 산책자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몸보다 몸 밖의 타자에 시선을 두게 되는 것이다. 가령 작년에 왔던 그 폐건물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직 패트릭과 그 가족은 안녕 할까. 옆 집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실까 같은 것에서 어제 밤 차문을 긁던 소리 때문인지 뒤숭숭한 꿈자리나 늦게 잔 새벽녘에 갑자기 쌓인 눈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리추얼로 행하는 작가의 순례와 같은 여행의 시간과 사건은 오롯이 작가의 내면에 스밀 뿐 그것이 작품 속에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삶의 실재들이 감각적 과잉으로 넘치지 않게 절제한다. 참을 수 없는 건 진부한 일상이나 형식이라 생각해서일까. 자신이 만났던 풍경들을 비가처럼 슬프게 더듬기보다 매끈한 표면의 빛과 색으로 차갑게 구성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영원성을 갈구하듯 삶의 자잘한 인문(人紋)이 화면의 미학 안으로 들어오는 걸 애써 막는다.
그러니 시간 이미지를 가장 잘 담는 사진이라는 매체 속에 그림자가 안 생기는 흐린 날이나 새벽, 저녁의 시간을 기다려 셔터를 누른다. 깊이를 드러낼 그림자도 없고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도 안보이고 나뭇가지를 흔드는 중부 사막의 바람도 멈추고 잠시 머물러 쉬어가는 새 한 마리 안 보이는 사진에 작가의 떨리는 손이나 긴장된 호흡 역시 사라지니, 남는 건 오롯이 형태와 구도, 색채뿐이다.
“예술가는 예술의 옷을 입었지만 떨리는 손을 가졌다.”
-단테, 『신곡』, <천국>편에서
보통 회화는 그리고 사진은 찍는다고 말한다. 회화는 대상을 화면 위에 구축하고 사진은 있는 대상을 포획하거나 채집한다. 다분히 사진에 대한 부정적인 이런 정의는 사실 예술의 개념사를 살펴볼 때 정정될 필요가 있다. 무릇 예술/예술가란 삶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감각을 체계화하고 단련하는 사람이다. 사진은 광학이기 이전에 작가의 눈이자 손이다.
뇌와 연결된 떨리는 눈과 손은 삶과 빛의 실체를 찾는 예술 기계다. 미국 유학 시절(89년부터 96년까지) 수많은 밤을 새고 암실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 빛의 신비와 작업의 희열을 좇아 맨해튼의 새벽을 홀로 거닐었을 때, 국내 패션과 광고 사진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냈을 때, 그의 사진은 자체로 양식을 만들어냈다. 사진이 시작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사물에 대한 감각을 한껏 끌어올리고 사진의 끝 지점이랄 수 있는 사진기라는 매체를 자신의 손의 감각 안으로 끌어들였다.
“방 안에 있을 때 세계는 내 이해를 넘어선다. 그러나 걸을 때 세계는 언덕 서너 개와 구름 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월러스 스티븐즈, <사물의 표면에 대하여>
작가의 상처나 여행 중 만났던 일상들은 아치형 창문이나 알록달록한 벽 뒤나 너머 어딘가에 있겠지만 우린 그것을 찾을 수 없다. 삶의 아린 실체는 풍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구성하고 삭제한 형식 속에 있다. 무릇 예술은 세상을 보는 방식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방식에서 나온다는 말과 어울린다. 김우영의 단박한 미국 풍경 속에는 아무도 모르는 풍경이 숨겨져 있다. 삶의 진실이 그러하듯.
196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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