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있다. 상처는 없다

2012.09.28 ▶ 2012.10.11

유네스코 에이포트

인천 중구 신포동 51-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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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2-09-28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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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혁

    66 days of hurt, Hurts 25 times (HURT PROJECT) 디지털사진 2장, LCD 모니터 2대, 59x39cm, 2011,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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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혁

    무지개 우산 (rainbow umbrella) 디지털사진, 우산오브제, 가변크기, 2011,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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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혁

    수평선 지평선 3 (연미정) (Horizon 3 (燕尾亭, Yon mi Jong)) 디지털사진 3장, 59.4x84.1cm, 2011,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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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혁

    DMZ (Horizon 2) 디지털 프린트, 거울기둥 설치, 가변크기, 2012, 개인소장

  • Press Release

    자연과 문명의 역설적 조응
    강혁은 초기 페인팅작업이나 사진작업으로 표현 언어를 습득하고 점차 장르의 확장을 도모하면서 동시대 시각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매체적 언어로서 영상미디어를 탐닉해 왔다. 이를 통하여 자연적 현상 혹은 인간과 문명을 아우르는 영역 없는 사유로 인식론적인 동시에 존재론적인 사고의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문명,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촉발하여 소통과 단절, 삶과 죽음, 경계와 시간, 존재와 부재의 이항대립적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근자에는 모든 문제는 통상적 자연계의 질서 속에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성에 대한 통합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나타내기 위한 방법적 수단으로 작가는 직접적 제시보다는 은유와 함축이라는 정제된 조형언어를 보여주고 있으나 여기에 극적 요소나 내러티브를 가미함으로써 소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과거 강혁의 작업이 존재적 주체로서의 개인이 세상과 직면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실존적 인식의 지점을 극대화하여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해의 장을 형성해간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진행될 서술적인 내러티브의 전조로서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필멸의 통로를 거치는 죽음의 과정에 있으며 전체인 동시에 부분으로 존재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는 양상을 보인다. 그것이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 비, 바람 그리고 빛 등과 같은 자연현상은 물론 철판과 도시의 풍경과 같은 문명의 편린들로 확장된다. 작가에 의하면 이러한 경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실존적 인식이 함께하는 한 어떤 부분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데, 이는 작업의 주제와 소재를 펼쳐 가는데 있어 확장된 사고를 펼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우선 ‘존재 프로젝트’라 명명될 수 있을 이번 작품들은 그간의 작업적 성과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자연계의 모든 대상들의 속성을 밝혀 보는 지점”이다. 상처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근래 수많은 이슈와 상처를 남기고 있는 서해5도 분쟁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정치․사회적 사건들로 곧 “직면하게 될 허무와 무가치함에 대해 역설적 반성과 치유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동시대 시각문화를 종횡하는 장르들 간의 경계 탐구와 형식 실험을 통해 새로운 창작환경을 모색하고 특정한 방법적 성과의 횡포를 공공연히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를 통하여 작가는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소모적 대립의식과 물질적 병리현상에 대한 치유 또는 대안으로 수용될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지평으로 주제를 환원함으로써 순리적 가치형성 및 현실 인식의 담론을 형성코자 하는 것이다. 이는 색즉시공, 즉 ‘실(實)과 허(虛)가 하나’라는 세계관에 대한 작가적 인식의 지점이기도 하며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성찰과 가치의 지향점에 대한 비판적 증언이기도 한 것이다.

