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창간 90주년 전용복 특별 초대전] – '만년의 빛'

2010.05.01 ▶ 2010.05.30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1-1 조선일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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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복

    가을3 판넬에 옻칠기법, 80x6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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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복

    고동 판넬에 옻칠기법, 60x8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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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복

    자욱 판넬에 옻칠기법, 60x60cm, 2010

  • Press Release

    조선일보 창간 90주년을 기념하여 조선일보 미술관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나전칠기 예술가 전용복 작가의 전시회가 5월 1일 – 5월 30일까지 열린다. 나전칠기가 꽃을 피운 고려시대나 다양한 칠기 제품을 만들어 쓰던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옻칠 문화는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후세 사람들이 선조들의 아름다운 문화를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옻칠 문화는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꽃을 치우며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을 뜻하는 영어 'JAPAN'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japan’으로 쓰면 옻칠이라는 뜻이 될 만큼 일본에선 옻칠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전 부산에서 처음 옻칠 작업을 시작한 전용복 작가는 옻칠문화의 종주국 일본으로 건너가 국보급 옻칠문화재인 ‘메구로 가조엔’ 의 옻칠 작품 복원공사를 총괄하며 세계적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하였다. 우리 선조들의 옻칠 표현 기법을 바탕으로 황토, 암채를 섞거나 한지를 이용하여 독특한 문양과 질감을 표현하는 등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옻칠 회화의 독창적인 경지를 이룩했다. 전용복 작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칠예 미술관인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을 개관하고,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장에 옻칠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등 칠예 작품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재료와 기법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옻칠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용복 작가의 60여 점의 작품들과 함께, 1900년대 초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장인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천마도’ 복원작품이 공개된다. ‘옻은 검다’ 는 편견을 깨는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이고 과감한 선의 표현을 통해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신비한 조화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작품평론
    옻칠로 환생시킨 생명이미지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최근 옻칠이나 자개기법을 현대미술과 접목시키는 나름의 독자한 방법론을 구사하는 작가들이 꽤 많아졌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이 전용복이다.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라메르에는 그의 상설전이 열리곤 해서 자주 그의 작품을 접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옻칠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려온 장인이지만 최근 전통공예의 기법을 전승하거나 계승하는 차원에 머물기 보다는 옻칠의 ‘회화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는 옻칠로 인해 자연의 생명현상처럼 그렇게 진행형으로, 생성적인 화면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완성되어 나가는데 매력을 갖는다. 은은히 발색되어 그 정점에 이르면 기존 화학도료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그것으로는 만날 수 없고 기대할 수 없는 모종의 깊이를 보여주는데 그 자연만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고 견고한 색과 빛, 그리고 영구성이 탁월하기에 매료되는 것 같다. 옻칠은 그렇게 작가와의 교감에 의해 함께 살아 숨 쉬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림이 완성되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수년에 걸쳐서 색은 숨을 쉬고 생성하고 변화를 거듭하면서 익어간다. 동시에 화려하고 반짝이는 화면은 엄청난 일루젼을 주며 반짝인다. 조명의 각도와 보는 이의 시선의 운동, 신체의 이동에 따라 그 화면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재료 자체가 지닌 속성상 시간의 진행과 함께 존재하는 동시에 조명과 관자의 신체에 반응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존재로 나아가는 것이다. 평면회화에서 환영을 지우고 사물로 귀결되어 버린 현대회화가 새롭게 환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옻칠기법과 당대의 테크놀로지, 그리고 인문학과 맞물려 빚어낸 이른바 통섭으로서의 회화, 아울러 명상과 참선이 가능한 회화, 무빙하는 회화, 보는 데서 머물지 않고 만지고 싶은 촉각적인 그런 표면을 지닌 회화, 이미지 괴물의 시대에 맞서 여전히 회화만의 매력을 지닌 그런 회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주하다는 인상이다. 칠의 문화, 곧 방수가 잘 되고 부패하거나 변질되지 않는 칠의 기술은 중국 은나라에서 시작해 뒤늦게 일본에서 번성하여 오늘에 이르도록 그들의 칠기 채화 공예는 널리 인정을 받는다. 우리의 경우 고구려 강서 고분을 비롯한 여러 벽화에서 건칠관과 흑칠기 등이 발견된다. 조선시대에는 통영 나전칠기의 유구한 전통이 있다. 전통 공예는 근대의 물결에 파묻혀 쇠락의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전칠기는 좀 예외였다. 영롱한 자개(나전)와 은은한 옻칠(칠기)은 산업공예로서 살아남은 것이다. 나전과 칠기를 교묘히 접합해서 이를 하나의 독특한 공예품으로 종합하는 예능은 우리의 나전 칠기가 단연 탁월하다. 나전은 영롱하고 화려하며, 칠기는 은근하고 깊은 품위를 지닌다. 그 두 가지 서로 다른 예술미를 모두 포용하면서 조화를 이루게 한다. 전용복은 이 같은 우리 옻칠의 전통을 내재화하고 그 위에 일본의 전통 옻칠문화를 품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현대미술로서 가능한 지점을 모색한다. 그러니까 그는 옻칠의 회화적 가능성을 추구한다. 특정 기물의 장식으로 개입되는 한편 독자한 회화로서 자존한다.
    그는 옻나무 수액에 천염 색감을 가미해 다채롭고 화려한, 환상적인 색감을 만든다. 투명 화된 옻에 자연의 암채를 비롯해 색색의 안료를 섞어 순수한 옻칠을 하기도 한다. 더러 나전의 섬세한 상감기법을 개입하고 금, 은분을 뿌리기도 한다. 그는 옻칠이 단지 검고 깊다는 통념에 대항해 화려한, 다양한 색상을 구사하며 표현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이른바 ‘현대 회화적 감성’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제작과정을 보면 옻나무 수액과 황토를 섞어 나무 판에 바른다. 판은 가문비 나무를 겹겹이 쌓아서 만드는데 이는 작품이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위에 찹쌀풀로 삼베를 덧입힌다. 크랙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 바탕 위에 10회 이상에 걸쳐 옻칠을 한다. 삼베를 덧댄 합판 위에 물감의 층이 올라가면, 얇게 발라진 상황이 펼쳐지면 그 위에 한지를 구겨서 문지르거나 두드린다. 종이를 떼어 내면 바탕에는 질감이 만들어진다. 그 위로 붓을 대신한 주걱을 밀고 다니거나 흔적을, 선을 남긴다. 일종의 밀대, 주걱이 적극적인 표현 수단이 된다. 작가는 밑그림 없이 직접 그린다. 그는 마치 화면 위에서 춤을 추듯 자신의 몸놀림을 극화한다. 마치 옹기장인 들처럼 손을 놀리고 몸을 놀려 흔적을 극적으로 새긴다. 그래서인지 화면에는 커다란 장독을 만든 후 맨 손으로 휙휙 그어나간 그런 흔적, 문양이 떠오른다. 옹기 장인들은 질(점토, 흙)을 주물러 항아리(옹기)를 만들어 건조시킨 후 골고루 잿물을 균일하게 입힌 다음 잿물이 마르기 전에 이른바 손띠 그림을 그린다. 정해진 형식이나 사고에 의한 그림이 아니라 단순한 손놀림에 의한 무늬인데, 그들은 이 작업을 ‘환을 친다’라고 하며, 이렇게 그려진 그림을 ‘손띠 그림’이라 한다. 검지와 장지를 이용해 두 줄 파도를, 검지 하나로 초화(草花)를, 약지로는 반달문 같은 간단한 형태를 그리는 것이다. 그들은 손가락이 가는 대로, 마음이 끌리는 대로 거침없이 활달하게 그린다. 그렇게 해서 대나무 잎문, 활문, 산문, 물결문, 용수철문 등도 나타나고 풀꽃문, 구름문, 동물문, 글자문 등도 등장한다. 그 이미지, 흔적은 재현의 욕망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장인들이 자신의 응어리진 삶을 자유분방하게 표출해낸 것이다. 옻칠기법으로 그려나간 전용복의 이미지 역시 동일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나선형과 사선으로 그어나간 선들은 약동하고 속도감이 있다. 얼핏 갈대와 풀과 여러 식물이미지, 더러 우리 전통문화와 삶의 공간을 떠올려주는 소재들, 메주와 항아리 등도 등장한다. 옛것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형상화시키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런가 하면 화면은 바람과 소용돌이와 기운의 형상화로 홍건하다. 바람에 흔들리고 격렬하게 뒤척인다. 대나무 소리, 풀 소리, 생명들의 약동을 표현하고자 한다. 더러 별과 빛나고 흐르는 우주 공간을 비상하는 형상, 위로 날아가는 새의 형상, 사선으로 번지고 퍼져나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것은 근원적인 자연 풍경과 생명체를 암시한다. 전용복은 이처럼 자연계의 생명에서 추출해낸 이미지,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것이 그가 이해하고 적용해 만든 이른바 ‘현대회화’다.

