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Lee Hyo-Young)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현재 진행 중인 그림들은 작은 도상들을 화폭에 채워 넣는 작업이다. 나는 작은 도상들이 모여 이루는 ‘짜임’에 집중한다. 작은 이미지 조각들은 시공간적 의미가 없는 평면 위에 병렬 배치되어 있다. 연필과 Mechanical pencil로 그린 흑백의 이미지들은 각각 다른 형상을 가지고 있다.
도상들은 현실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괴이한 형상을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물, 사물 등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괴물이나 의인화된 동물, 사물들이 주로 등장하며 그러한 이미지들은 상상의 산물로 나의 주관을 거친 형상들이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내가 경험한 것이나 생각한 것, 느낀 것에 대한 시각적 심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도상들에는 서사적인 내용이나 의미를 최대한 배제해 놓았다.
한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이미지 조각들이 점차로 파생되거나 새로 덧붙여져 불규칙한 이미지의 군집을 만들어가고, 그러한 이미지의 덩어리가 한 화면을 ‘만족’스럽게 채울 때에야 나의 작업은 끝난다. 이미지를 구상하고 그러한 이미지를 실제의 화면 위에 그려나가는 과정은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보다는 순간의 발상과 포착에 의존하는 편이다. 캔버스 앞에 앉아 바라볼 때 포착되는 내면의 시각적 심상을 옮겨낸다는 점에서 내 그림은 무의식, 그리고 나의 삶과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나타나는 도상들은 괴물의 모습이나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 의인화된 동물과 사물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도상들을 어떻게 만들어낸 것이며 그러한 도상들의 모습이 나의 어떤 면을 반영한 것이라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도상들도 나도 만들어지고 있고 또한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밝히고 싶지 않다. 나는 가면을 쓴 나의 도상들이 관자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오해에 맞닥뜨리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내 그림에서, 또한 관자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그 찰나에서 나의 그림이 인상적인 생명력을 가지기를 원한다.
작업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