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자유

2009.04.08 ▶ 2009.04.14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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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ess Release

    채움과 비움, 해체와 집약, 실제와 허구를 통한 조형의 재해석 -작가 문수만 작품에 관한 소고

    1. 결론부터 말해, 문수만의 그림은 극히 사실적이지만 반면 무의식과 여백의 미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음을 담지 하는 실체적 매개이기도 하다. 예술적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와 자유의지를 발판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여백주의(blankism)와 사실주의가 공존하며 양자 간 부딪치고 첨가하는 행위, 그 위에 구상성을 부여함으로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생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사실적인 재현을 거쳐 ‘채움’을 강조하되, 형상성을 가미한 조화(遭禍)를 창조함으로써 되레 비움의 역설을 은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그의 작품들이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의 맥을 따르는 것임엔 분명하나 화두를 제외한 여러 면에서 유보(留保)의 관념이 깃들어 있고 이는 개념적으로 가감(加減)의 보류(保留)를 의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가감은 곧 비움과 채움의 활성화(또는 정체화)를 나타내나 시각적 이면에 놓인 여운마저도 함유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포괄적 관점에서 문수만 작품들의 현주소를 지목하는 것이며 동시에 비결정적이고 유동성을 함유한다는 것에서 차후 보다 넓은 영역에서 활발한 전개를 예견하는 단초로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2. 가시적으로 작가는 작업 시 비움보다는 일련의 채움을 통해 여백의 미를 활성화상태로 이끌어 가는 방법을 취한다. 이는 우리가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주제, 즉 나비로부터 기인한다. 우선 그는 방법적으로 세필을 이용한 절제된 필법(筆法)의 운용, 필(筆)과 대상의 묘사에 주안점을 둔다. 실제로 작가는 세심함과 치밀함이 장인의 그것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만큼 ‘틈’을 노출하지 않는 나비 연작들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완성해 오고 있다. 시각적으로 바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매우 가는 선(line), 선의 조합으로 만들어 내는 면의 치밀한 조우(遭遇), 극한 세밀함은 비상하기까지 한 심적 여운(餘韻)으로, 보는 이들을 감탄에 젖게 한다.
    기실, 문수만의 작품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형상인 나비는 캔버스를 대지 삼아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비상하거나 사뿐히 내려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매우 정교한 제작과정을 거침으로써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현실과 비현실, 실존과 허구 사이를 펄럭이며 날아다닌다. 이것만으로도 관자들은 충분히 매료된다. 그런데 놀라운 시각적 환영, 나비를 묘사한 기능적인 부분만을 문수만 작품의 전부라 확정짓기엔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조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분명 그렇다.

    일예로 그가 창조한 화면은 일정한 패턴 속에서 자유롭게 결합되는 구성 아래 나비의 종류만큼이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면서도 일정한 규칙성과 규율의 미를 함의하고 있다. 네모도 있고 원도 있으며 하나가 있는 반면 무리가 지어지기도 한다. 이중 중심, 또는 어느 한 부분에 위치하는 나비는 특유의 배어나오는 깊은 밀도로 화면전체를 볼륨 있게 꾸미는 역할을 한다. 그 나비들은 특히 평면적이지만 매스가 부각되는 여백의 채움을 유도한다. 이러한 표현법은 나비 날개에 새겨진 휘황한 컬러들을 접했을 때의 느낌마냥 보는 이들을 컨저링(conjuring)상태로 몰아가며 전체 화면을 정지됨, 혹은 매우 엄격한 상태로 지향시킨다. 사실적 표현과 단순 도안의 공존, 같은 맥락에서 양감을 살린 단순한 음각선의 조화는 작품을 마주하는 그 만의 시각을 열람시킨다. 그의 작품은 이처럼 조형적으로, 그리고 내용상 개별적이며 분석적이다. 특히 여러 나비들을 평면 위에 다양한 형태로 펼쳐놓음은 조형에의 강한 의지를 엿보도록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작업(手作業)으로 이뤄진 그의 나비 작품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채움의 미학에서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여백의 미를 살려내는 독특한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스스로와 현실을 하나의 대상을 통해 시간적 ‘무상(無常)’과, 공간적 ‘연기(緣起)’를 종(縱)과 횡(橫)으로 연결시킨다. 이것은 일종의 ‘공(空)’이자 모든 일에 집착과 구애를 갖지 않는 실천의 반어이며 작가가 찾으려 했던 ‘자유의지’의 연장이랄 수 있다. 따라서 우린 그의 나비들을 통해 생명의 유한성(有閑性)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영원을 갈망하여 찾아나서는, 가장 근본적이며 실존적인 욕구를 작품아래 분출시키려는 ‘작가의식’을 목도할 수 있다.

    3. 오래전 내면세계의 움직임과 감흥을 고스란히 화폭위에 묻어냈고, 작금(昨今)의 작품들은 예전에 비해 엄격하나 화려하고 심플하다.(이전 작품들이 무언가 격정에만 휘둘렸다면 최근의 작품들은 여러 빛깔의 나비 날개처럼 형형색색(形形色色)의 빛을 발하고 있다.)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색감들을 단색의 주조색과 그 위를 원색으로 채우는 구성미로 노련하게 비켜간다. 붉어 강렬하거나 파스텔 톤의 아련한 색감이 가져다주는 나비의 디테일함과 주변 공간이 전하는 무한의 여백은 아래로부터 은은하게 우러나는 감형으로 다가온다. 특히 여백주의의 개념을 역으로 전환, 다듬고 그려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한 미적 고찰은 결과적으로 단순한 재현의 극점을 넘어서고 있음을 유추토록 하며 어찌 보면 작은 사물에 불과한 대상 하나로 화사하고 절묘한 구성의 묘미를 한껏 살려내는 맛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 그는 수 없이 많은 노력과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기존과 변용을 차용하거나 순환시키며 하나의 것을 재창조, 또는 재해석하는 내면에 안주된 자유로움과 욕구, 갈망, 드러냄과 숨겨놓음을 화면 속에서 공존시키는 방식으로 예술적 자유를 찾으려하며 자유와 속박을 동시에 안고 있는 매개(나비)로 박제화 되고 있는 부자유스러운 여러 현상들을 타파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기존의 대상인 나비를 예술적 대상으로 해체시킴과 동시에 다시 하나의 화면에 집약시키고 혹은 고정된 오브제들을 상호 충돌시키면서 만들어 가는 나름의 조형언어들이다.
    다만 전반적인 관점에서 비록 인고의 세월을 이겨야할 만큼 공력이 요구됨에도, 그렇게 해서 탄생된 작품들임에도 단지 뛰어나고 놀라운 묘사력에서 멈춘다면 아쉬운 일일 것이다. 이에 작가는 현재적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으로 향하는 어느 길목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음을 항상 염려해야 한다. 나아가 문수만 작업의 모든 요소들이 효율적인 호흡을 이루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과 폼의 확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어쩌면 차후 작업을 위한 일시적 당면 과제이자 지속적이어야 할 작업의 외적 이유일 수 있다.
    ■ 홍경한 (미술평론가,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전시제목박제된 자유

    전시기간2009.04.08(수) - 2009.04.14(화)

    참여작가 문수만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 )

    연락처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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