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숙
神의 딸, 서순실 심방 inkjet Prin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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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 삶에 대한 의문과 함께 삶이 힘들 때 또는 절명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찾는 각자의 절대적인 존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든 젊은 날부터 늘 궁금했다. 과연 신이란 존재하는 것인지? 10여년의 외국생활과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쳐,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들 때 오랫동안 손 놓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그 답을 얻고 싶어 인도와 네팔을 다녀오고 티베트에서 수많은 기도하는 이들을 만났지만 내 가슴속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제주굿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5년 전 해녀사진 작업을 하던 중 김녕 해녀굿을 촬영 하면서부터이다. 그곳에서 처음 서순실 큰심방을 뵙게 되었고, 3년 전 제주도에 정착하면서부터 서 순실 심방을 본격적으로 촬영하게 되었다. 육지와는 사뭇 다른 제주 섬만의 독특한 무속신앙에 매료되었고 개인뿐만이 아니라 아직도 마을이나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굿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처음에는 제주큰굿보존회 회장으로써 제주큰굿의 중심에 있는 서순실 심방과 단골(무속신앙을 믿는 마을사람)의 관계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그들의 무속신앙을 기록하고자 하였으나 솔직히 내속엔 늘 궁금증이 있었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죽은 이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굿을 행하는 서순실 심방과 아직도 때마다 신당을 찾고 기도하며 굿을 하는 마을 사람들(단골)을 통해 나는 그들의 신앙과 믿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해녀는 위험한 바다에서 사고 없이 무사하길 기원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은 저승으로 간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굿을 통해 그들의 간절한 그리움과 한을 위로 받는다. 아픈 이는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미래와 무사 안녕을 위해 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나는 그들의 간절한 희망과 기도를 옆에서 지켜보며 깨달았다. 섬이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주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들의 조상 때부터 믿어왔던 신들에 대한 경배와 믿음이었다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전통 무속신앙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종교의 근원과 기도의 목적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하기 때문에 기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간절한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신앙과 종교의 근원이 사랑이며 신은 우리들의 사랑과 믿음 속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닐까?
■ 문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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