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영
이동식정원 옻칠한지에 유화, 60x60cm, 2011
고자영
이동식정원 oil on canvas, 60x60cm, 2011
공중정원 Hanging Gardens-자아의 풍경
김미진 (홍익대 교수)
고자영의 작품의 소재는 식물이며 정원이고 또 식물원이다. 그녀의 정원은 한 폭의 동양적 산수화를 보는 것 같고 또 해초들과 해파리들이 함께 보이는 물속의 풍경 같기도 하다. 이것은 아침 안개처럼 물기를 머금은 풍경으로 근경과 원경 그리고 그 사이의 길이 실제의 원근감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각 개체를 따로 제작하여 한 평면화면에 합친 것이다.
그녀의 정원은 인공적이면서 동시에 자연적이다. 이끼가 끼어 있는 작은 바위, 조화로운 피어있는 화초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마주보는 것 같은 대나무도 있다. 다시 말해 야성적이거나 울창한 숲이 아닌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지만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분위기를 만든 친숙하면서도 따뜻한 정원이다. 식물은 연약하지만 강인한 내면이 엿보이는 작가자신과도 닮아 있다. 고자영은 식물에 자아를 투영하거나 관조하면서 서로에게 관통되는 세상을 본다. 난초에서 하늘을 오르는 새를, 꽃술을 드러낸 빨간 꽃에서는 인간의 심장을, 산세베리아 푸른 잎의 무늬에서는 열대어를 발견하며 세상의 닮은꼴을 통해 이치를 깨달아 나가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결혼한 여성으로서 수많은 여건 속에서 작업하기 쉽지 않지만 여전히 이상을 향해 에너지를 모으며 작품을 표현해내는 자신과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며 생명을 유지하고 그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선인장이나 바위이끼와 함께 사는 생명력이 질긴 식물들과 유사함을 갖고 있다.
고자영의 인공과 자연이 만들어낸 작은 정원은 우리가 속한 큰 세계의 축소이기도 하다.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듯 한 정원은 풍요로우면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물과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은 석판화로 찍어 소재들을 겹쳐 놓아 원근법이 아닌 평면 안에서 축약된 입체적 풍경을 보여준다. 투명 아세테이트와 종이를 적절히 배치하고 또 종이위에 찍으며 겹쳐보이게 하여 이중적 흔들림의 효과를 통해 더욱 입체감을 가진다. 이 기법은 수증기가 자욱한 자연과 우리의 감정이 실제로 함께 흔들리면서 보이고 느끼게 하는 심리적 현상까지 포함한다.
또 작가는 수성물감의 자연스러운 터치를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판화에 곁들여 하늘이나 구름, 물결의 가벼움을 표현한다. 판화라는 기법으로 이렇게 두터우면서 묵직한 느낌을 낼 수 있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업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프린트, 석판화의 해먹기법, 목판화 등의 다양한 판화기법의 실험은 회화의 복제판으로서 혹은 장식적인 대량생산으로서의 전락한 오늘의 판화를 다시 한 번 판화특유의 예술적 장르로 끌어올리려고 하는 작가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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