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Recording Pattern

2019.05.16 ▶ 2019.06.08

OCI 미술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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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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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밤의 리듬을 만드는 일 2 oil on canvas, 116.8×182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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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움직이는 조각들 oil on canvas, 130.3×162.2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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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동시흐름 oil on canvas, 45.5×45.5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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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판 위의 밤3 oil on canvas, 145.4×145.4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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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20190110-1 oil on paper board, 21×29.7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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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밤의 리듬을 만드는 일 4 oil on canvas, 233×364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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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노랑과 파랑의 흐름 oil on canvas, 45.5×45.5cm, 2019

  • Press Release

    작업실로 향하는 간선도로를 오가며 최윤희의 차창에 가장 오래 합승한 건, 갓길을 따라 우뚝 선 철제 프레임에 투명 플라스틱 평판을 가지런히 끼운 높다란 방음벽 무리였다. 사납게 내닫는 차창에 잇달아 치인 매연은, 비명을 토하며 격자 틈새로 혼비백산 비집어 흩어진다. 점점이 조명과 가로등은 속도감에 엿가락처럼 늘어져 휘날리고, 경도 낮은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표면의 무성한 흠집과 바싹 마른 흙먼지 얼룩에 부대껴 중구난방 다시 한 번 이지러진다.

    복잡 미묘 거창할 거 없이 이건 그냥 ‘방음벽 그림’이다. 방음벽 조우 사건의 사실적 재현. 무엇이었는지 알 겨를도 없이 쏜살같이 멀어져 간 잡다한 사물보다, 파동과 리듬과 굴절을 흥얼거릴 만큼의 면회가 허락된, 넉넉히 긴 방음벽이 훨씬 사실적인 경험이다. 무쇠 뼈대가 원근에 맞춰 화면 속에 일사불란 정확히 단축하고, 만지면 묻어날 듯 표면에 얽은 녹까지 생생한 그런 변질된 그림보다 좀 더 꾸밈없는 기록이다. 최윤희에게 회화란 대상을 이토록이나 변질 없이 신선하게 보존해 내는 똘똘한 지퍼백이다. 그때 그곳, 원래 저렇게 생겼었다.

    사물들은 미장센(mise-en-scène)화 하기 전의 날 것 그대로이다. 벽의 의미, 역할, ‘왜 하필 벽인가’와 같은 맥락보단 내 광경, 단지 그것이다. 일반적인 장면에 비해 좀 더 유난하다면 그건 최윤희만의 풍취라 그런 게다. 상태 좋은 싱싱한 정경이 시들고 바래기 전에, 두 손 모아 뜬 계곡물이 새어 버리기 전에 노심초사 신속히 옮겨 담은 것이다.

    전시 전반을 아우르는 격자의 연속, 갖은 틈새로 새는 일그러진 빛무리로 둘러싸인 전시장은, 결국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절대 개인 최윤희가 체감한 혼자만의 밤길을 동시대인들이 체험할 수 있게끔 옮겨다 놓은 공유 폴더이다. 바로 이것이 작가가 개인의 체험을 갈아 넣으며 확인하고 있는 회화의 기능, 역할, 가능성이다.
    ■ 김영기 (OCI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이것은 추상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최윤희의 2019년 작업들은 마치 추상 회화 같다.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이 사라진 이미지를 전부 ‘추상’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분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윤희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 더 정확히 작가의 몸에 일시적으로 각인된 이미지를 회화면으로 옮기려는 시도이다. 사진과 같은 시각적 인상으로 한정되지 않는 공감각적 잔상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일차적으로 기술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감각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화면에 옮겨 담을 수 있을까?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신체적 사건으로서 시간 속에서 주어진 감각을, 어떻게 공간적 구성으로 변환할 수 있을까? 그저 감각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이 문제라면, 사진을 찍거나 영상 작업을 하는 등 다양한 도구의 활용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윤희는 신체적 인상을 질료 삼아,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도구 삼아, 회화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회화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또는, 무엇이 회화를 만드는가? 결국 그것이 문제가 된다.