    불신과 대립의 트라우마
    작품 '66일간의 상처, 25번의 상처'는 사진 2장과 모니터 2대를 통하여 우리에게 노출되는데 이는 사과를 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촬영하여 편집한 것으로 시간이라는 필멸의 통로를 지나는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메타포이다. 분단 66년을 목전에 둔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한국 영토인 대연평도를 향해 포탄 170여 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하였으나 우리 산하는 250여발의 상처를 입었다. '66일간의 상처, 25번의 상처'라는 작품명은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이 작품은 25번의 상처를 받고 썩어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북간의 교전 중 민간인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한국 전쟁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불신과 증오가 인간을 어떤 파국으로 몰고 가는 가에 대한 인식과 이보다 더 큰 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또 중국을 제외한 각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으나, 북한은 남한에 책임을 넘기며 정당한 군사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는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은 얼마든지 호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들어났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상처를 안고 사라져가는 존재의 허무와 유한성을 통해 트라우마(분단의 아픔)와 정치적 입장 이상의 인류의 태생적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적 인식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떤 현상적 인과관계를 떠나 인간의 본질적 욕망은 결국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어리석음과 같다는 지론인 것이다. 이와 같이 강혁은 실존적 인식을 통해 관찰되어진 경계속의 여러 현상들을 작품 속에 구현하고 제시함으로써 총체적인 자연성을 인간치유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미적 고양과 함께 사회적 발현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무지개 우산' 연평도 답사 중에 발견한 우산을 통하여 폐허와 그 이전의 시기를 대비시킨 것이다. 작가는 “검게 그을려 본래의 형상을 유추하기 힘든 폐허 속 한쪽 구석에 찢겨져 누워 있던, 온통 회색빛의 을씨년스런 이곳 현장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이 우산은 비처럼 쏟아졌던 그날의 포격에 속절없이 무너져간 따뜻한 희망의 빛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작가는 피폭현장에서 습득한 무지개 우산을 작가의 사유와 경험에 체화시켜 은유적 상징구조로 재창출해내고 있다. 다시 말해 어떤 비유적인 표현을 위해 이미지나 도상학적 기호를 차용하는 단계에서 그 자체로서 함의를 지니고 있으면서, 주제와 함께할 수 있는 상징구조에 가까운 시지각적 이미지를 찾아내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과연 나는 이 아름답던 우산을 다시 펼쳐놓을 수 있을까?”
    한편 'Horizon Project 3'는 수년간의 여행 중에 채집된 수평선과 지평선의 풍경을 포토샵의 레이어로 모아 놓은 프로젝트 ‘HORIZON'의 3번째 신작으로 남북한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강화 연미정(燕尾亭)에서 남북의 강토를 여러 장의 사진으로 잇는 작업이다. 그간의 'Horizon Project'는 자연의 근원(수평선, 지평선)과 인류문명의 현장(사람, 배, 자동차 등)들을 병치시켰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은 인류에게 신비와 경외, 그리고 공포와 신세계의 발견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 등장하므로 작가는 인류 문명과 자연을 함께 병치시키며 이러한 신화적 메타포를 투사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분단이라는 아픔을 함께 하고 있는 양측의 육지와 바다를 이어놓음으로써,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근원적인 원형으로서의 자연성을 제시함으로써 상호 반성적 시대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와 해소
    사실 강혁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본성에 의해 야기되어지는 사회적 제반현상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고 욕망으로 점철된 피폐한 인간상과 이에 대한 치유로 대응할 수 있는 자연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곤 했다. 설명적이거나 내러티브적인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이미지들이 스스로 말하게 함으로서 보다 신뢰감 있는 소통방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든 의미론의 형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보의 전달이라고 볼 때 실존적, 미시적 관계망 속에서 얻게 되는 인식에 있어 전제가 되는 것은 소통이란 문제일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맹목과 사유의 부재로 인한 소통 단절의 결과는 폭력과 갈등의 지속이다. 우리는 이를 농성장에서, 국회에서, 심지어는 토론회에서도 목도한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적인 소통을 위한 기본도 없는 한심한 의식수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평도 사태, 대결과 반목의 현장은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이다.
    SNS로 대표되는 오늘날 첨단의 소통적 매개물(Media)조차도 오히려 인간을 고립, 소외시키는 권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인류가 시공간적으로 확장시켜 가고 있는 소통의 하드웨어 안에서 제 속도를 잃거나 타자로서 자리할 때 본연의 소통언어에서 분화되어 고립과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미디어의 질과 운용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 개별자로 존재하는 우리 인류에게 완전한 소통은 숙명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인간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는 소통의 도구인 미디어 속에서 부유하는 인간을 형상화함으로써 인류가 안고 있는 생래적인 소통의 한계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오지 않았던가. 작가는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통하여 불완전한 인간성으로 인해 여타의 가치를 도외시한 수직적 발전을 지상명제로 삼고 있는 사회에 던지는 이의제기이자 선순환(善循環)적 질서로서의 자연성에 관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자연계 속에서 사고하며 순화되었던 지점을 소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그 안에서 발견되는 질서를 미적 산물로 만들어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제안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은 작품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작가정신의 발현이자 보다 낳은 사회를 지향하는 정의로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경모/미술평론가(예술학 박사)

    전시제목상처는 있다. 상처는 없다

    전시기간2012.09.28(금) - 2012.10.11(목)

    참여작가 강혁

    초대일시2012-09-28 18pm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유네스코 에이포트 UNESCO A.poRT (인천 중구 신포동 51-1번지 )

    연락처032-762-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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