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명(Jung Hyun-Myung)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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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나는 수년 동안 주말을 공항에서 보냈다.
공항에서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수속을 도와주는 것이 나의 일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포에서 인천으로, 직각의 콘크리트 건물에서 날렵한 유리 건물로, 소박한 규모에서 국제적 수준을 자랑하는 거대 허브로 공항의 모습이 바뀌어 가는 동안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다른 몸과 얼굴을 한 남녀들이 같은 모습으로 공항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결혼식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과 미래에 대한 설레임 뿐 아니라 고단함과 닥쳐올 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묘하게 겹쳐 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차림을 한 하나의 패키지가 되어 결혼에 관한 복잡 미묘한 상황과 감정들을 일단 덮어 버린다

운동선수들은 소속팀에 입단할 때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는 유니폼을 전달받아 입고 같은 편이 되었다는 인증사진을 남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수의 몸값을 둘러싼 거래와 조건들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과정이 숨겨져 있다. 계약이 만족스럽든 아쉽든 사인을 하고 난 뒤엔 하나가 되었다는 표식을 같은 옷으로 증명하고 후레쉬를 터트리며 정신없이 축하한다. 거래는 끝났으니 일단 축하하자.

결혼, 커플은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피로연을 거쳐 공항에 도착한다. 결혼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겪었지만 어쨌든 이제 우리는 같은 팀이고 하나라며 타인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강한 증명을 보인다. 눈에 띄는 의복으로 말이다.

사랑이 닳고 닳은 마케팅 언어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사람들은 사랑과 연관된 의미를 의식을 통해 구현하려한다. 각종 기념일과 이벤트들, 형식들이 넘쳐나고 그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실리를 찾으며 숫자를 계산한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이젠 의식이 곧 의미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공항에 커플룩으로 나타나 이제 막 결혼했다고 수줍게 말을 거는 신혼부부들의 사진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사랑과 결혼이 관습적인 의식과 행사로 구현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틀에 박힌 결혼절차를 마치고 허니문을 떠나는 그 순간마저도 결혼에 대한 그들의 규칙과 긴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같은 듯 다르고 알다가도 모를게 사람이다. 억지스럽게 같다고, 같아야 한다고 우길게 아니라 좀 더 편안하게, 다른 채로 두면 어떠랴, 서로 다르지만 천천히 함께 하다보면 어느 순간 비슷하게 조화를 이룰 테니 말이다.

정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