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소장품전: 작품의 이력서
2024.09.12 ▶ 2024.10.13
2024.09.12 ▶ 2024.10.13
전시 포스터
장우성
귀목(歸牧) 1935, 비단에 먹, 색, 145×17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창락
사양(斜陽) 1962, 캔버스에 유화물감, 154x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환기
산월 1958, 캔버스에 유화물감, 130×10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박서보
원형질(原形質) No. 64-1 1964, 캔버스에 유화물감, 160×128.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배렴
심산춘래(深山春來) 1930년대 후반, 비단에 먹 색, 98×86.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민경갑
영산홍 1977, 종이에 먹, 색, 129×4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광진
근대화된 새마을농촌 1977, 캔버스에 유화물감, 162×1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MMCA 소장품전: 작품의 이력서》 소개
이번 전시는 작품의 수집 이력이라는 관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살펴본다. ‘수집’은 조사연구, 전시, 보존, 교육, 출판 등 미술관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미술관의 근간이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수집 방식으로는 ‘구입’과 ‘기증(또는 수증(受贈))’ 외에 ‘관리전환’이 있다. ‘관리전환’이란 정부기관, 공공기관이 소장한 미술작품을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미술관이 관리를 이관받아 소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12월 기준 관리전환 된 작품은 미술관 전체 소장품 11,560점 가운데 217점(미술자료 별도)으로 1.87%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는 “정부기관에서 취득, 관리하던 미술품을 보다 전문적,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미술은행 설립(2012년) 이전, 미술관으로 관리전환 된 작품과 미술자료 일부를 소개한다.
작품의 출처 또는 소장이력(provenance)은 작품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유효하고 작품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작가의 삶, 작품 자체의 미적 가치와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최근 이건희컬렉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말해주듯, 유명 소장가의 소장품은 소장가의 안목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 소장가가 개인이 아니라 정부기관일 경우, 소장이력은 작품의 질적 가치는 물론 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도 주목하게 만든다. 관리전환 소장품은 구입 소장품만큼 미술관의 소장 정책이나 의도를 직접 반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기 전 국가가 미술계 진흥, 국민의 문화향유권 제고 등을 위해 취득한 작품인 만큼 한국 근현대사 및 미술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
1부. 구상에서 추상으로
정부기관, 공공기관 소장 미술작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조달청에 의해 ‘정부미술품 보관관리규정’이 제정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그 이전까지 정부기관 미술작품은 구입보다 기증 형태로 소장되고 해당 기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국유재산법이나 물품관리법 등 어느 법령에도 해당되지 않아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정부기관 소장 미술품은 문화적, 예술적, 경제적 가치가 있는 국가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미술품 관리규정이 제정되기 전부터, 작품의 훼손과 유실을 막고 전문기관이 작품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 기관이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관리전환하기 시작했다. 1969년 10월 경복궁 내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품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근대미술 60년전》(1972)인데 관리전환도 이 무렵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 즉 정부가 주최하는 국가적 차원의 공모 미술전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설립되자, 그때까지 국전을 주관하던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장한 국전 수상작 및 출품작이 이관된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1986년 과천관 개관 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동시대미술과 민중미술, 해외미술보다 조선미술전람회 및 국전 수상작 등 소위 제도권 작가의 작품을 주로 구입했는데, 관리전환 된 소장품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2부. 시대의 기록
관리전환 된 작품 가운데 수묵화 및 수묵채색화가 103점(47.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서양화와 서예가 각각 66점(30.4%), 35점(16.1%)으로 그 뒤를 따른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1970년대에 두드러지는데, 이는 당시 일었던 소위 ‘동양화 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전통의 계승과 민족문화 개발을 중시했던 당시 정부의 문화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1970년대에는 다양한 기관에서, 1980년대에는 주로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에서 수묵화와 수묵채색화가 다수 관리전환 되었는데, 1990년대 이후 그 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회화가 미술시장에서 점차 소외되는 현상과도 맞물린다.
한편 미술에 있어 전통의 계승과 민족적 정체성 확립은 민족기록화, 새마을기록화, 선현영정 등의 제작으로 구현되었고, 다양한 정부기관에 이관된 이들 작품이 미술관에 작품 또는 미술자료로 관리전환되었다. 1967년 경복궁미술관에서 《민족기록화전》이 열렸고, 1973년 ‘기록화 5개년 계획’이 발표된 이래 명장(名將)의 전승(戰勝), 성군(聖君)의 치적, 애국선열의 위업 등 역사적 사건을 회화화하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었다. 당시 정부는 화가들에게 과거의 역사뿐만 아니라 경제개발 및 발전상을 그리도록 주문했다. 또한 1973년 실시된 위인들의 초상 표준화 사업 계획의 일환으로 1980년대 초부터 표준영정이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리전환되었다.
