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Park jong young)

1978년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Being MASTER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적 근간을 제시한 미셀 푸코는 섹슈얼리티를 성적 욕망에 대한 담론의 생산과 이에 따른 성지식의 권력적 산물로 보았고, 인간의 몸을 권력과의 관계에서 살펴보았다. 성에 대한 다양한 인식은 결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규범과 제도라는 권력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다.
손과 발, 그리고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실에 매어진 마리오네트 인형들을 살펴보자. 그들에게도 욕망이 있지만 그러한 욕망들은 실에 의해, 정확히 말하면 그 실을 조정하는 힘에 의해 억압된다. 그들의 모습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과 닮았다. 우리들 각자에겐 다양한 욕망이 있다. 그것이 성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인간이기에 욕망은 존재하고 그 욕망은 항상 사회규범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다.
내 작업은 움직이는 목각 인형, 마리오네트를 이용한 키네틱 아트를 보여주는 것으로, 관람객이 직접 스위치를 조작해 움직임을 유도하는 일종의 인터렉티브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Being MASTER> 즉, ‘지배자(권력자) 되어보기’라는 다소 역설적인 주제를 공시하여 표면적으로는 욕망과 자아의 부재, 더 나아가 지배와 피지배의 종적 관계로 형성되어 있는 정치․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저항 의식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마리오네트들은 인간의 형상, 그 중에서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조합한 외형을 지녔다. 나무의 원재료적인 질감을 잘 살린 오브제들은 환상적으로 굴곡진 실루엣과 나체를 연상시키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적 환타지에 대한 코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마주한 마리오네트들은 마치 고대의 초상 조각이나 초상화, 초상사진이 그러했듯이 영원 불멸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어떤 모뉴멘탈한 표정과 몸짓, 특징을 기록한 것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말없이, 표정 없이, 움직임 없이 존재하는 그들과 마주했을 때 오히려 그들의 말과 표정과 움직임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꼭두각시극에 등장하는 인형들처럼 낚싯줄에 몸을 의지한 채 인간의 조정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양태만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인간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멈추는, 생명도 의지도 없는 온순한 아바타 일 뿐인 것이다.
이 아름답고 이상적인 마리오네트를 날것 그대로 관람자 앞에 던져두었다. 이제 관람자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마스터가 되어 절대적 힘을 가진 지배자로서의 위용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바로 관객들이 권력 매커니즘 속에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점령지의 정복자이거나 폐쇄국가의 독재자이거나 약육강식의 독식가이거나 사랑을 쟁취한 연인이거나 미디어의 점령과 같이 전 지구적으로 통제력을 발산하는 특수 현상 그 자체가 되어 마리오네트라는 꼭두각시를 거리낌 없이 조정하고 지배해 보는 것이다. 이 '마스터 되어 보기'의 체험을 통해 관람자의 억압되었던 욕구와 욕망은 어느 정도 감정의 카타르시스라는 화학적 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감정의 정화 작용과 동시에 관람자는 거울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반복적인 행동을 수행하고 있는 마리오네트는 자아를 망실한 채 권력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가 되어 본 연후에 자신이 또 하나의 마리오네트였음을 알게 된 관람자는 당혹감과 비애감을 느끼며 씁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이 내 작업의 의도가 관람자에게 전달되는 순간이며 예술의 의도가 사회화 되는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