    알다시피 동양의 그림이란 인간을 둘러싼 모든 자연계의 생명현상을 헤아려보고 이를 붓을 빌어서 자기 육신이 그 존재가 되어 함께 생의 여정을 떠도는 일이었다. 자연계의 본질이나 무성하고 활달한 생명활동 자체를 시각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양화에서‘기’의 표현을 그만큼 중요시 했던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일 것이다. 동양인들은 자연을 외경하면서 자연의 기운이 인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어왔다. 자연과의 조화가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고 바람과 물이 인간의 문제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고 믿었다. 자연에는 한계도 없이 다양한 형태와 리듬이 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 형태와 리듬을 포착하고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자연, 그림과 자연은 자연스레 닮는다. 그러니까 인(人)과 물(物)이 똑같이 천지의 생의(生意)를 받아 자신의 본성에 따라 생명을 누린다는 점에서 사람과 천지만물은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유통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과 물이 하나라는 이 같은 존재론적 통찰은 인간만이 주체가 아니라 모든 존재를 주체로 간주하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에서 문화와 예술(미술)은 결국 그런 사유를 전제로 해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동양의 옛 그림에서는 자연의 생물이나 공간이 지닌 생명의 표현을 즐겨 한다. 자연의 생명 있는 고동소리에 인간 심장의 고동소리를 맞추는 동양화는 그리는 화가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마치 신들린 듯이 그리지 않으면 그림은 살아나지 않는다. 전용복 역시 그러한 전통회화의 특질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전통적인 옻칠기법과 옹기 장인의 그 무심한‘회화’와 자연계의 생명체들을 형상화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전용복은 옻칠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혼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것을 오늘의 시각문화 속에서 새롭게 환생시키고자 한다. 현대회화로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 현대회화란 어떤 특정한 형태로, 제스처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이미지만이 있을 뿐이다. 그가 간직하고 체득한 전통옻칠기법에 맞는, 그리고 자신이 깨닫고 체감하는 이미지를 솔직하게 그려내면 그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회화, 진정성을 갖춘 현대회화가 될 것이다.

    전시제목[조선일보 창간 90주년 전용복 특별 초대전] – '만년의 빛'

    전시기간2010.05.01(토) - 2010.05.30(일)

    참여작가 전용복

    관람시간10:00am~18:00pm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조선일보미술관 gallery chosun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1-1 조선일보 미술관)

    연락처02-724-6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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