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경: 시시한 자유

2020.12.04 ▶ 2020.12.13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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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경

    저절로 나는 길 78x108cm, 종이에 색연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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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경

    서로를 지키는 자들 78x108cm, 종이위에 색연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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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경

    목숨걸고 싸운 자리 76x57cm, 종이위에 연필, 색연필, 2020

  • Press Release

    작가의 글
    같이 하여 가는...

    나는 지금도 처음 그리워하던 곳을 향하고 있다.
    내 속에서 뱉어진 그림으로 나를 보고 보여낸 그림이
    다시 나를 이끌어 지금에 있다.
    종이와 연필은 내게 편하다.
    종이의 표면과 연필의 끝이 만나 서로 적당히 저항하여 흔적을 남긴다.
    나는 내게로 온 모든 상황과 작용해 흔적을 남겨간다.
    나는 큰 얼개만으로 종이 앞에 선다.
    내 손과 연필과 종이가 만나
    들숨 날숨이 만드는 조용한 역동에 이끌려 이미지가 된다.
    겹겹이 이어지는 선 속에서 이미지는 바뀌어 가고
    층층이 덮여가는 색들이 다른 색으로 옮아간다.
    나와 그려진 이미지가 서로 충분할 때 우리는 큰 숨으로 물러난다.
    마무리된 이미지는 우리를 다시 새 길로 이끈다.
    이 끌림에 따라 새 종이를 걸고
    오늘 다른 호흡으로 또 간다.
    2020. 11


    내가 너를 못 잊는 것은
    너와 내가 만났던 사이 만큼이다
    촘촘히 만든 그 사이 만큼이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스민 온기 만큼이다.
    2019. 4


    시시한 자유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자유
    부딪치지 않는 자유
    슬며시 가는 자유
    눈에 뵈지 않는 자유
    귀에 들리지 않는 자유
    눈치채지 못하는 자유
    시시한 자유
    아~~ 자유로운, 자유!
    2020. 8


    신현경의 ‘의미 있는 형식’
    권영진 (미술사)

    신현경의 섬세하고 예민한 색연필 드로잉을 직접 보기 위해 작가의 작업실로 향하면서 필자는 그의 전시 이력을 미리 살펴보았다. 미술대학 졸업 후 10년에 가까운 공백, 1990년대 초 작업을 재개한 후 10여 년간의 판화 작업, 다시 최근 10여 년간 주력한 것으로 보이는 종이에 바느질과 색연필 드로잉. 청년기 10여 년간의 공백이 이채롭기도 했지만, 주류 미술계의 동향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의 작업을 어떠한 비평적 근거로 소개할 수 있는지, 미술사 전공자로서 어떠한 소견을 밝힐 수 있는지, 작가를 만나러 가는 내내 필자는 곱씹었었다.

    신현경은 정갈하게 정리된 자택 아파트의 거실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장에 내보일 작품을 제작하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사람들과 같이 잘 사는 삶”을 꿈꾸며 자신에게 주어진 “그림 그리는 일”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임하려는 신현경이 생활하고 창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단단하고 두툼한 판화지 위에 일정한 패턴을 바느질하고, 색연필을 이용한 섬세한 드로잉을 연속적인 시리즈 개념으로 축적해 가는 것, 이것이 신현경이 선택한 작업의 방법이었다. 미술대¬¬¬ 판화작업을 시작하여 이후 10여 년간 주로 판화 그룹전을 통해서 활동했다. 그리고 그렇게 손에 익은 판화지를 이용하여 실뜨기를 하고 색연필 드로잉을 하기 시작한 것이 어언 십여 년에 이른 것이다.

