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Kim Hyun-Jung)

1988년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성장한다는 것은 삶의 색채와 향기를 더 다채롭고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변화로 나타난다. 난생 처음 맞닥뜨리는 이벤트들은 나를 놀라고 당혹케 만들기도 하지만,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던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서 색다른 삶의 감각을 터득하게 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역설적으로 두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며, 이 한 발의 진보(進步)를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는 것 또한 역설적인 일이다.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으로 넘어가는 삶의 관문에서, 나는 버겁다고 느껴질 만큼 큰 도약을 경험했다. 쉽지 않은 한해였다. 느닷없이 찾아 온 커다란 생활의 변화를 견뎌내며 1년을 지내다 보니, 어느 덧 내가 감응할 수 있는 삶의 색채와 향기가 몇 가지 늘어났음을 느낀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하늘에 끌려 작업실 근처의 근린공원에 나선 적이 있다. 근린공원의 체력단련장은 활기가 넘친다. 다양한 복장,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각자의 운동에 몰입해 있다. 운동을 하는 어른들은 자유롭게 감정을 표출하였는데, 그 다양한 표정들을 보면서 각자의 삶의 여정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aura)는 청명한 공기, 새파란 하늘, 울긋불긋한 단풍과 더불어 나에게 다채로운 색의 향연처럼 다가왔다. 바로 그 찬란한 이미지가 ‘내숭올림픽’의 출발점이 되었다.

운동은 우리가 간과했던, 혹은 못 본 척하고 살아왔던 삶의 색채들을 새삼스럽게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친근하고 게임 같은 운동들을 통해 열정, 집념, 환희, 감동, 분노, 좌절과 같은 빛나는 감정의 조각들이 표출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프리즘이 백색광에 혼재하는 각각의 색소들을 분산시켜 보여주는 것과 같다. 세계(World)를 상징하는 오륜기는 다양한 삶의 색채를 반영한다. 올림픽은 삶의 다채로움을 표상한다. ‘내숭올림픽’에서의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라는 의미를 넘어서, 운동이라는 단면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색과 향기의 축제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자아 사이의 긴장관계에 관한 인식,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 지는 자아의 탐색은 이번‘내숭올림픽’에서도 계속된다. 나는 여전히 세계와 나를 잇는 끈을 사이에 두고 ‘끈다리기’를 한다. 때론 느슨해지기도 하고 때론 팽팽해지기도 하는 그 긴장 속에서,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잡고 나의 온몸으로 세계를 마주하려 노력했다. 때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삶의 길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믿는다. 나를 압박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레드카드”를 내미는 자신감은 주체성의 발현이며, “승리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순정녀”는 한층 더 단단해진 자화상이다. 나의 작품들은 이를테면 지난 일 년 나를 채웠던 많은 감상을 담은 일기장이다. 삶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그 중간에 불현 듯 찾아오는 환희와 즐거움과 같이 복잡다단하게 경험하였던 감상들을 좀 더 촘촘하고 다채롭게 포착하여, 내숭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고백한다.

 작업을 하고, 작가노트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불분명했던 것들을 분명하게 가름한다. 지난 1년 동안 치열하게 살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사고와 신념이라는 것이 견고해짐을 느꼈다. 여전히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나아짐을 느낀다. 내숭올림픽, 지난 일 년 간의 치열했던 성장의 기록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