    작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외부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 내면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 도상과 상징을 이용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것 모두 회화를 성립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본다. 오히려 그는 사진을 의식하고, 마치 사진처럼 감각 데이터를 각인하려고 하지만, 투명한 렌즈가 아니라 몸이라는 불투명한 블랙박스를 통해 감각을 회화면 위로 이전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이러한 접근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A4 크기의 종이 보드에 유화로 가볍게 인상을 남기는 작은 그림들이다. 최윤희는 2012년부터 마치 필름 카메라로 찍고 인화하듯이 금방 본 것들을 1-2시간 안에 빠르게 그려내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눈에 들어온 것 중에서 무언가 묘사해 볼 만한 소재를 찾아서 기록하는 동시에, 그것을 묘사하기에 적당한 방법을 테스트해 보는 일이었다. 그림의 제목은 대체로 묘사의 대상을 간결하게 지시했다. 그것은 사물의 이름이 될 때도 있었고, 특정한 시간이나 상태, 질감이나 분위기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은 그림들이 회화인가는 분명치 않다. 이것들이 회화가 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라, 무엇이 회화를 만드는가 하는 판단의 과정 속에 있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 그림들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어떤 목적지가 아니라 길 위에 있었다. 그림 속에 묘사된 것들은 대부분 길에서 보이는 것들로, 대단한 볼거리는 없다. 도로의 가드레일과 방음벽, 교통 표지판, 가로수와 전신주, 공사장 가림막, 난간과 펜스, 지붕과 옹벽 같은 것들이다.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하나의 특별한 대상으로서 시선을 끄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지 않아도 자꾸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불현듯 이상한 번쩍임으로 뇌리에 흔적을 남길 때, 작가는 그것을 그렸고, 때로는 반복해서 그렸다. 기억을 오래 곱씹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늘 시선이 닿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가를 둘러싼 시각적 세계에 대한 탐구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하게는, 감각을 일시적 기억으로 저장하고 그림의 형태로 출력하는 일종의 장치로서 화가 자신을 탐색하고 조율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보이는 세계와 보는 주체 사이에서, 회화를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는 자기 생성적 프로세스로 정립하려는 의지는 드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화가에게 회화를 산출하는 기계가 되도록 요구한다. 때로 그 논리적 귀결로서, 회화는 화가라는 회화 기계의 시연으로 환원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회화가 무엇을 보여주는가 했을 때, 오로지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회화의 생성 원리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국 추상 회화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향이며, 이런 관점에서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조차 한 점의 회화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회화인가? 이것은 오래된 질문이다. 좋은 회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회화는 좋은 회화가 될 필요가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했다. 최윤희의 경우, 회화가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어떤 프로세스의 산물인 동시에 하나의 고정된 시각적 구성으로서 자신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은 대형 회화 작업에 직접적인 제약이 되었다. 작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동일한 방법을 큰 화면에 바로 적용하면 회화적 구성을 통제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작은 그림을 단순히 확대해서 그리면 회화적 방법을 포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윤희의 대형 캔버스 회화는 작은 그림에서 보였던 이미지와 방법들 중 무엇인가가 선별되고 조합되는 절충적 형태를 취하곤 했다. 그것은 대체로 어둠 속에 잠겼거나 수풀로 뒤덮인 풍경이었다. 작은 그림들과 비교했을 때 큰 그림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식물이 범람했다. 캔버스 위에서 이 식물들은 사람처럼 꼿꼿하게 서 있거나 춤추듯이 건들거리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쓰러지기도 하고, 산사태가 난 흙처럼 쏟아지거나 불길처럼 솟구치기도 했다. 야생의 자연이라기보다 도시와 교외의 자연, 인간의 필요에 따라 조성되거나 잘려 나갔지만 이후 방치되어 다시 야생성을 획득한 일종의 길거리 생물로서, 그것들은 자신의 성장을 제한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천천히 침식하면서 독특한 이형성을 획득했다. 인공물과 식물이 인접한 풍경은 언제나 식물이 우세해 보였다. 풀과 나무들이 인간이 사라진 공간을 점거하고,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그들의 느린 움직임 속에서 시간을 재정의하는 풍경은, 마치 역사 이후의 세계를 그린 역사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작가가 밤길을 걷다가 포착한 순간의 인상일 뿐이기도 했다. 아침이 오면 사람들은 다시 그들의 일과를 시작하고 식물들은 무의미한 배경으로 되돌아갈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작가는 화면에서 식물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무성한 잎이 떨어지고 그 뒤에 가려져 있던 좀 더 앙상한 것들, 그냥 맨눈으로 본다면 아무것도 없다고 할 만한 풍경이 붓질을 통해 캔버스 위에 정착되었다. 2018년 개인전 <빛을 세는 밤>에서 대상들은 고유한 형태나 색채로서 화면에 담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빛을 반사하거나 굴절시키는 광학적 기능을 가지고 작가의 몸을 통해 화면에 작용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진적인 것보다도 차라리 조각적인 것을 상기시킨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들이 반복되거나 와해되거나 적층되는 풍경은, 원근법적 드로잉으로 환원될 수 있는 추상적이고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빛과 먼지가 움직이는 몸을 에워싸는 현상학적 공간을 이룬다.

    이런 경향은 이번 전시 <레코딩 패턴>에서 더욱 극대화되었다. 작가는 귀가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격자 무늬의 펜스에 주목했다. 밝은 낮에는 주위 풍경에 묻혀서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밤의 어둠 속에서 펜스는 조각난 빛이 엉기는 반투명의 장막이 된다. 달리는 자동차들, 주변 건물들, 규칙적으로 늘어선 가로등의 빛들이 펜스를 통해 무작위로 부서지고 다시 조합되는 가운데 생성되는 질서와 무질서가 있다. 추상화처럼 보이는 전시작들은 모두 이러한 빛의 일렁임을 회화로 포착하려고 시도한 결과이다. 작가는 순간적으로 시야를 덮치고 지나가는 액상적인 풍경을 작은 종이 보드와 대형 캔버스를 오가며 거듭 기록하는 가운데, 그런 풍경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들을 중간 크기의 캔버스에서 분석해 본다. 이는 마치 연주자가 반복해서 하나의 악곡을 듣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게 연주해 보고, 석연치 않은 부분을 따로 떼어서 연습하고, 전체를 다시 제대로 연주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와 그 소리를 실현시키는 자신의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같다. 그것은 신체적 감각이 순수한 패턴으로 추상화되는 경계선에 있다. 그러나 최윤희는 여전히 그 결과를 감각의 묘사라고 칭한다. 화가는 작곡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연주자여야 한다는 듯이. 신도 인간도 보이지 않는 세계를 끝내 묘사하려는 원동력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회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작가는 여전히 길 위에서,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 윤원화 (시각문화연구자)

    전시제목최윤희: Recording Pattern

    전시기간2019.05.16(목) - 2019.06.08(토)

    참여작가 최윤희

    관람시간10:00am - 06:00pm / 수요일_10:00am - 09:00pm

    휴관일일, 월요일, 공휴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OCI미술관) )

    연락처02-73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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