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KIM TSCHANG-YEUL)

1929년12월24일 평안남도 맹산 출생 - 2021년01월05일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김창열(1929–)은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조각가 이국전의 연구소와 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1957년에는 박서보, 정창섭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여 한국 앵포르멜의 흐름을 이끌기도 했다. 1960년대《파리비엔날레》와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하며 국제 미술계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1966년에는 록펠러 재단의 초청을 받아 미국 뉴욕의 아트스튜던츠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초기에는〈제사〉(1964)와 같은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에서 원시적 소재를 통해 전후의 시대적 감성을 표현했으나, 1960년대 중반 파리에 정착하며 보다 맑은 느낌의 물방울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가 화면에 문자를 등장시킨 것은 『르 피가로』의 지면 위에 물방울을 그려넣었던 1975년부터였다. 이후 직접 문자를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김창열의 작업에서 문자는 동양적 감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동양인으로서의 작가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는 천자문과 물방울이 결합된 연작을 시도했으며, 1993년 제작된 〈회귀 1993〉은 그 연작 중 일부이다. 〈회귀 1993〉에서는 천자문이 대형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미묘한 색상의 변화가 화면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문자 위에는 사실적으로 묘사된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불규칙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물방울들은 흰색과 노랑색, 주황색, 회색, 검은색의 물감 덩어리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흐를 듯한 생생한 환영을 관람자에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