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Kang Tae-Ho)

1970년11월13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그의 최근 작업을 돌아보면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가 떠오른다. 중국의 대륙을 여행하며 기록한 '열하일기(熱河日記)'중 '산장잡기(山莊雜記)'에 들어 있는 글귀 ‘一夜九渡河’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며 감각기관을 통해 전해 오는 물소리가 사람의 마음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표현하고 있다. 추상의 벽을 깨고 구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과 정신세계는 태연자약 물소리 하나로 수십개의 비유를 만들어 내던 박지원의 감각과 연계되어 있다. 거대한 물기둥이 대지를 가르고 중력으로부터 튕겨나간 물보라가 작은 물방울이 되어 허공으로 스며든다.

단색으로 처리된 화면은 마치 흑백 사진의 한 컷처럼 어느 순간의 격정에 머물러 있고, 꿈틀거리는 물기둥의 몸부림은 때론 거대한 폭포수처럼, 때론 작은 도랑의 맴돌이처럼 화면을 감싸며 낮은 소리로 엮여 있다. 여기에 마치 안개 인양 혹은 연기 인양 뿌옇게 흐려진 배경화면은 얼핏 산과 물이 만나는 다점(茶店)에 들어선 동양의 풍경이 되어 고스란히 서양의 Canvas로 옮겨 놓았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이로 하여금 넉넉한 공간과 백색의 모노크롬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형상을 지녔으나 추상의 정신세계에 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식의 허와 실이 눈으로 판단되는 세상의 가치를 향해 조용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