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의 여행
2011.07.05 ▶ 2011.07.11
2011.07.05 ▶ 2011.07.11
권도연
애송이의 여행 Pigment print, 80x80cm, 2010
권도연
애송이의 여행 Pigment print, 40x40cm, 2009
권도연
애송이의 여행 Pigment print, 40x40cm, 2009
권도연
애송이의 여행 Pigment print, 40x40cm, 2010
권도연
애송이의 여행 Pigment print, 80x80cm, 2010
권도연의 사진 속 사물들은 ‘작다’. 날고 있는 종이비행기는 ‘손톱만하다’라는 말의 규모를 보여주려는 듯, 아니 손톱보다도 작다. 두 손가락으로 집기에도 작은 꽃의 향기를 동력삼아 종이비행기는 날고, 책의 한쪽 면을 대지 삼아 새싹이 자란다. 글씨들의 행간이 밭고랑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작은 종이비행기가 날자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가기도 하고 반대로, 책갈피가 넘어가면서 일으키는 미세한 바람에 종이비행기들이 새처럼 부유하기도 한다. 여인이 길게 늘어선 벽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오는 제법 와이드 한 풍경조차 자세히 보면 책장에 꽂힌 음반의 겉표지일 뿐이다. 책장 밖에서 음반을 향해 날아가는 작은 종이비행기는, 곧 여인의 어깨나 발치에 안착할 것만 같다.
책과 종이비행기 등, 피사체는 모두 종이로 이루어진 물건들이다. 종이의 물성 그 자체보다는 ‘접혀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환되는 종이의 속성이 그려낸 세상이다.
아이가 ‘접기가 끊임없이 두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리고 접힌 지점과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종이접기에 매료되듯이, 종이를 ‘접기’라는 방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해서 독특한 의미기저를 지닌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것에 사진가는 매료된 듯하다.
종이접기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손톱만큼 작은 사진 속 대상들이 만들어낸 사유적 공간은 그러나 결코 작지도 좁지도 않다. ‘같은 종이로부터 여러 가지 사물이 태어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라고 한 권도연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같은 사진으로부터 여러 가지 사유가 태어나는 것’ 역시 신비로운 일이며, 그 사유는 관람객의 몫이다.
2010 아트 인 컬쳐(Art in Culture)의 아티스트 프로그램 <동방의 요괴>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연이어 포토스페이스 주관 제12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한 사진가 권도연의 행보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여러 가능성의 내일을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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