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말
“난 아직도 이념인 사람이지만 지금은 이념적이지 않은 걸 그려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의 누님들 모습, 그 시대의 남녀 관계 같은 것들을요. 꼭 머슴과 주인집 딸이 사랑을 했어요. 군대 갔다 온 머슴과 그 사이 시집간 주인집 딸이 솔밭에서 만나 스산하게 울었던 울음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 고향 경북 김천은 파랗던 보리밭,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 가을에 새로 얹은 노란 초가 지붕 등 꿈 같았던 곳이에요. ‘모내기’도 법 없이 살았던 고향의 모습에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그린 것이었어요. 등장 인물도 동네 형님과 팔촌 형님들이었죠. 그런 그림을 만경대로 해석하니 억울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