《MMCA 소장품전: 작품의 이력서》 주요 작품 및 작가 소개
1부. 구상에서 추상으로
월전(月田) 장우성(1912~2005)은 김은호를 사사하고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창덕궁상 등 여러 차례 수상하며 젊은 시절부터 큰 명성을 얻었다. 초기에는 세밀한 필치의 채색화를 주로 제작하였으나 1940년대부터 전통 문인화의 정신과 형식을 계승하며 사의적이고 간결한 수묵담채풍 작품을 선보였다. 소와 함께 귀가하는 어린 목동을 그린 <귀목(歸牧)>은 월전의 초기 화풍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1935년 제14회《조선미전》 입선작이다. 이 작품은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와 장식성을 두루 갖추었으며 근대 일본 및 서양 미술의 기법과 양식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20세기 초 변모하던 당대 화단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귀목(歸牧)>은 본래 정무장관실에서 소장했으나 미술작품은 전문기관에서 관리하는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1998년 조달청으로부터 관리전환되었다.
문원(文園) 김창락(1925~1989)은 대구 출신 화가 서진달에게 유화를 배우고 일본으로 건너가 1954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했다.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61)에서 특선을, 이어 <사양(斜陽)>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특전으로 2년간 파리에서 수학했다. 국전 추천작가, 심사위원을 지냈고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아버지를 모델로 삼아 그린 것으로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필치가 서정적이고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아버지에 대한 정감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청와대가 입수한 이 작품은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관리전환되었다.
수화(樹話) 김환기(1931~1974)는 1933년 니혼(日本)대학 미술부에 입학하고, 1934년에는 아방가르드 양화연구소에 연구생으로 참여하며 새로운 미술사조들을 접했다. 광복 후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지내면서 1947년 동인들과 신사실파를 조직해 모더니즘 운동을 전개했다. 1956년에는 파리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귀국 후에는 홍익대학교 교수와 학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상파울루 비엔날레(1936)에 커미셔너로 참여하면서 지역적 한계를 통감한 후 같은 해 뉴욕으로 가 작고할 때까지 활동했다. <산월>은 김환기가 파리에 머물던 시기에 제작한 작품으로 단순화된 산과 달, 구름, 나무 등의 소재가 장식적으로 배치되었고 선과 면이 조화롭게 구성되는 조형적 특징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산월>은 본래 국립극장 소장품이었으나 근대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만큼 미술관의 상설 전시에 활용하고자 1981년 다른 작품들과 상호 관리전환(교환)되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다.
박서보(1931~2023)는 앵포르멜,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선도하며 독보적인 화업을 일군 작가다. 원형질(原形質)은 살아 있는 세포에 들어 있는 유동성 물질을 뜻하는 말로 생명 활동에 기초가 된다. 작가는 1960년대 초부터 원형질 연작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 미술평론가가 박서보의 원형질 연작이 “절규하는 인간의 영상”이라 평했듯 <원형질(原形質) No. 64-1>은 전쟁의 상흔, 젊은 세대의 절규, 허무, 항변이자 생존에 대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反국전을 내세운 젊은 앵포르멜 작가들은 제도권에 곧 편입되었고, 국제비엔날레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이 작품은 1973년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리전환되었다.
2부. 시대의 기록
제당(霽堂) 배렴(1911~1968)은 한학을 공부한 뒤 이상범의 청전화숙에서 수학했다. 해방 후에는 이응노, 장우성 등과 함께 새로운 전통회화를 모색하고자 '단구 미술원'을 결성했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산속의 봄 풍경을 그린 <심산춘래(深山春來)>는 배렴이 이상범의 화풍을 따르던 시기에 그린 초기작으로, 작가는 점을 찍어 산을 표현했고 먹의 농담을 조절하여 원근감을 나타냈다. 흐린 풍경 속 홀로 외길을 걷는 행인이 어우러진 풍경은 몽환적이면서 고요한 느낌을 준다. <심산춘래(深山春來)>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었으나 박물관, 미술관의 소장품 성격의 재정립 요구와 근대미술 연구 및 전시의 일원화를 위해 2013년에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되었다.
바위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는 화려한 색감의 영산홍은 완연한 봄의 기운을 풍긴다. 이 작품은 전통회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실험을 전개한 유산(酉山) 민경갑(1933~2018)의 뛰어난 기본기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유산은 1970년대 이후 전통적인 수묵 담채와 진채의 구분을 넘어선 특유의 발묵, 발색 기법을 바탕으로 대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본래 재무부(현 기획재정부)가 인수했던 작품으로 1980년 4월 허백련, 노수현 등의 작품을 포함한 89점이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관리전환하면서 소장하게 되었다.
박광진(1935~)은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 대학생으로서 처음으로 1957년 제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57)에서 수상하며 화단에 등장했다. 탄탄한 데생력을 토대로 고전주의적 사실주의 화풍의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는 목가적인 전원 풍경화를 다수 제작했다.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수확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을 묘사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추진된 새마을운동으로 질서 있게 변화된 농촌의 모습을 담음으로써 당시 정부가 추구한 농어촌 지역의 발전을 이상화하여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02년 청와대로부터 관리전환되었다.
1912년 출생
1913년 전남 신안출생
1931년 경상북도 예천출생
1911년 출생
1933년 충청남도 논산출생
1935년 서울출생
1892년 출생
1910년 경기도 개성출생
1904년 충남 홍성 출생
1918년 출생
1927년 충청북도 청주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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