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연 : 비스듬히 obliquely
2023.05.31 ▶ 2023.06.25
2023.05.31 ▶ 2023.06.25
전시 포스터
김시연
비스듬히 01 Archival pigment print, 50x50cm, 2023
김시연
비스듬히 02 Archival pigment print, 50x50cm, 2023
김시연
비스듬히 03 Archival pigment print, 40x30cm, 2023
김시연
비스듬히04 Archival pigment print, 80x60cm, 2023
김시연
비스듬히06 Archival pigment print, 80x60cm, 2023
김시연
비스듬히10 Archival pigment print, 80x60cm, 2023
이화여대 조소 전공과 뉴욕 School of Visual Art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한 김시연은 예민하게 진행되는 조각적 설치를 사진으로 담아서 평면 작업으로 전환하는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결혼과 육아로 인한 강박과 불안감을 표현하기 위해 가족이 거주하는 집안 내부 전체를 소금 기둥과 바닥 패턴으로 채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책 barricade’ 시리즈를 만들어내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려왔다.
자녀의 중, 고등학교 입시 현실을 중심으로 삶을 둔 한국의 전형적인 엄마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했던 김시연은 2022년도에 자녀의 입시를 치루고 나서야 다시 본격적인 작가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즉 2016년에 가졌던 개인전 이후 7년만에 2023년 개인전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개최하며 다시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 <비스듬히>에서는 김시연 작가 특유의 노동집약적이면서도 섬세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설치 작업과 사진 작업을 제시한다. 이는 작은 일상의 오브제와 이미지들의 미시적인 세계 속으로 무한한 상상을 확장시키는 매개가 되는 무수한 선들의 설치와 그 이미지다. 각 오브제를 연결해나가는 장치이자 설치의 주요 요소인 선(line)은 지우개 찌꺼기로 만들어진다. 지우개를 사용하며 나오는 가루는 현대인의 반복된 일상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부수물을 상징한다. 이를 반죽하고 이어가는 과정에서의 긴 시간과 반복된 행위로부터 만들어지는 놀라운 결과물들은 반복된 일상으로 무료해진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작가는 이 전시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색상으로서 연노랑을 선택하였다. 그는 2012년 두산갤러리에서의 개인전 <노르스름한>은 명확한 색의 명칭이 아닌 상태의 색톤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 표명하였다. 2023년에 그가 연노랑으로 지칭하고 있는 메인 색상은 ‘소심한 경고, 긴장을 자극하는 색이며 동시에 심리적 상처를 회복시키는 색(작가 노트 중 인용)’으로서 작동한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한국의 입시 시스템에 집중해야했던 엄마로서의 삶의 흔적이 완벽히 지워지지 않은, 즉 그간 온전히 작가로서의 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 다른 경험을 가지게 된 자신을 사유할 수 있는 또 다른 색이기도 하다. 김시연은 이번 전시에서 특유의 수행과정을 통해 발현된 또 다른 노랑에서 포착되는 비스듬히 균형을 잡고 있는 삶의 경험과 그 치유를 들려준다.
Kim Siyeon, who majored in sculpture at Ewha Womans University and pursued Fine Arts at the School of Visual Arts in New York, presents the concept of capturing sculptural installations that unfold delicately and translating them into two-dimensional works through photography. She gained recognition in the art world by creating the "Barricade" series, where she started filling the entire interior of the family's house, where she resides with her family, with salt columns and floor patterns to express the obsessions and anxieties caused by marriage and childcare.
As a typical Korean mother who focused on the role of raising children amidst the realities of their education, Kim Siyeon had to dedicate herself to the full-time artist activities only after her children went through their college entrance exams in 2022. Thus, after a solo exhibition held in 2016, she begins her career as a full-time artist again with a solo exhibition in 2023 at the Space Willing n Dealing after a gap of seven years.
In this exhibition, titled "Obliquely," Kim Siyeon presents installation and photographic works that showcase her characteristic labor-intensive yet meticulous craftsmanship. These serve as mediators that expand infinite imagination into the microcosmic world of small everyday objects and images. The installation consists of numerous lines connecting each object, which also serves as a key element of the installation, and these lines are created using eraser dust.
The dust produced while using an eraser symbolizes the residue of emotions generated in the repetitive daily lives of modern individuals. The astonishing results produced through the lengthy process and repetitive acts of kneading and connecting these elements resonate deeply with those who have been liberated from repetitive routines.