    신현경은 거실 테이블 위에서, 식탁 한 켠에서, 베란다 창 옆에 세워둔 이젤의 화판 위에서 꾸준히 작업해 왔다. 가족을 돌보고 생활을 보살피는 한편에 항상 그의 작업 도구들이 함께 해온 것인데, 그다지 크지 않은 판화지 위에 작고 예쁜 바늘땀을 반복적으로 이어가거나 섬세한 색연필 터치를 칸칸이 메우고 부분별로 확장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업하는데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며, 일상으로 중단되면 잠시 밀어 두었다가 다시 할 수 있고, 주로 반복적인 형상과 패턴을 그리기에 멈췄다가 다시 시작해도 작업을 이어가기에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작품이 완성되면 표면에 바니시를 칠하여 마감하고 켜켜이 쌓아두는 방식으로 보관해 두었다. 땀땀이 잇고 칸칸이 메우고 장장이 쌓아 둔 그의 작업은 고스란히 그의 삶의 궤적이고, 생활의 누적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재현적 형상이나 서사적 의미가 배제되어 있기에 신현경의 작업은 전형적인 ‘추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감상하는데 서구식 추상의 논리나 이론적 근거가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다. 소박하지만 견조한 손길과 단순하지만 절제된 미덕이 종이를 누비는 실을 따라, 평면 위에 펼쳐지는 가늘고 섬세한 색연필 선을 따라 부드럽지만 힘 있게 펼쳐지고 있었다. 기하학적 패턴이나 유기적인 형상을 반복한 색연필 드로잉에는 <가벼운> <처음, 부끄러움 없는> <처음, 부러움 없는> <처음, 온전한 긍정>, <바람이 인다> 등 감성적인 제목이 붙어 있다. 절제된 색연필 터치는 작가의 내면 속에 끊임없이 드나든 상념의 흔적이며 부단히 그것을 잠재운 흔적일 것이다.

    두어 시간 작가를 만났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한 느낌이었다. 세월이 누적된 종이 작업을 한 장씩 들춰보면서 구태여 샅샅이 묻지 않아도 작가의 삶과 회한, 일상의 경이와 내면의 침잠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미술사를 전공하면서 오랜 시간 서구의 추상 미학에 매료되었고 종국에 그것에 환멸을 느낀 필자지만, 다시 ‘형식’의 부활을 논할 수밖에 없겠다. 종이 위의 반복적인 형태와 터치에 의해서 이렇게 전달되는 교감을 달리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원래 미술작품은 형식과 내용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무엇보다 형식과 내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에 미술작품의 형식을 말하지 않고는 그 의미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형식주의(New Formalism)’에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피해야 할 것은 세상사에 무관심하여 오로지 작품 내부에서 모든 의미를 찾고자 한 그린버그식 환원주의에 국한해야 할 것이며, 형식이 형식을 정당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직접성과 카타르시스에 밀접하게 관련되며, 그러한 형식이 관람자의 반응을 일깨워내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면, 형식주의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그린버그식 형식주의 미학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미니멀리즘 내부에는 엄정한 형식 미학과 기계적인 제작 방식을 거부한 작가들이 여럿 있었다. ‘한국적 모더니즘’을 내세운 단색조 회화의 작가들은 서구식 추상에 한국적 정서를 덧입혔다는 변별점을 강조했다. 이미 절명한 형식주의 미학을 다시 소환해 내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시대의 대표적인 사조를 규명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의 성과를 서술하고자 하는 미술사의 거대서사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의 대표성 담론에 의해 작가별 의미의 변별은 지워지고 세심한 의미의 변주는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시대 서술을 일반화하려는 역사학의 야심을 접어둔다면, 자신의 현실에 충실하고 그러한 삶에 긴밀하게 연동하는 방식으로 작업에 임하는 작가들과 그러한 결과물로 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많은 노력들이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물론 삶과 연관된 추상, 내용을 배제하지 않는 형식이 단순히 수평적 다양성이 담보된 동시대 글로벌 미술의 무대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그것도 예리하게 구별해 내야 할 것이다.

    바느질과 실뜨기, 매듭과 압인, 섬세한 색연필 채색으로 기하학적 패턴과 유기적 형태들을 변주해온 신현경의 작품은 형식주의 미학의 엄격한 외형을 닮았으되 독단적이지 않고 내용을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형식으로 형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일상과 함께 하는 예술로 자기결정적 미학적 기준을 고수하는 미술 오브제의 한정된 범위에서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형식으로 말하는 의미를 꾸준히 상기시킴으로써 내용이 형식을 압도하는 동시대 미술의 문맥에서도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개인의 체험에서 기인하는 형식, 작가의 삶과 긴밀하게 호흡하는 미적 형식, 그것으로 관람자의 반응에 열려 있는 미술 형식을 지키고 있는 신현경의 작업은 미술작품을 구성하는 형식과 내용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둘 사이의 간극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메운 ‘의미 있는 형식(significant form)’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시제목신현경: 시시한 자유

    전시기간2020.12.04(금) - 2020.12.13(일)

    참여작가 신현경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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