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Choi Sun-Ho)

1958년01월13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화가는…
 
화가의 삶은 열정이다.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을까. 누워서 떡먹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살아 숨쉬기가 쉽다고 말한다면 정말 숨 막히는 다급함을 못 느껴서이겠지. 아프리카 평원의 제왕 사자도 생쥐 한 마리를 잡으려면 덩치 큰 가젤을 잡을 때처럼 온힘을 다해서 잡듯,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일도 알고 보면 쉬운 일은 없다. 쉬워 보일 뿐이다. 화가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붓 들면 금방 세상을 모두 그릴 것 같지만 붓 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과 마음의 각오를 다져야 하는지... 잘 그려질 때는 하루에도 서너 장 그리지만 안 될 때는 하루, 이틀, 한 달, 석 달이 지나도 안 된다.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선생 같은 대가도 지기의 부탁을 받은 <침계梣溪>편액글씨를 30년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완성했을 만큼 어려운 것이 예술이다. 그림이 안 될 때는 붓을 놓고 몇날 며칠이라도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는데 계속 사용한다면 기계는 곧 서 버릴 것이다. 손으로 바위를 옮기는 것은 근육의 힘이지만, 그림 그리는 것은 정신의 노동이다. 열심히 그리고 나면 힘도 들고 기쁨도 크다. 노동의 즐거움은 땀 흘린 자 만이 안다. 좋은 그림 한 장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 집중력을 들여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설사 이것들을 모두 갖춘다 하여도 마음에 드는 완성은 쉽지 않다. 그래도, 어려워도 평생 그려야 이루든지 말든지 결정이 난다. 좋은 그림은 화가의 정신이 많이 담긴 그림이다. 화가의 기행과 방황 고독 열정 가난 이런 것들은 자신의 내면을 불태우는 연료다. 마음이 뜨거워지면 붓끝이 살아난다. 뜨겁게 더 뜨겁게 자신의 열정을 격정으로 바꾸고 피눈물의 작업으로 자신을 불사르면 거기에서부터 진정 그 사람만의 작업이 완성된다. 미완의 세계를 완성의 꿈으로 채워나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 맹목적 열심은 때로는 완성을 지나쳐 망하게 되고, 때로는 그게 두려워 언제나 미완으로 남는다. 그림은 참 어려운 곡예다. 그림의 줄을 지나치게 잘 타면 원숭이의 재주요, 턱없이 못 탄다면 무능한 예술가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도 그 예술의 힘이 무언지, 예술의 힘을 믿고, 자부심 하나로 자신을 다독거리며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화가는 화가다. 화가는 천직天職이다.  2011. 2. 26 수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