The artist chose pale yellow as the prominent color to highlight the theme of this exhibition. In her 2012 solo exhibition "Yellowish" at Doosan Gallery, she emphasized the existence value of colors that do not have clear color names but possess tonal qualities. The main color she refers to as pale yellow in 2023 operates as a "timid warning, stimulates tension and simultaneously heals psychological wounds (quoted from the artist's note)." It is also another color that allows her to reflect on herself, as during the period when she had to focus on the Korean education system as a mother, the traces of her life as an artist were not completely erased, meaning he couldn't fully concentrate on her artistic activities. Kim Siyeon portrays the balanced experience of life captured in this different shade of yellow, manifested through her unique process, and shares the healing of those experiences in this exhibition.
작가노트
<비스듬히>
기울어진 곳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꼭 그래야만 할까?
당위성을 묻던 질문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수긍하지 못했던 주어진 과제는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그것이 옳다고 믿게 되었다.
끝이라 불리는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문득 멈춰
여전히 기울어진 그곳에서
스치며 지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시작한다.
꼭 그래야만 할까?
...................2023년 어느날
나의 관심사는 부과된 목적을 위해 질주하는 생활에서 하찮은 것이라 간과하던 것, 열심히 보려고 노력해야 보이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주변의 사물이 미묘하게 어긋난 그 틈으로 들어가는 일, 그 틈으로 무한대의 상상과 한순간의 쉼을 체험하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의 정의나 상투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의 중요함에 대한 사유이다. 작업의 출발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으로의 접근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생활에서 발견된 재료들을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감정의 산물로 전환한다. 작품은 생활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심리적 자극, 정교함, 서정적 속성이 결합한 설치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우개로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생긴 고무 찌꺼기를 이용하여 실을 만든다. 인내와 시간의 흔적인 고무 찌꺼기로 제작된 실타래들은 아슬아슬한 상태에 놓여 있거나 약간의 힘에 의해서도 끊어져 버리는 심리적인 방어기제의 모습으로 설치된다. 일상에 숨겨진 감응을 사물에서 발견하고 정교한 제작과정으로 재구성하여 다중적인 상징성을 부여하고 심리적 자극을 이끈다. 일상에서 목격하는 허술하고 쓸모없는 것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며 작고 연약한 것들의 소심한 위협과 방어의식을 통해 작은 것의 가치에 주목하게 한다.
<비스듬히> 작업은 익숙한 것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제안하는 것이며, 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치유에 대한 사유이다. 연노랑은 소심한 경고, 긴장을 자극하는 색이며 동시에 심리적 상처를 회복시키는 색이다. 흰색 종이를 연노랑으로 가득 색칠한다. 연노랑 변한 종이 표면을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지우개로 본래의 흰색이 될 때까지 부지런히 손목을 움직이며 지운다. 아무리 지워도 색의 흔적이 남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름이 모호한 색, 잃어버려도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 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 균형을 잃은 기울어진 화면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 보며, 그래도 괜찮아, 라고 전하고 싶다.
My interest lies in the overlooked aspects of life, the things deemed insignificant in the pursuit of imposed purposes, and the significance of things that require effort to be seen. The process of creating artwork involves entering the subtle gaps where surrounding objects are slightly askew, experiencing boundless imagination and a momentary respite. It is a contemplation on the importance of things that go beyond the definitions or clichéd meanings of visible objects. Through the stories that serve as the starting point of my work, I provide clues to approach the artwork and transform materials found in daily life into the products of emotions through repetitive labor. The artwork consists of installations and photographs that combine psychological stimulation, intricacy, and lyrical attributes, metaphorically representing the stories of life.
Using rubber eraser dust accumulated through repeated erasing, I create threads. These threads, made from the traces of patience and time found in rubber dust, are installed in precarious states or are susceptible to breaking under slight force, symbolizing the appearance of psychological defense mechanisms. They uncover hidden resonances in objects from everyday life, reconstructing them through a meticulous process to bestow multiple layers of symbolism and evoke psychological stimulation. By revealing reverence for the trivial and useless things witnessed in daily life and through the timid threats and defensive awareness of small and delicate entities, attention is drawn to the value of the small.
The "Obliquely" project proposes a different way of perceiving the familiar and explores the contemplation of anxiety and healing in daily life. Pale yellow serves as a timid warning, a color that stimulates tension and simultaneously heals psychological wounds. I color white paper entirely with pale yellow. Placing the paper, now transformed into pale yellow, on the desk, I diligently erase it with the eraser until it returns to its original white state. No matter how much I erase, traces of color remain, making it impossible to restore the paper to its original state. This work explores an ambiguous color, common objects easily found in everyday life that can always be replaced, and an inclined screen that has lost its balance, inviting us to glimpse our own reflections and convey the message that everything will be okay, even when things seem uncer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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